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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겐 Feb 06. 2024

<제21화> 살구 비누 : 자기표현 진통

그냥 내가 참으면 모든 것이 조용히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사회 선생님 사건 이후 나는 모든 실전 훈련을 중단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그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3학년이 되었을 때 그가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내가 다니는 학교는 사립이라 평생 퇴직할 때까지 근무하기에 나는 매우 실망했다. 당시 나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한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책을 보고 알았는데, 막상 내가 경험해 보니 얼마나 무서웠는지 공감했다. 나는 졸업 전까지는 절대로 실전 훈련에 다시 도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절대 안 한다고 다짐했다.    

      

  당시 나는 매우 심각한 인지 강박과 신경성 불안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길거리를 지나갈 때, 학교 복도를 걸어갈 때, 또는 새벽에 신문 배달을 할 때, 항상 사회 선생님이 나의 생활을 지켜보고 감시하는 듯했다. 나는 없었던 우울증까지 생겨 어두운 표정은 더 어두워졌고, 잘 웃지 않는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그때 집에서는 요즘 왜 웃지 않냐고 관심을 가졌지만, 나는 일체 누구에게도 나의 심정을 표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부모님과 형, 누나들에게 걱정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큰 이유는 가정이 힘이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부산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인 감천문화마을에서 살았고 당시, 아버지는 병환으로 일을 못하고 집에 계셨다. 그리고 어머니는 새벽에 신발공장에 다녔기 때문에 자녀 교육에 신경을 쓰기에는 빠듯했다. 나는 그냥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고 스스로 정당화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이 ‘얼마 전 사회 선생님이 휴게실에서 보자고 했던 거 어떻게 됐어?’라고 물어보았다. 나는 말을 돌리거나 말을 하지 않으려고 눈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눈치 빠르게 나의 눈동자와 표정을 읽고 본능적으로 알아채어 집요하게 물어보았다. 나는 어린 마음에 모든 일들을 형에게 말했다. 


형은 당시 20살이었는데 나의 말을 듣고 무척 흥분하면서 다음 날 학교에 찾아가서 사회 선생님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나는 형에게 절대 그렇게 하지 말라고 눈물을 글썽이며 애원했다. 왜냐하면 정말 형이 그렇게 하면 모든 일이 더 커질 것이고, 힘없는 가족과 부모님만 더욱 힘들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냥 내가 참으면 모든 것이 조용히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되니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사회 선생님 사건은 내가 2학년 때인 더운 7월에 일어났는데, 이후 나는 방학을 맞이했고, 모든 생활을 조용히 씁쓸하게 보냈다. 그리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힘없는 가족과 부모님만 더욱 힘들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런 과정을 겪어야 하는가?’

‘진정 나는 소심한 성격을 변화시킬 수 없는가?’

‘나의 행동이 정말 잘못된 방법인가?’

‘정말로 공부보다 성격 변화가 내 삶에서 더 중요한가?’          

어느 날 나는 너무 힘들어서 책의 지은이에게 전화를 했다.

“네…. 김한규 입니다.”

“저기… 제가 원장님 책을 읽고 훈련을 했는데요.”

“네….”

“학교에서 제가 미친놈이라며 한 번만 더 훈련하다가 걸리면 가만두지 않는다고 해요….”

“누가 그러던가요?”

“사회 선생님이요. 정말로 이런 훈련해도 괜찮은가요?”

“…지금 학생인가요?”

“네…. 중학교 2학년이에요….”

“혹시 우리 학원에 오신 적이 있나요?”

“아니요…. 학원비가 없어서 책만 보고 따라 했어요….”

“네…. 그렇군요…. 그런데 학생이 한 행동 훈련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직장인, 대학생, 세일즈맨 분들도 많고, 전국에서 훈련을 하러 많이 옵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니 ”

“전 사회 선생님이 너무 무서워요…. 또 맞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협박도 받았어요….”

“걱정 마세요…. 학생이 한 건 정당한 행위입니다.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것이 왜 불법인가요? 아닙니다. 그 선생님이 이상한 분이에요.”

“정말요? 정말 괜찮은 건가요? 만약에 다시 훈련하다가 걸려서 절 퇴학시키면 어쩌죠? 그게 가장 두려워요….”

“그럴 일 없어요…. 만약에 일이 심각해지면 저한테 다시 전화 주세요. 제가 앞장서서 도와줄게요.”

“정말요? 정말 그럴 수 있어요??”

“그럼요. 절 믿어 보세요. 제가 방송국에도 나오고 기업체 강연도 하는데 이런 훈련이 이상하면 그런 곳도 못 나가죠?”      

    

나는 저자와 통화한 후 약간 희망을 얻었지만 솔직히 그를 믿지 못했다. 왜냐하면 만약에 내가 훈련을 다시 시작했는데 사회 선생님이 화가 많이 나서 나를 학생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여 퇴학이나 전학을 시킨다고 한다면, 정말로 저자가 나를 도와줄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도와준다고 해도 이미 학교에 소문이 나서, 요즘 말로 왕따가 되고, 부모님을 학교에 불러 일이 심각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2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고,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가을 어느 날의 오후 쉬는 시간, 나는 유난히 얼굴에 여드름이 많아 누나가 사준 살구 비누로 깨끗이 세수를 하고 있었다.    

 


“내… 살구… 비누…. 돌려줘…. 내 살구 비누….”



그때 누군가가 옆에 오더니 “비누 좀 쓰자.”라고 말했다. 그는 2학년에서 싸움을 가장 잘하는 아이들 중 한 명이었다. 그의 눈빛만 보아도 웬만한 아이들은 겁에 질렸다. 순간 종이 쳤다. 나는 비누를 가지고 교실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는 나의 비누로 머리를 감고 있는 것이다.     

