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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겐 Feb 07. 2024

<제22화> 내면의 목소리 : 영웅 잔다르크

프랑스를 구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과 같은 영성과 같은 것이였다.

살구 비누 사건 이후 나는 변화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변화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여전히 사회 선생님이 두려운 상태였다.     

어느 날 새벽 월요일, 신문사가 쉬는 날이었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집에서 가까운 천마산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정상 어디선가 어른들이 까르르 웃으며 큰 소리로 메아리를 울리고 있었다.      

“야~ 호~~”     

메아리가 울린다.     

“야~ 호~~”   

  

그리고 옆에 있던 다른 어른들은 부끄러워서 흉내만 내거나 하지 않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저 아저씨보다 내가 더 멋지게 잘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했다. 그때 내 머릿속에서 지난 새벽에 이름 석 자를 부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그리고 나의 심장은 엄청난 속도로 펌프질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흥분한 채 그 자리에서 마음껏 고함을 지르고 싶었다.

그러나 사회 선생님의 마지막 충고가 나를 두려움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가로막았다.         


“이남호. 너, 또 한 번 그런 미친 행동 하다가 나한테 걸리면 내가 반드시, 널 가만 안 두지 않을 거야! 알았어?”  

        

결국, 나는 두려움과 공포로 이름을 부르지 못한 채 아쉬움을 가지고 하산했다. 그때, 50미터 앞에 3미터 정도 되는 높이의 커다란 바위가 보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주위를 살펴보며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조심스레 바위에 올라갔다.           

실제 감천문화마을 천마산에 있는 바위, 이곳에 올라가서 메아리를 울렸다.     

남호야~ ..~~”     

3개월만에 다시 한 훈련이라 매우 어색하고 떨렸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다.

그리고 일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바위 위에 서니 소나무에 가려져 볼 수 없었던 바다와 아름다운 고향 마을이 훤하게 보인 것이다.     

그리고 지난 몇 개월 전 새벽에, 사찰 앞에서 바다를 보며 흥분한 마음으로 각오를 다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 느낌으로 용기를 내서 마음껏 나의 이름을 부르고 싶은 욕심이 샘솟았다. 또한 여기는 사회 선생님이 절대로 올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마음이 놓였다.     


“남호야~! 이~ 남~ 호~~”      


스포츠학에서는 큰 소리로 말하면 자신감이 15% 정도 상승한다고 한다. 그 말을 떠올린 나는 아랫배에 힘을 주면서 더 힘차게 외쳤다. 그리고 몇 초 후 저 멀리서 들려오는 메아리를 들었다.     

“이~ 남~ 호!” (이~ 남~ 호~)      

나는 더 흥분한 채 마음껏 외쳤다.       

  “남호야! 너 이대로 살 거야? 사회 선생님이 가만두지 않는다고 해서 이대로 성격 변화를 포기할 거야?”  

  “나 변화하고 싶어! 아니, 변화하고야 말 테야!”     


그렇게 외치자 ‘변화하고 싶어! 변화하고야 말 테야!’라는 소리가 메아리로 들렸고 가슴이 울컥했다. 마치 누군가가 나에게 직접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고, 가슴 중앙에 어떤 무엇이 꽉 막힌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것을 미치도록 뽑아내고 싶었다. 3개월 전 버스 정류소에서 첫 실전 스피치 훈련을 했던 것처럼 자신감을 갖고, 다시 일어나고 싶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합장한 채 대자연의 신에게 작은 소리로 기도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합장한 채 대자연의 신에게 작은 소리로 기도했다.


    

“천지신명이시여, 저는 변화하고 싶습니다. 정말 미치도록 변화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용기를 주세요! 미래의 저를 위해, 꼭 변화하고 싶습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저는 운명을 지배하고 개척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목청이 터져라 힘차게 외쳤다.     

“남호야! 다시 시작하는 거야! 다시 하자! 이대로 주저앉을 거야? 두려워? 넌 해낼 수 있어! 반드시 넌 변화할 수 있어!”     

(남호야~ …다시 하자~ …앉을 거야~ …할 수 있어~)   

  

3개월 만에 다시 들린 메아리에 나는 어느 때보다도 편안해지고 설레기 시작했다.

다음 날 새벽에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신문 배달을 하고 마무리 코스로 천마산 둘레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늘 아침 6시 15분만 되면 야호, 메아리를 엄청 크게 울리는 아저씨가 저 멀리서 보였다.      

그의 행동과 목소리는 한두 번 한 솜씨가 아니였다. 나는 그가 정말 멋져 보여 그에게 조금씩 다가가서 옆에 서 있다가 틈을 타서 말을 걸었다.    



아침 6시 15분만 되면 야호, 메아리를 엄청 크게 울리는 아저씨가 저 멀리서 보였다.


