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원 이수희
Supernova, 초신성 폭발은 거대한 우주의 별이 전성기를 지나 맞이하는 죽음의 순간이다. 별은 내부의 뜨거운 핵융합 반응으로 어두운 우주 속에서 빛난다. 하지만 긴 시간이 흐르고 핵융합의 원료가 고갈되는 순간이 온다. 핵융합이 멈추는 그 순간, 별은 그 엄청난 크기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중력을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다. 초신성 폭발은 인간이 관찰한 가장 거대한 폭발이다. 이 폭발의 밝기는 태양 500억 개와 맞먹는 크기이며 자신이 속한 은하 전체가 만들어내는 밝기의 10배에 달한다. 이 빛은 몇 주에서 몇 달간 은하 전체를 밝힌다.
오늘날의 기업은 참치의 인생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멈추면 죽는다”는 것이다. 참치는 1초에 자신의 몸길이만큼 움직여야 숨을 쉴 수 있다. 아가미 근육이 발달해있지 않은 탓에 입이 벌려진 상태로 헤엄치며 자연스럽게 입속에 물이 들어오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참치는 생존을 위해 잠을 잘 때도 완전히 잠들지 못하고 계속 헤엄을 쳐야만 한다. 참치가 물속에서 빠르고 지속적으로 헤엄칠 수 있는 추진력은 넓고 단단한 꼬리지느러미와 붉은색의 강력한 근육으로부터 온다. 그렇다면 기업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 그 엔진은 무엇일까. 아마 모두가 떠올리는 그것, 기업의 제1 목표인 이윤의 극대화일 것이다. 기업은 잠시도 쉬지 않고 이윤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 이윤을 발생시키는 역량은 “exploit”, 즉 현재 가지고 있는 경쟁우위와 시스템을 “활용”하여 이윤을 만드는 힘이다. 이 역량이 충분할 때 기업은 안정적이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하루하루가 다르고, 모든 것이 급변하는 사회에서 경쟁우위는 영원하지 않다. 예상치 못한 지형과 물살을 만날 것을 대비해 기업은 몇 가지 시나리오를 짜두어야 한다. 이것이 explore, 탐험 활동이다. 새로운 경쟁우위를 찾기 위해 다양한 미래 기술과 자원에 투자하는 활동들이다. 만약 이 역량이 부족하면 미래의 이윤을 잃을 것이며, 반대로 과도하면 자원이 미래로 쏠리는 탓에 현재의 이윤을 잃을 것이다. 즉, 기업에는 활용과 탐험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이 필요하다. 이 균형점은 찾기도 어렵지만, 계속 바뀌기도 한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균형점은 어디인지, 어떻게 도달할 것인지가 기업에는 끝없는 과제이다.
이번 글은 기업이 균형점을 잃고 흔들릴 때의 이야기이다.
우주의 별은 모두 두 가지 반대되는 힘의 균형 속에 존재한다. 별의 질량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중력은 별을 안쪽으로 압축하며 붕괴시키려한다. 동시에 별은 중심핵에서 엄청난 양의 핵연료를 태우며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뜨거운 열은 외부로 향하는 강한 압력을 만들며 중력의 압축력에 저항한다. 이 균형으로 별은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며 빛날 수 있다.
지난 10월 8일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하였다. 다음은 해당 사과문 중 일부이다.
고객과 투자자, 그리고 임직원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2024/10/08
오늘 저희 삼성전자 경영진은
여러분께 먼저 송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삼성의 위기를 말씀하십니다.
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저희에게 있습니다.
고객과 투자자, 그리고 임직원 여러분,
그러나 삼성은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과 혁신, 그리고 극복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
무엇보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습니다. ⋯ 둘째, 미래를 보다 철저히 준비하겠습니다. ⋯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습니다. 셋째,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도 다시 들여다 보고 고칠 것은 바로 고치겠습니다.
