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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경논총 Jun 03. 2024

[오아시스] 물을 무서워하는 너에게

윤슬

안녕, 벌써 9년이 지났네. 이제 너도 키가 많이 컸겠구나.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너는 아주 작은 꼬맹이였는데 말이야. 허벅지에서 물이 찰랑거리는 어린이용 수영장이 그때 우리한테는 온 세상만큼 커 보였잖아.


있잖아, 사실 네가 나를 기억하지 못할까 봐 무서웠어. 만약 그렇다면 조금 슬플 것 같았거든. 난 바다에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네 생각을 안 한 적이 없었으니까. 참 이상해. 9년 동안 얼굴 한번 보지 못했는데, 내 안에서 너는 점점 선명해지더라. 갑판에서 소금기 섞인 바닷바람을 맞다 보면 너랑 해변을 따라 뛰어다니던 때가 생각나. 나는 늘 바다로 들어가고 싶어 했고, 넌 물보단 예쁜 조개껍데기에 더 관심이 많았지. 물이 무섭다고 하는 너를 나는 놀렸어. 결국 울려서 미안해. 네가 좋아서 그랬어.


너랑 함께였던 그 마을을 떠나와서, 난 결국 선장이 됐어. 너한테 내 소식을 전할지 말지 정말 오래 고민했어. 고민이 길어지다 보니 9년이 흘렀네. 누구보다 네 축하를 받고 싶었는데, 네가 혹시나 나를 원망하고 있을까 망설였어. 내가 떠나던 날 나를 보던 네 눈빛을 다시 마주할 자신이 없었거든. 비겁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어.


마을에 너를 두고 온 뒤부터, 내 삶은 좋아하는 것들을 어딘가에 두고 떠나는 일의 연속이었어. 꿈을 이루려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하더라. 너를 떠나고 나서 절대 행복하지만은 않았다는, 이제 와 하는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이라도 그냥 한 번 들어줘. 내가 두고 온 것 중에 가장 소중한 건 너였거든.


네가 들으면 놀랄 만한 얘기를 하나 해줄까? 사실은 이제 나도 물이 무서워. 물을 무서워하는 선장이라니, 우습지. 어릴 때 네가 무섭다고 했던, 배를 집어삼킬 것만 같은 높은 파도나 물속의 암초 같은 건 하나도 두렵지 않아. 그런 것들마저도 사랑해서 시작한 일이니까. 다만, 어느 순간부터 항해에 목적지가 없는 기분이 들어서, 그게 무서웠어. 분명히 어딘가로 가고 있는데, 왜 가는지를 잘 모르겠는거야. 그리고 물을 내려다봤는데, 빨려 들어갈 것만 같더라.


그 항해 이후로 어딜 가든지 그런 증상이 점점 심해졌어. 그렇게 항해인지 표류인지 모를 날들이 지나고, 처음 보는 바닷가 마을에서, 우연히 만난 고향 친구에게 네 소식을 들었어. 너도 가끔 내 얘기를 한다고. 나를 한 번쯤 다시 보고 싶어 한다고 말이야. 그 말을 듣고 조금은 용기 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어.


네가 내 마지막 목적지가 된다고 해도 난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 바다 소리가 들린다고, 내 귀에 손을 대주며 날 쳐다보던 너를 너무 보고 싶어. 한 번이라도 좋으니, 날 보면 그때처럼 환하게 웃어줄래? 이번엔 내가 널 보러 갈게.


사랑해.


밤이 깊은 바닷가 마을에서,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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