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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겐 Feb 08. 2024

<제23화> 점진적 노출 훈련 - 인사훈련 확장

헬스를 하는 초보자가 처음에는 낮은 중량으로 운동을 시작하듯이

1990년 11월 가을 어느 날, 나는 사회 선생님의 영향으로 3개월 동안 패닉panic 상태에서 다시 회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쉽고 무난한 방법을 구상한 결과 버스에서 인사하는 훈련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사회 선생님과 다른 선생님에게 걸릴 확률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훈련에 재도전하는 것에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만약 하다가 걸리면…그 결과는 어느 정도 예감했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훈련하는 방법은 하차하면서 기사 아저씨에게 큰 소리로 인사하는 것이다. 이런 훈련은 차후 사람이 많이 붐비는 버스 정류소나 또는 최후의 목표인 시내 중심지에서 당당하게 훈련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지는 것에 매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오직 독학으로 실천했다. 간혹 어떤 사람은 혹시 내가 학원이나 누군가에게 배운 것이 아니냐 라고 의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결코,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물론 처음에는 책을 보고 벤치마킹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방법에 불과했고, 그 외 훈련에 대한 역경과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은 혼자의 힘으로 터득했다. 오해 없길 바란다.     

나는 친한 친구 몇 명에게 버스에서 훈련한다고 귀띔해 주었다. 친구들은 나에게 왜? 자꾸 이상한 훈련을 하냐며 비판 섞인 말로 나를 설득하려고 했다. 물론 그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 또한 왜? 이런 훈련을 해야 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몰랐다.     


그냥 이 일을 하면 반드시 나에게 엄청난 변화의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믿었을 뿐이다. (물론, 지금은 그 비밀을 알고 있다.) 당시 나는 정말 간절히 변화하고 싶었다. 아니 설상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나는 이 길이 옳다고 믿고 싶었다. 그만큼 나는 절박했다. 왜냐하면 당시 내가 변화 할 수 있는 방법은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등교 시간, 나는 인사훈련을 하기 위해 버스를 승차한 후 앞쪽에 서 있었다. 버스 안에는 낯익은 사람들이 있었다. 초등학교 동창부터 중학교 동창과 선후배들, 그리고 이름은 모르지만 얼굴 정도 아는 낯익은 어른들… 버스를 타고 10분 만에 학교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뒷문으로 내리지 않고 일부러 앞문에 서 있다가 기사 아저씨에게 큰소리로 인사 후 하차했다.    



  

"고맙습니다."

 "네~"

첫째 주는 간단한 인사만 했고, 둘째 주부터는 조금 말을 붙여서 인사했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네~"     


그리고 셋째 주부터는 더 강한 훈련을 위해 최대한 말을 길게 덧붙여서 인사했다.

“아저씨! 이렇게 안전 운전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파이팅!"

"아저씨! 항상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아저씨!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는 훈련 강도를 조금씩 늘려가기 시작했다. 마치 헬스를 하는 초보자가 처음에는 낮은 중량으로 운동을 시작하듯이 나 또한, 강도가 낮은 인사법 훈련으로 시작해서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한 달 후 초보자들이 몸 전체에 균형이 잡히는 것처럼 나 또한 생각태도가 조금씩 적극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상한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어느 날,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가 소문을 듣고 호기심으로 나에게 말했다.      


"남호야… 요즘 버스에서 무슨 인사 한다며? 그거 진짜니?"

나는 본능적으로 깜짝 놀라면서 무조건 부정했다. 

"아니 아닌데…"

"아니라고? 철우가 버스에서 네가 인사하는 거 봤다는데?"

나는 약간 짜증 내면서

"뭐 인사할 수 도있지! 그거 가지고 그러니?"

"………"     



나는 인사 훈련에 대해서 묻는 아이들에게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왜냐하면 두렵기 때문이다. 혹시나 소문을 듣고, 지난 3개월 전 사회 선생님 사건이 반복될까 봐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물론, 다짐할 때는 당당하게 부딪치려고 했지만, 막상 현실에 접해보니 생각보다 두려움 지수는 엄청났다. 하지만, 인사 훈련을 통해 한 달의 시간이 흘렸을 때쯤 나는 외면적으로는 큰 변화는 없었지만, 내면적으로는 기초적인 자신감이 많이 상승된 상태였다. 무엇보다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스스로 칭찬하는 습관이 몸에 많이 배겼다.  

   

"그래…남호야…아주 잘했어…아주 좋아! 드디어 때가 왔다. 내가 바랐던 그날이 온 것이다. 이젠 각오를 해야 돼. 후회하지 않을 수 있지? 당당하지? 그래… 나는 멋있어… 나는 휼륭해… 인간답게 살수만 있다면 그게 어디야…이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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