⋯
저희가 치열하게 도전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삼성전자가 다시 한번 저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 전영현
2024년 3분기 삼성전자의 매출은 97조 원, 영업이익은 8조 9,000억 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75% 급증한 수치였다. 하지만 이는 어닝쇼크였으며 주가 역시 계속 하락하여 11월 14일 일시적으로 주가가 4만 원대로 진입하기도 하였다. 삼성전자는 한순간에 흉흉한 소문의 주인공이 되었다.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발표한 사과문은 그것이 단지 뜬소문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사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미래에는 먹구름은커녕 화창한 날들이 계속될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한 희망과 믿음에는 다음 한 문장이 결정적인 기폭제였다. “Jenson Approved.”
NVIDIA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인 GTC 2024에서 삼성전자는 “5세대 HBM3E 12H”을 처음으로 공개하였다. NVIDIA CEO 젠슨 황은 삼성전자 전시 부스를 찾아 이 제품에 대해 ‘Jensen Approved(젠슨이 승인함)’라는 사인을 남겼다. 이 사인은 반도체 최강자인 NVIDIA에 삼성전자의 제품이 곧 납품될 것이라는 표식으로 보였고, 삼성전자가 NVIDIA와 함께 앞으로도 세계 반도체 시장을 끌어나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고조되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나도록 삼성전자의 납품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 대신 들려온 소식은 삼성의 HBM 칩이 NVIDIA의 퀄테스트(품질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NVIDIA 점유율과 영향력은 막강하다. 빅테크 기업들이 줄 서서 엔비디아의 AI 칩을 사 가고 있고 그 엔비디아의 칩에 HBM이 필요하다. NVIDIA는 전 세계의 HBM 대부분을 사들이고 있다. 그렇기에 NVIDIA 납품은 엄청난 기회인 동시에 절박한 사안이기도 하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이 기회를 잡는 데 계속 미끄러지며 점차 위기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NVIDIA, 두 기업의 현재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사실 삼성전자의 위기와 엔비디아의 호황은 같은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AI의 등장이다.
AI의 등장은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AI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한 결정을 내리는 알고리즘의 종류뿐만 아니라, 빠른 결정이 가능하게 하는 알고리즘의 속도이다. AI 알고리즘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AI 전용 칩”에 대한 아이디어가 제시되었다. 정확한 명칭은 “AI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로 주로 “AI 가속기”로 통용된다. 이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이 앞서 삼성의 부스에 전시되었던 메모리반도체 칩인 HBM이다. 최첨단 기술인 HBM은 기존 기술인 D램의 응용 버전으로,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마치 아파트와 같은 형태를 가진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단수(층수)가 높아지고 있으며, 높이 쌓아 올리는 와중에 D램들을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가 쟁점이다.
한국은 D램을 포함하여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할 만큼 기술에 있어 압도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었고, 부동의 한국 수출 1위 품목일 만큼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 경제에도 중요한 분야였다. 그중에서도 D램은 기존 시장에서 가장 유망하고 사업성이 높은 제품이었다. 메모리 반도체는 간단히 말해서 데이터와 프로그램 저장을 담당한다. D램은 특히 컴퓨터, 스마트폰에 적합한 제품이었고 긴 시간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큰 수익을 가져다줬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소비자 가전 수요가 부진하여 PC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재고 감축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며 D램 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9월 평균 PC용 D램 범용제품 고정거래 가격은 전월 대비 17.07% 급락했다. 이러한 하락세는 메모리 반도체 전반에 적용되었다. 삼성전자는 이 하락세에 휩쓸려 영락없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또 다른 반도체 기업인 SK 하이닉스는 하락은커녕 HBM이라는 풍선을 안고 높이 떠오르고 있는 듯 보인다. 함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어째서 다른 길을 겪게 되었을까?
