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My Story 02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싸비 Oct 28. 2024

속마음

2016 유럽 여행 이야기

여행 경비가 똑 떨어지기 전부터 경비는 떨어져 가고 있었다. 파리에서 최소한으로 지내다가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어젯밤 비싼 저녁식사를 하는 바람에 경비가 남지 않게 되었을 때 정말 어쩌나 싶었다.


혼자 코인 빨래방 찾아 가는 길


아침 일찍 일어나 일단 빨래부터 하기로 하고 구글맵스를 켜고 걸어서 빨래방으로 향했다. 어디를 봐도 예뻐서 마음이 더 나빠지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흐르는 물을 보았다


다리 위에 멈춰 서서 흐르는 물을 보았다. 물소리에 고민이 묻혀버렸다.


여기는 어디지


구글맵스에서 알려준 곳으로 가보지만 빨래방이 보이지 않았다. 지도를 보며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동네를 세 바퀴 정도 돌았을 때 보이지 않던 빨래방이 보였다.


아침부터 손님이 많았다


빨래를 돌리고 창문 앞자리에 앉아서 고민을 이어가려는데 건너편 작은 카페가 보였다. 카페 앞 작은 의자 두 개와 작은 테이블 자리에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있었다. 둘은 서로를 보지 않고 내쪽을 보고 나란히 앉아서 조근조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남자가 무언가 이야기를 꺼내고 여자는 커피를 마시며 들어주고 있었다. 이야기를 하던 남자는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린 채 흐느끼기 시작했고 여자는 여전히 앞을 본채 오른팔을 뻗어 남자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남자는 눈물을 그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도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해’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나는 누군가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다 오리를 발견하고 계단에 앉아 오리에게 말을 걸었다.


오리


내 고민을 들은 오리는 유유히 떠나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