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유럽 여행 이야기
여행 경비가 똑 떨어지기 전부터 경비는 떨어져 가고 있었다. 파리에서 최소한으로 지내다가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어젯밤 비싼 저녁식사를 하는 바람에 경비가 남지 않게 되었을 때 정말 어쩌나 싶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일단 빨래부터 하기로 하고 구글맵스를 켜고 걸어서 빨래방으로 향했다. 어디를 봐도 예뻐서 마음이 더 나빠지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다리 위에 멈춰 서서 흐르는 물을 보았다. 물소리에 고민이 묻혀버렸다.
구글맵스에서 알려준 곳으로 가보지만 빨래방이 보이지 않았다. 지도를 보며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동네를 세 바퀴 정도 돌았을 때 보이지 않던 빨래방이 보였다.
빨래를 돌리고 창문 앞자리에 앉아서 고민을 이어가려는데 건너편 작은 카페가 보였다. 카페 앞 작은 의자 두 개와 작은 테이블 자리에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있었다. 둘은 서로를 보지 않고 내쪽을 보고 나란히 앉아서 조근조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남자가 무언가 이야기를 꺼내고 여자는 커피를 마시며 들어주고 있었다. 이야기를 하던 남자는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린 채 흐느끼기 시작했고 여자는 여전히 앞을 본채 오른팔을 뻗어 남자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남자는 눈물을 그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도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해’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나는 누군가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다 오리를 발견하고 계단에 앉아 오리에게 말을 걸었다.
내 고민을 들은 오리는 유유히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