별의 중심부는 우주의 원소들을 만들어내는 화학공장과도 같다. 지금까지 자연에서 발견된 원소는 총 94개이다. 그런데 이 중 빅뱅으로 생성된 원소는 수소와 헬륨 등 아주 가벼운 원소뿐이다. 가벼운 원소를 품고 있는 별은 뜨거운 중심부에서 수소처럼 가벼운 원소들을 점차 무거운 원소들, 즉 탄소, 산소, 마그네슘, 규소, 그리고 철로 만들어 나간다. 그러나 우주에는 철보다 무거운 60여 종의 원소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HBM은 1세대 HBM으로 시작하여 현재 5세대 HBM3E까지 개발·양산되었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HBM을 개발한 것은 SK하이닉스다. 반면 HBM을 처음으로 양산해 낸 건 삼성전자였다. 2010년대까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최초의 개발과 양산 순서를 엎치락뒤치락하였다. 이 기술 경쟁으로 한국 메모리 반도체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끊임없는 개발과 발전으로 혁신적인 제품이 계속해서 탄생했다.
<그림 2: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기술 타임라인>
두 회사의 성패를 가른 건 3세대 HBM, HBM2E부터이다. SK 하이닉스는 2020년 HBM2E 양산에 성공한 이후 늘 삼성보다 한발 앞서 HBM 시장을 주도해 나가기 시작한다. 현재 HBM3는 SK하이닉스가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HBM의 평균 판매 단가는 D램과 비교해 5배가량 비싸다. SK하이닉스는 덕분에 작년 4분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빠르게 흑자전환에 성공하였다. 이러한 성공 뒤에는 SK하이닉스의 긴 준비 기간이 있었다. HBM이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의 1%도 차지하지 못하던 2016년부터 SK하이닉스는 HBM의 가능성에 집중했다. 당시만 해도 HBM을 상용화한 기업이 없던 때였다. 반면 삼성전자가 후발주자로 밀려난 건 2019년에 삼성전자가 HBM 연구개발팀을 해체했다는 사실을 미루어볼 때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아직 HBM을 찾는 고객사가 많지 않던 2019년 삼성은 HBM의 성장성을 회의적으로 보았다. HBM은 성능은 뛰어나지만, 너무 비쌌고, AI 시대가 도래하기 전 HBM은 지나치게 고사양인 제품으로 보였다. 삼성전자는 성공했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만을 선택하며 탐험으로 인한 비용 지출을 아꼈다. 하지만 AI 시대가 도래하고 삼성전자가 창고로 치워뒀던 HBM은 세계 메모리 시장의 가장 핵심적인 제품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의 실책은 기술적 격차를 크게 키웠다. 삼성전자 권오현 전 회장이 강조하던 “초격차”는 더 이상 삼성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NVIDIA의 공급업체 관리 방식으로 인해 이 실책은 더 치명적이다. NVIDIA는 계약 순서에 따라 공급업자에 대한 조건을 매우 다르게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번째 공급사인 핵심 공급사는 가장 높은 단가로 제품을 납품할 수 있으며 개발 과정에서도 여러 편의를 제공받는다. 세 번째 순서가 되면 핵심 공급사의 규격에 맞추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더 큰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가격은 원가 정도를 책정하며 물량도 소량만 수주하기에 세 번째 순서가 되면 매우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그렇기에 공급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첫 번째, 두 번째 공급사는 각각 한국의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러지가 차지함에 따라 삼성은 세 번째 공급자 자리를 따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이미 꼴찌가 확정된 레이스를 만회할 방법은 단 한 가지이다. 새로운 레이스를 시작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제품인 HBM4 시장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축적된 기술력과 역량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정답을 맞히기 위해선 오답 노트가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실책, 그 뒤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던 걸까?
2010년대 후반부터 글로벌 경쟁 격화, 각종 비용 상승에 더불어 리더십 리스크도 발생하면서 삼성은 재무 라인을 중심으로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가전, 스마트폰, 반도체 사업 부문마다 원가 절감 방안을 찾아냈고 그 효과는 만족스러웠다. 코로나 19위기 속 다른 기업들이 위기를 겪을 때 삼성전자는 이 효율적인 재무 구조가 있었기에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2020년대에 들어 설계 경제성 검토(VE)라는 원가 절감 담당 부서가 신설될 정도로 원가 절감은 경영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22년 이후부터 원가 절감 경영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삼성 제품의 품질 저하로 가장 먼저 드러났으며 결정타는 반도체에서 터졌다. 원가 절감은 도전과 혁신을 가로막았고 선행 기술에 대한 준비는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주력 상품이던 D램에 온 신경을 기울이며 수익성을 최대로 끌어 올렸지만,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간 삼성전자는 정체되고 말았다.
