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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알 수 없는 이별 2

나는 훈련으로 인해 성격 변화의 확신을 얻었지만...

 마을버스 훈련 이후, 내가 훈련한다는 소문이 3학년 전체에 퍼졌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가장 가까운 짝지였다. 당시 나의 짝지는 ‘연정민’이라는 친구였다. 상위 5%에 들 정도로 똑똑하고, 의사 되는 것이 꿈이었으며, 팝송을 즐겨 듣고, 천주교 신자였다. 게다가 배려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내가 신문 배달을 하느라 늦게 등교해도 항상 날 반기고 챙겨주었다. 하지만 내가 마을버스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았는지, 어느 날부터 날 대하는 정민이의 행동이 이상했다.     


유도부 친구들이 시합 때문에 한 달 정도 자리를 비우게 되자, 정민이는 빈자리로 가서 1교시 수업을 잠깐 듣곤 했다. 며칠이 지나서는 5교시쯤 갔다가 종례 시간까지 머무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예 유도부 자리 중 하나로 옮겨 버렸다. 결국에는, 나의 짝지가 유도부 친구로 바뀌게 되었다.


그는 나의 훈련에 대해 알게 된 이후로 나를 다르게 대했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무시하며 말없이 지냈고, 결국 그가 떠나는 날에도 자연스럽게 침묵했다. 그때 나는 속으로 혼자서 원망의 말을 외쳤다.

‘나한테 왜 그랬어? 내가 이상한 아이 같아 보였어? 그래서 부끄러웠어? 네가 나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고 친절히 대해줘서 정말 고마웠어. 그래서 너와 함께할 때 행복했어. 그래! 가! 영원히 꺼져! 난 반드시 오늘을 기억할 거야. 나중에 우리가 성인이 되어서 내가 왜 이런 미친 짓을 했는지 알게 되면… 넌 반드시 후회할 거야.’     


나는 훈련으로 인해 성격 변화의 확신을 얻었지만, 친구들은 나를 냉정하게 외면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비참한 왕따와는 달랐다. 왜냐하면 누구도 나를 놀리거나 괴롭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저 아이는 좀 이상하니까 건드리면 피곤해.’라고 생각하고 내버려 두는 듯했다. 게다가 짝지의 행동 변화는 당시 나에게 큰 충격이었고, 가슴속에 오랜 한(恨)으로 남았다. 이런 상황이 오히려 더 낫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후로 항상 외로웠다. 그럴수록 나는 더 열심히 대중 스피치 훈련에 몰두했다. 더 외로워지고, 더 어려워지고, 더 마음이 아플수록 미친 듯이 훈련했다.


훈련은 성격 변화의 전부가 아니다. 단지 기능적인 측면이 더 양호해질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욱 목이 마르게 느껴졌다. 알면 알수록 더 어려워지고, 갈등처럼 마음이 서로 꼬이기 시작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아이들은 아무 말 없이 나를 지켜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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