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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y Story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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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비 Oct 10. 2024

여행의 계기

2016 유럽 여행 이야기

“아이들이랑 유럽 여행 다녀와라.”


이혼 후 아이들과 살고 있던 나에게 아이들 할아버지로부터 걸려온 전화.


“유럽이요? 제가요?”

“할아버지보다는 엄마랑 같이 가는 게 좋을 것 같구나.”


전화를 끊고 욕실에 들어가 대야에 담겨있는 빨래를 들어 물을 짜냈다. 고장 난 세탁기는 탈수가 되지 않아 손으로 비틀어 짜야한다. 빨래 짜는 건 몇 번을 해도, 시간이 흘러도 적응이 되지 않았는데, 이런 사정도 모르고 유럽 여행을 다녀오라는 전 시아버지의 말이 기쁘게 들리지 않았다. 그날 저녁 아이들에게 낮에 할아버지께 들은 말을 전했다.


“유럽이요?”

“우리끼리요?”


세탁기에서 물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날 나랑 같이 빨래를 비틀며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설레었을까? 아니면….


2016년 당시 나는 당당하게 이혼했지만 날마다 전전긍긍 살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유럽 여행을 보내주겠다고 하는 말이 좀처럼 와닿지가 않았는데, 여행 계획을 준비해서 알려달라는 아이들 할아버지의 말씀이 있었지만 인터넷에 검색해 찾아볼 때마다 내 현실과 너무 다른 여행자들의 모습에 번번이 창을 닫아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유럽 여행에 대해 잊어가던 나는 집으로 가던 길에 다시 아이들 할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여행 준비는 잘하고 있니?”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돼요?”

“그래.”

“여행을 가려면 돈이 있어야 비행기표를 끊고 어딜 어떻게 갈지 계획을 세울 수 있는데 돈 없이 어떻게 계획을 세워요.”

“비행기값이 얼마니. ”

“네? 직항인지 경유인지 또 항공사마다 다르고….”

“얼만지 알아보고 얘기해라. 내가 보내줄 테니. 여행 준비 잘하거라. ”

“네. ”


전화를 끊고 내 입에서 나온 말.


“진짜였어!”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더니 급기야 뛰어서 집으로 돌아온 나는 현관문을 열고 아이들을 불렀다.


“얘들아!”

“왜요? 엄마.”

“우리 진짜로 가나 봐. ”

“유럽 여행? ”

“어떻게 알았어?”

“엄마가 그랬잖아요.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셨다고요. ”

“엄만 안 믿었거든.”

“할아버지가 거짓말하실 리가 없는데 왜요? ”


나는 왜 안 믿었을까?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다.


여권 발급을 준비하며(2016년)
예방접종을 알아보며(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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