원가 절감 기조에 더해, 재무적인 성과가 강조되는 분위기는 직원들의 태도 또한 뒤바꾸어놓았다. 누구도 회사의 선택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확인되는 문제조차 외면하였다. 이는 앞서 제시됐던 삼성전자의 사과문 속에도 드러나 있다. 전 부회장은 당면한 위기 극복 방안으로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보다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의 혁신을 강조했다. 경쟁력 약화의 근본 원인으로 부서 간 소통의 벽, 그리고 현재를 모면하기 위해 문제를 숨기거나 회피하는 문화 등을 꼽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균형점이 흔들렸다. 기존의 경쟁우위만을 활용하는 역량으로 조직의 자원이 과도하게 쏠리며 새로운 기술과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던 혁신의 불씨가 서서히 꺼졌다. 힘의 균형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고 급변하는 외부 날씨에 탓에 기업에는 큰 금이 가고 말았다. 혹자는 삼성을 포디즘의 마지막 챔피언이라고 한다.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통하며 대기업들의 수익이 시스템적 통제 속에 안정적으로 장기간 유지되던 포디즘의 시대가 머물고 있고, 삼성은 그 시대와 함께 저물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삼성은 한국의 시가총액 1위 기업인만큼 경제에 전반적으로 끼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그렇기에 삼성의 리스크는 개별 기업의 문제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거대 기업의 퇴보는 한 국가의 경제와 어떻게 연결될까?
이에 대한 가능성을 20년 전의 한 기업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거대한 별이 수명을 다해 핵연료를 모두 소진하면, 핵융합 반응이 멈추고 중심핵이 식기 시작한다. 힘의 균형이 깨지며 거대한 중력의 힘을 더 이상 막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별의 정중앙을 통해 모든 것이 낙하한다. 지구 질량의 백만 배에 달하는 물질이 단 15초 만에 무너져 내리게 된다. 이때의 속도는 광속의 25% 수준에 달한다. 별의 중심으로 추락한 물질들은 엄청난 반동으로 빠르게 튕겨 날아간다. 이 순간이 우리가 목격하는 초신성 폭발, 즉 Supernova이다.
1990년대는 바야흐로 휴대용 전화기의 시대였다. 이 시대와 함께 떠오른 샛별은 핀란드의 한 회사로 강 이름을 딴 Nokia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었다. 1865년 목재 펄프 공장으로 시작되었던 Nokia는 1980년대 원자재 생산업체에서 1980년대에 전자제품 제조업체로 탈바꿈한다. Nokia엔 핀란드라는 지리적 이점이 있었다. 당시 핀란드는 휴대전화 사용자 밀도와 인터넷 컴퓨터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정보 사회의 모델로 불렸다. 핀란드는 Nokia에 훌륭한 테스트 시장이 되어주었고 Nokia는 휴대전화 생산 및 피드백 경험을 풍부하게 쌓을 수 있었다.
1992년 새롭게 취임한 요르마 올릴라(Jorma Ollila) 회장의 리더십 아래 Nokia는 빠르게 발전하며 세계 최고로 올라설 역량을 키워냈다. Nokia는 1위가 아니거나 1위가 될 가능성이 없는 사업은 모두 과감하게 정리하며 핵심역량 구축에 집중하였다. R&D 부서에 막대한 투자를 하여 최신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했으며, 혁신적인 디자인과 뛰어난 품질관리는 Nokia의 주요 경쟁력이었다. 내부적으로는 기업 전략이 구성원들과 모두 공유되는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형성되고 있었고 조직원들은 모두 모바일 통신 산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유연하고 시장 대응력이 높은 조직 구조가 갖추어졌다. Nokia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1998년 Nokia는 6,100시리즈를 4천 100만 대 판매하여 휴대전화 제조 사업의 1등으로 등극한다. 1998년 기준 Nokia는 핀란드 GDP의 12%를 차지하였고 수출 기준으로는 무려 33%를 담당하고 있었다. 전체 직원의 50%가 핀란드인이지만, 국내 매출은 4%에 불과하였기에 Nokia의 성장이 같은 속도로 계속된다면 10년 뒤에는 핀란드의 국가 예산 규모를 넘어설 것이란 예측도 존재하였다.
