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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그리고'에 담긴 당신의 감정은 무엇인가요

청개구리

by 상경논총

"… 그리고, 차 조심하고!"

"… 그리고, 항상 밥 잘 챙겨 먹으렴."


당신은 '그리고'라는 말에 어떤 감정이 담겨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리고'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부풉니다. 저에게 조금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더 전달하고픈 누군가의 아쉬움, 그리고 그 마음을 무시했던 당시의 저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왜 당시에는 '그리움'에 담긴 아쉬움을 알아채지 못하였는지. 그저 어린 마음에 다른 무엇이 더욱 중요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그리고'에는 헤아릴 수 없는 아쉬움의 깊이가 있습니다. 그 사람은 제가 살아온 세월만큼 아쉬움의 감정을 몇 번이고 곱씹었을 것이기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쉬움을 아는 척하는 것 말고는 없어 보입니다.


그 사람의 '그리고'라는 말에 담긴 의미를 이제는 조금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새겨진 그 사람의 마음을 다른 감정으로 불어넣기에는 늦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아쉬움이 제 마음에 또다른 아쉬움이라는 형태로 새겨져, 이제는 더 이상 '그리고'라는 말에 담긴 아쉬움을 무시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리고'라는 말에 담긴 저의 감정, 그리고 그 사람의 감정을 바꿔보려고 합니다. 바뀐 감정이 그 사람의 마음에 새겨진 아쉬움을 완전히 덜어낼 수는 없겠지만, 마음 속에 다른 감정이 새겨질 공간은 만들 수 있겠지요. 이제는 그 공간을 다른 감정, 다른 추억으로 채워 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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