 

“저기… 아저씨? 혹시 매일 새벽마다 여기서 야호! 라고 외쳐셨나요?”

“하하하…. 그래, 매일 여기서 하지.”

“아…. 메아리 울리시는 게 정말 멋있으셔서요.”

“그래? 나는 10년 동안 매일 이렇게 메아리를 울렸지…. 이거 하고 나면 하루가 정말 상쾌하고 좋아. 그리고 산에 왔으면 한 번쯤 메아리도 울리고 내려가야지. 얼마나 상쾌한데….”

“아저씨…. 떨리지 않으세요? 야호 소리가 끊기지 않고 좀 긴 거 같은데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 같아요….”

“그럼, 다르지…. 난 10년 이상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호흡이 좀 길단다. 너도 해 볼래? 여기로 올라오렴. 너 몇 살이니?”

“15살이에요.”

“그래…. 너도 한 번 해 보렴. 내가 도와줄게. 괜찮아.”

“정말요? 그럼 해 볼까요?”

“그래. 자, 내가 요령을 가르쳐 줄게…. ‘야호’ 할 때 ‘야’를 천천히, ‘이~ 아~ 호~’하고 길게 빼는 거야. 그리고 ‘호’를 외칠 때도 길고 강하게 빼는 거지. 그러면 ‘야’와 ‘호’가 이어지겠지? 빨리 하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공기를 같이 내보낸다는 생각으로, 공기를 민다는 생각으로 해야 멀리 날아간 메아리가 다시 돌아온단다….”


“이~~ 야~~ 호~~”  (야~~ 호~~)


“그래, 잘하네. 너 재능이 있는데…. 한 번 더…. 이야, 너 잘하는데…. 너 처음 아니지? 조금만 더 단련시키면 멋지겠는데? 그럼 열심히 해라. 난 그만 내려간다.”

“네…. 아저씨, 감사해요. 안녕히 가세요!”


나는 그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바다와 대자연을 보면 다짐했다.     

‘남호야…. 너 다시 도전하고 싶지? 이렇게 오랜만에 메아리 울리니까 예전 생각 난다, 그치? 기분 정말 좋다. 사회 선생님이 날 도와주셨으면 정말 좋겠는데 말이야…. 앞으로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더 걱정이다. 반장 사건, 체육 시간 사건, 비누 사건…. 중학교가 이런데, 고등학교나 군대, 사회는 지금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을 거야….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훈련할까?’     


다시 훈련하자고 마음먹었을 때였다.     

“남호야. 다시 시작하거라…. 너는 할 수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훈련하고 너를 가꾸어라…. 그것이 바로 네가 해야 할 일이다.”     

나는 너무 놀라 눈을 뜨고 주위를 쳐다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바로 나의 내면의 목소리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자신에게 질문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프랑스의 영웅 잔다르크가 새벽에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프랑스를 구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과 같은 영성의 내면의 목소리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프랑스의 영웅 잔다르크가 새벽에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프랑스를 구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과 같은 영성의 내면의 목소리였다.

     


“이남호! 너는 정말 자기 변화를 진정으로 바라니?”     

내면의 목소리가 답했다.     

“지금 이대로 산다면 나는 답답해서 미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진정으로 변화를 원하고 있다.”     

나는 다시 한번 질문했다.     

“다시 도전하게 되면 사회 선생님과 학교 선생님들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두렵지 않니?”     

내면의 목소리가 답했다.     

“사실 두렵다. 그러나 그 길이 나의 길이라면, 두렵지만 변화의 길을 택할 것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질문했다.     

“만약 훈련을 하다가 학교에 알려져서, 최악의 경우 퇴학이나 정학 같은 징계를 받아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     

내면의 목소리가 답했다.     

“내가 변화할 수만 있다면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징계를 받는다 해도 나는 또 도전할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의 확고한 답변에 힘입어 다음 날 새벽부터 그동안 중단했던 훈련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하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먼저, 나는 사회 선생님의 영향으로 3개월 동안 얻었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작은 자신감을 기르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쉽고 무난한 방법을 구상한 결과 버스에서 인사하는 훈련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사회 선생님과 다른 선생님에게 걸릴 확률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훈련에 재도전하는 것에 엄청난 공포감와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훈련세분화했다.

먼저 새벽 훈련을 하고, 길거리 훈련은 잠시 미루고, 대신 버스에서 인사하기 훈련을 시작하기로 했다. 길거리 훈련은 나중에 도입하기로 했는데, 학교 밑은 사회 선생님의 자택과 가까웠기 때문에, 학교에서 비교적 밀리 떨어진 마을버스 종점이나 훗날 시내 남포동에서 훈련을 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남호야. 다시 시작하거라…. 너는 할 수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훈련하고 너를 가꾸어라…. 그것이 바로 네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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