<그림 4: Nokia 3210 시리즈>
이러한 예측이 현실이 될 듯 Nokia는 계속해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세계 최고이자 혁신적인 핸드폰 제조사의 명성에 걸맞게 Nokia는 많은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최초의 자동차용 전화기”, “최초의 휴대용 전화기”, “최초의 GSM 방식의 전화 통화”, “최초의 안테나 없는 핸드폰”, “최초의 카메라 장착 핸드폰”, “최초의 3G 핸드폰,” Nokia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하늘을 뚫을 듯 달려가던 Nokia 열차는 갑작스러운 변곡점을 만난다. 바로 2007년 애플의 아이폰 발표였다. 이 변곡점을 기준으로 Nokia 열차는 내리막길 코스에 접어든다.
애플의 아이폰 출시는 핸드폰 시장의 판도가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Nokia가 주도하던 피처폰 중심의 시장에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시장 질서가 정립됐다. 대략 1년 후인 2008년에 Nokia는 최초의 터치식 스마트폰 the 5800 Xpress Music을 출시한다. 이 모델은 800만 대가 팔렸지만, 터치 수준에서 혹평을 받으며 Nokia로서는 매우 아쉬운 성적표를 받는다. 이는 수익의 문제만이 아니라 고품질과 혁신의 아이콘에 완전한 금이 가는 사건이었다. Nokia에 위기감이 고조되던 2008년, 안드로이드 버전 1.0이 출시되며 Nokia의 추락에 가속도가 붙는다. Nokia 3분기 이익은 30% 폭락하고 매출은 3.1% 하락한다. 동시기 아이폰 매출 증가율은 무려 330%였다. 2009년 Nokia는 세계적으로 1천 700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시작한다.
새로운 CEO, 스티븐 엘롭의 지휘하에 Nokia는 변화와 혁신을 단행하고자 하였다. 변화에 앞서 엘롭은 다음과 같은 메일을 전 사원에게 보낸다.
파이퍼 알파 폭발 사고와 불타는 플랫폼
1988년 7월 6일, 북해의 원유 시추 플랫폼 파이퍼 알파에서 연이은 화재와 폭발이 발생했다. 51m/s의 바람과 30m 높이의 파도를 견딜 수 있으며 전체 높이는 해저에서부터 230m로 한국의 63빌딩과 맞먹는 크기를 가진 이 플랫폼에는 228명의 인부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화재로 인해 보트로 갈 수 없게 된 134명의 인부는 헬기장 아래에 모여 구조를 기다렸다. 하지만 불길이 너무 강해 구조 헬기는 다가올 수 없었고 열을 버티지 못한 고압 가스관은 연속적으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파편은 800m까지 날아갔고 1.5km 떨어진 선박에서도 폭발이 느껴졌다. 당시 불타는 플랫폼에 서있던 인부들의 선택지는 두가지였다. 플랫폼의 크레인 안에서 구조를 기다린다. 혹은 30m 아래 검은 기름으로 얼룩진 차가운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만약 당신이 그 플랫폼 위에 서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하였겠는가?
마지막 폭발로 크레인은 떨어지고 해저 145m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 안에 있던 81명의 인부는 전원 사망하고 말았다. 살아남은 인부는 전부 얼음 바닷속으로 목숨 걸고 뛰어든 이들이었다.
저는 우리가 불타는 플랫폼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불길이 여기저기서 치솟고 있습니다. 이글거리는 화염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경쟁사들이 우리 시장에 불길을 던지는 동안 우리는 무얼 했습니까.
⋯
이것은 우리가 내려야 할 결정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시장 점유율만 잃은 게 아닙니다. 소비자 마음의 점유율을 잃었고 시간도 잃었습니다.