당황했다. 나는 종이 친 것을 알면서도 옆에 나무토막처럼 긴장되어 서 있었다. 그가 말했다.     

“나중에 비누 갖다 줄게 먼저 들어가.”

“아냐, 괜찮아. 기다릴 수 있어.”     

나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그리고 오기가 생겼다. 

저 살구 비누를 찾지 못한다면 나는 강자에게 먹히고 놀림당하며 계속 시달릴 것이다!     

그는 머리의 비누 거품을 물로 씻으면서 왼쪽 눈을 감고 나를 보며 말했다.     

“야, 내 등에 비누칠 좀 해라.”     

나는 당황했지만 그의 등에 비누칠을 했다. 그러더니 호스로 본인의 등에 물을 뿌리라는 것이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의 등에 호스로 물을 뿌렸다. 그런데 그는 비누를 주지 않고 이제는 발바닥을 닦고 있는 것이다. 쉬는 시간 종이 벌써 5분이 지났다. 화장실에는 나와 싸움 통과 둘이 있었다.     


  끝날 징조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나는 교실로 들어갔지만 머릿속에는 계속 ‘내 살구 비누! 내 살구 비누! 오늘 못 찾으면 난 또 강자에게 당할 거야’ 라는 불길한 생각만 떠올랐다. 나는 그를 믿었지만 믿을 수 없었다. 불길한 마음은 계속 싹트고 이러다가 놀림을 당하는 게 아닐까 두려워졌다.     

그는 6교시, 7교시가 지나도 나의 살구 비누를 돌려주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 드디어 나에게도 때가 왔구나…. 내가 타깃이 된 거야. 곧 다른 이유로 나를 괴롭힐 거고, 물건을 빼앗거나 때리면서 잔심부름을 시킬 수도 있겠구나….’     


나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정말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는 목숨을 걸고 ‘절대 종노릇은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각오했다. 그날 나는 수업을 마치고 그에게 가서 비누를 돌려받자고 생각했다. 그날은 이상하게 비누에 집착을 많이 했다.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답을 찾고 싶다고 생각하며 『적극적 사고방식』을 펼쳤다.       

         

“노만 빈센트 선생님…. 어떻게 하면 좋죠? 저 아이가 저의 살구 비누를 가져갔는데, 받아야 할까요? 아니면 포기할까요? 만약 포기했는데 또 다른 일로 저를 괴롭하면 어쩌죠?”     

노만 빈센트 선생님은 말했다

.     

“남호야…. 두렵고 겁난다고 피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단다. 그에게 네가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 주어야 나중에 똑같은 일이 생기지 않아. 강한 사람은 약자가 약점을 보이면 더 괴롭히지. 그것이 약육강식의 법칙이란다. 명심해라, 넌 강하고 대단한 용기를 가진 사람이야. 힘내라. 그리고 배짱을 가져라! 기 죽지 말고 당당하게 그에게 너의 감정을 말해 보렴! ‘내 살구 비누 돌려줘!’라고 말이야. 그러면 그는 너에게 비누를 돌려줄 거야!”     

드디어 나는 결심했다. 

살구 비누를 돌려 달라고 말하러 가야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말 많은 담임 선생님은 2분 정도 종례를 지연했고나는 종례 시간이 끝나자마자 그의 교실로 달려갔다하지만 그는 이미 교실에서 나가 저 멀리 걸어가고 있었다나는 급한 마음에 곧장 그의 뒤에 따라붙어서 말했다.


“이… 있잖아? ……내 살구 비누, 돌려줘…!”

그는 침묵한 채 무시하며 계속 걸어가고 있었다.

“내… 살구… 비누…. 돌려줘…. 내 살구 비누….”


역시, 그는 나의 말을 무시한 채 계속 걷기만 했다. 나는 약 100미터를 그와 같이 걸어가면서 계속 내 살구 비누를 돌려주라며 반복했다. 갑자기 그가 멈추며 말했다.     

“내 책상, 오른쪽에 있다.”     

그렇게 나는 용기를 내서 나의 살구 비누를 찾았다. 






그 계기로 나는 변화에 더욱 갈증을 냈고, 훈련을 포기할지 재도전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훗날 치밀하게 계획해서 조만간 재도전(mbti : intj)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상이고 마음뿐이었다. 내 마음속에는 나의 생각, 행동, 습관을 방해하는 족쇄, 즉 사회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회 선생님 사건 이후 약 100일이라는 공백을 두고 내가 왜 변화해야 하는지,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내가 원하는 것인지 분명한 이유와 해답을 얻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다. 이것은 더 진보하기 위한 휴식 기간이었다. 만약에 이 기간이 없었다면 34년이 지난 현재,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두려움으로 변화를 포기했을 것이고, 평생 변화에 대한 의문 속에서 불만을 표하며, 재미없고 힘겹게 살았을 것이다. 인간이 100세까지 산다는 가정하에 나는 내 인생의 삼분의 일을 나 자신의 낡은 습관과 소극적인 자세를 변화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 연구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삶을 비난하며 고개를 흔든다. 왜 그렇게 사는가, 조용히 살면 안 되나, 오히려 내성적인 사람 중 더 재능이 많고 성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굳이 성격을 변화시키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 분야에 있어 전문가가 된 것도 다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100일이라는 공백을 두고 내가 왜 변화해야 하는지,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내가 원하는 것인지 분명한 이유와 해답을 얻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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