우리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습니까. 세상이 온통 달라졌는데 왜 우리는 뒤쳐졌습니까.
⋯
우리는 불타는 플랫폼에 가솔린을 부었습니다. 책임감도 부족했습니다. 혼란스러운 시기에 회사를 정비해 끌고 갈 리더십도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잇따라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우리는 빨리빨리 혁신하지 못했습니다. 내부에서 협력하지도 않았습니다.
⋯
우리는 전진할 길을 뚫고 있습니다. 우리가 합심하면 우리 앞에 놓인 장애물에 맞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합심하면 우리 미래를 좌우할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불타는 플랫폼에서 사내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플랫폼이 불타고 있었기에 사내는 자신의 행동을 바꿨고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과감하고 용감하게 발걸음을 땠습니다. 이제 우리도 이렇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스티븐 엘롭
하지만 기존의 OS(운영체제)인 심비안을 MS의 OS로 교체한다는 엘롭의 파격적인 결정은 남아있던 고객들과 직원들마저 이탈시키며 Nokia를 무너뜨린 최악의 수가 되고 말았다. 결국 Nokia의 전부였던 휴대폰 사업부는 2013년 9월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되었다.
별의 대부분이 우주로 날라가 버린 뒤 남아있는 중심핵의 밀도는 극도로 높아진다. 이때 중심핵의 질량이 태양이 1.4~3배 사이일 경우, 이 중심핵은 중성자별로 변모한다. 중성자별의 밀도는 엄청나다. 작은 숟가락 하나의 양이 10억 톤에 달하는 무게를 가지는 정도다. 중성자별은 빛조차 휘게 만드는 강한 자기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중성자별에서 방출하는 감마선은 몇광년 밖에 있는 행성도 피폭시킬 수 있다. 만약 남아있는 중심핵의 질량이 더 크다면, 빛을 포함한 어떤 물질도 탈출 할 수 없는 시공간상의 중력 특이점, 블랙홀이 형성된다.
압도적인 시장 지위와 기술력을 가지고 있던 Nokia가 왜 핸드폰 시장에 처음 진입한 애플에게 이토록 쉽게 무너졌을까?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Nokia는 사실 스마트폰 시장에 애플보다 이른 시점에 뛰어들었다. Nokia 중간 간부였던 하카라이넨의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현재가 우리가 떠올리는 스마트폰과 비슷한 형태의 제품이 아이폰 출시 3년 전에 이미 Nokia 내부적으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불확실한 수익성으로 인해 새로운 시도와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내부 오판으로 스마트폰 개발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2004-2007 기간 동안 Nokia의 총 R&D 투자액은 €17,1B에 달한다. 같은 기간 동안 애플의 투자액이 $2,5B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면, 기업 규모를 감안하고서라도, Nokia가 지속적인 혁신과 제품 개발의 중요성을 외면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넓은 터치스크린으로 인터넷의 기능을 구현하는 새로운 모델은 끝내 승인되지 않았다. 시장의 규모가 문제였다.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 되기 이전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규모는 피처폰 시장과 비교했을 때 매우 작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2006년 Nokia의 신임 CEO는 위험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피처폰 강화 전략을 선택한다. 스마트폰 사업부는 피처폰 사업 부문으로 통합되었고, 후속 스마트폰 연구개발에는 제동이 걸렸다.
스마트폰을 무시한 건 단순히 하드웨어적 문제뿐만이 아니었다. 애플은 하드웨어 자체뿐만 아니라 이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와 성공적으로 통합하여 생태계를 구축하며 독자적인 지위를 얻게 되었다. 당시 Nokia는 자체 운영 체제(OS)인 ‘심비안’을 사용하였다. 심비안은 피처폰에 특화된 운영 체제였다. 자연스레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자 운영 체제의 확장성에 문제가 발생하였다. 아이폰이 메가 히트를 치자 Nokia도 사내 기술을 활용하여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해당 스마트폰에 탑재된 심비안은 편리성과 호환성 면에서 애플의 운영 체제인 iOS에 크게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고객의 입장에서도 불편을 초래했지만, 또 다른 주요 참여자인 앱 개발자들 또한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었다. 2008년 아이폰의 앱스토어(App store)는 이러한 측면에서 혁신적인 방식이었다. 앱 스토어는 개발자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전 세계에 앱을 배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반대로 앱 스토어는 많은 개발자들을 끌어들임으로써 애플 생태계 내에 고객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풍부하게 생성되도록 한다. 많은 콘텐츠는 고객을 끌어들이고 많은 고객은 다시 개발자를 끌어들이며 더 많은 콘텐츠가 제작되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피처폰 기반의 OS인 심비안을 탑재한 Nokia의 핸드폰은 애플의 이러한 전략을 모방하기 어려웠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 그리고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던 와중에도 Nokia는 명확한 한계에 봉착해 있었다. 2008년 출시된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Nokia를 더욱 무력하게 만들었다. 애플이 iOS와 그에 기반한 애플리케이션을 자사 상품에만 장착할 수 있는 폐쇄적인 생태계를 구축한 것과 달리,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다른 업체들이 응용할 수 있게 하였을뿐더러 이 운영체제를 무상으로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에게 제공하였다. 이러한 전략으로 현재 세계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5개 중 4개에 안드로이드가 장착되어 있으며 삼성의 갤럭시 제품이 그중 하나이다.
핀란드경제연구소의 지르키 알리이르코는
Nokia가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는 문화 탓에 실패하였으며 “스스로의 성공에 희생당했다”고 지적했다.
초신성 폭발은 별의 장렬한 죽음인 동시에 중성자별 또는 블랙홀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파괴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초신성 폭발은 우주에 있어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별의 중심에서 만들어지는 원소 이외의 60 여종의 원소가 이 초신성 폭발로 만들어진다. 동시에 별의 내부에 있던 원소들을 폭발과 함께 우주공간으로 흩뿌려진다. 우주로 내보내진 물질들은 새로운 별이나 행성이 씨앗이 된다. 따라서 초신성 폭발은 우주의 화학적 진화를 이끄는 것이다.
Nokia는 핀란드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제1의 대기업이었다. 그렇다면 핀란드는 Nokia의 실패에 희생당했을까? 현재 핀란드의 1인당 GDP는 $55,130으로 독일($54,290), 영국($51,070)보다 높은 수치를 보인다. 이는 Nokia의 최전성기 시절인 2007년과 비교해 봐도 놀라운 성적표이다. 2007년 당시 핀란드의 1인당 GDP는 $48,476으로 영국($50,397)과 독일($41,640)의 중간 정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Nokia의 쇠퇴 이후 현재의 핀란드는 분명 회복된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한 단계 더 점프하여 소강국(小强國)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림 6: Nokia와 핀란드 경제>
Nokia는 1998년부터 2007년까지 핀란드 성장의 1/4에 기여했다. 같은 기간 동안 핀란드 R&D(연구 개발) 투자의 30%, 법인세의 23%가 Nokia로부터 나오고 있었다. Nokia의 몰락으로 핀란드 경제는 크게 휘청일 수밖에 없었다. 더더욱 2008 글로벌 금융위기를 간신히 수습한 직후였기에 그 충격은 더 크게 다가왔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핀란드 경제가 옛 소련 붕괴와 같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핀란드는 20여 년 전 최대 교역 파트너인 소련의 붕괴 직후 장기 침체에 빠진 경험이 있었다.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처럼 보였다. 전 세계 경제지는 Nokia의 몰락으로 핀란드 경제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라 관측했다.
그러나 핀란드의 경제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공룡 기업이 붕괴한 자리에는 작지만, 혁신적인 다수의 스타트업이 자라났다. 사회적으로 큰 기업에 의존하기보다는 건강한 창업 생태계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Nokia가 핀란드 R&D(연구 개발) 투자의 30%를 담당하고 있었을 만큼 Nokia 조직 안에는 유능한 엔지니어와 기술자들이 모여있었는데, Nokia의 폭발과 함께 이들이 스타트업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핀란드 정부는 이들을 위한 엄청난 규모의 지원 정책을 내놓으며 핀란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는 자연스레 스타트업 붐으로 이어졌고 그 덕분에 Nokia의 인력은 실업자가 아닌 창업가, 혁신가가 될 수 있었다.
2010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IT에 종사하는 응답자 중 77%가 “Nokia의 쇠퇴가 핀란드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핀란드 외교통상부 장관인 Alexander Stubb는 다음 공룡 기업에 대한 사람들의 질문에 “내가 원하는 건 제2의 Nokia가 아닌, 100개의 새로운 Nokia이다”라고 답하며 다각화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핀란드의 인구는 대략 558만 명으로 유럽 인구의 4%에 불과하지만, 유럽 전체 스타트업의 4분의 1이 핀란드에서 탄생하고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기업으로는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 엔터테인먼트와 ‘클래시 오브 클랜’을 만든 슈퍼셀이 있다. 경영학 교수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Erkko Autio는 “Finnish Paradox”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오히려 안정적인 대기업의 존재가 핀란드의 기업가정신을 가로막았다고 지적하며 Nokia의 실패 이후 핀란드에 형성된 활발한 창업 문화와 세계에 진출한 다수의 중소기업의 성장에 주목했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속의 산소, 혈액 속의 철분, 지구의 핵을 이루는 원소들이 모두 이러한 별의 폭발로 인해 만들어진 물질들이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말했듯, 우리는 “별의 자손이다.” 결국, Supernova는 거대한 별이 자신의 일생을 마무리하고, 우주의 새로운 질서와 탄생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파괴와 창조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순환하는 우주의 이야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이 Nokia와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예측은 다소 과장된 면이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사태가 일깨우는 경각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고 대기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으며, IT 강국이라는 점과 더불어 역사적으로도 핀란드와 유사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삼성 리스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대기업이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들을 무조건 보호하려는 태도는 장기적으로 경제 구조를 병들게 할 가능성이 있다. Nokia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비효율적이고 거대한 조직이 붕괴하면, 그 과정에서 인적·물적 자원이 사회 전반에 흩어져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형성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고장 난 구조를 허물고 미래를 재구성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Nokia의 몰락이 핀란드 경제에 미친 충격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던 반면, 삼성전자의 몰락은 한국 경제에 훨씬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수직계열화, 순환출자구조, 복잡한 지배구조 등은 기업 개별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심각한 파급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삼성전자의 supernova는 Nokia와는 다른 차원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결책은 단지 기업 내부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회 전반에 걸친 균형점을 찾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위험 신호를 흘려보내지 않고, 우리 사회의 균형점과 그에 도달하는 방법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성찰이 오늘날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인간은 별의 먼지에서 탄생했다. 인간의 몸 안에는 광활한 우주의 역사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우주의 진리는 평범한 인간 안에 있다. 우리의 피 속을 흐르는 철, DNA를 구성하는 원소들은 모두 과거 언젠가 별 속에서 생성되었다. 별들의 먼지로 구성된 우리 몸은 별의 탄생, 진화, 죽음과 초신성 폭발을 기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구와 같은 행성도 만들어졌고, 인체를 구성하는 원소들이 지구에 마련되었다. 우리 모두 아주 먼 과거에는 별 속에 있었다. 결국 우리 모두에게는 빅뱅과 별과 물질의 순환을 통해 이루어진 전 우주의 장엄한 역사가 새겨져 있다.”
칼 세이건
[참고자료]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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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그림 및 도표
<그림 1> Oh Ro-ra, “Jensen Huang signs 'Approved' on Samsung's HBM3E, confirms Nvidia in qualification process”, The Chosun Daily, 2024-03-21
<그림 2> 제작
<그림 3> 곽노필, “휴대용 전화기 시대 성큼”, 한겨레신문, 2993-07-18
<그림 4> Nokia
<그림 5> 제작
<그림 6> 윤덕균, “Nokia 침몰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었던 비결”, KSAM Magazine, 2018-02
<그림 7> Rovio Entertain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