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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94호 매듭 08화

[경영] 야구보러 갈 준비 완료

편집부원 정준용

by 상경논총

야구보러 준비 갈 완료!

편집부원 정준용

'꿈의 천만관중' 시대 열렸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 (연합뉴스, 2024.09.16.)

"야구 인기 어디까지"…야구대표팀 평가전도 매진 행렬 (한국경제, 2024.11.02.)

"중독성으로 전세계 센세이션”… 기아 '삐끼삐끼 춤' NYT도 주목 (조선일보, 2024.08.28.)

프로야구 사상 첫 천만 관중 달성, 대표팀 평가전의 연이은 매진 행렬, 그리고 우리 사회의 유행으로 자리잡은 '삐끼삐끼 춤'까지, 프로야구를 빼놓고는 올해의 한국 사회를 논할 수 없다. 승부의 향방을 바꾼 결정적인 한 방, 9회 말 극적인 끝내기의 순간, 새로운 스타의 멋진 플레이 등 언론에서도 이례적인 프로야구의 인기를 다루기에 바쁘다. 이처럼 올해 프로야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그 덕분인지 올해 KBO 정규 시즌의 관중 입장은 1,000만을 넘겼고, 티켓 수입은 사상 처음으로 1,500억원을 돌파했다. 모두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사상 최대치다. 넘치는 화제성에 힘입어 중계권료도 대폭 올랐다. KBO는 지난 2월 지상파 방송 3사와 3년 간 1,620억원에 방송 중계권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4월에는 티빙과 3년 간 1,350억원 규모의 온라인 독점 중계 계약을 맺었다. 이는 지난해 대비 두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각 구단에게 돌아갈 중계권료는 전년 대비 2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구단은 유니폼 등 다양한 굿즈를 판매해 추가 수익을 내는데, 이 곳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었다. 이번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가 대표적이다. 구단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올 시즌 굿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10% 증가했다. 특히 약관의 나이에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떠오른 KIA의 김도영의 기념 유니폼은 하루 사이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통적 굿즈 판매에서 벗어나 색다른 판매 전략을 제시한 구단도 있다. 두산베어스는 지난 9월 인기 캐릭터 ‘망그러진곰’과 팝업스토어를 개장해 단 일주일 간 약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처럼 프로야구단은 야구 흥행의 한 가운데에서 직접적 수혜를 입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으로서 야구단의 경영 실적도 ‘홈런’을 터뜨릴 수 있을까. 흥행 대박만큼이나 프로야구는 돈이 되는 사업일까?

흥행 ‘홈런’에도 실적은 ‘아웃’ 직전

KBO 10개 구단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라는 말이 다소 무색해진다. 작년 10개 구단의 총매출은 6150억원, 평균 615억원으로 중소기업 수준에 그친다. 기아 타이거즈, LG 트윈스, KT 위즈, 한화 이글스 등 네 곳이 영업적자를 냈고 흑자 구단 역시 그 수준이 미미하다. 전년도인 2022년에는 6개 구단이 적자였다. 또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한 9개 구단은 결손금을 안고 있다. 수 십년 간 야구단을 운영하며 얻은 결과가 적자라는 뜻이다. 특히 기아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는 자본총계가 음수(-),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이는 누적 적자가 자본금을 초과한 상태로, 일반적인 회사의 경우 존속이 불투명하다.

모기업 지원을 빼면 사정은 더 나빠진다. 프로야구 경기를 보면 선수 유니폼, 헬멧, 모자 등에 그룹 계열사 이름이 들어간 것을 볼 수 있다. 구단은 이를 명목으로 그룹의 계열사들에게 광고비를 받는다. 그룹 계열사와 야구단 사이의 거래는 ‘특수관계자 거래’로 별도로 분류하여 공시하는데, 모기업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 외 9개 구단의 특수관계자 매출은 전체의 30~50%에 이른다. 즉, 각 구단 별로 최소 200억에서 많게는 300억을 모기업에게 지원받고 있으며, 지원액을 감안하더라도 적자를 기록하는 ‘밑 빠진 독’인 셈이다.

그렇다면 구단들은 역사적 야구 호황 속에서도 경영 사정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또한 키움 히어로즈는 어떻게 모기업 없이 안정적인 구단 운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 대표적 구단인 삼성 라이온즈와 그 반대인 키움 히어로즈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며 야구단의 형태 별 경영 방식의 차이를 알아보자. 또한 공시된 2023년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올해 수익을 추정하여 흥행에 따른 수익성 개선 여부를 판단해 보자.


1)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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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 1] 삼성 라이온즈 재무상태표(좌), 손익계산서(우)


영업보고서 상 삼성 라이온즈(이하 라이온즈)는 프로야구단 부문과 레포츠사업 부문으로 나뉜다. 이 중 레포츠 사업부문은 서울시에 위치한 국내 최대규모의 스포츠센터인 삼성레포츠센터를 운영한다. 삼성그룹은 경제적 지원을 위해 1993년 삼성 라이온즈에 레포츠센터를 귀속하였으며, 삼성 외에도 두산 베어스(보험업) 등 모기업이 프로야구단의 재정 지원을 위해 일부 사업을 야구단에 이전한 사례가 존재한다.

라이온즈는 재무상태표 상 약 242억원의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175억원은 현금이다. 비유동자산은 총 111억원으로, 이 중 100억 이상이 구단 사무실과 훈련시설에 해당한다. 라이온즈의 홈구장인 삼성라이온즈파크는 대구광역시 소유로, 건설 시 625억원을 투자한 삼성전자가 운영권을 전달받아 이를 다시 삼성 라이온즈에게 지급한 형태로서 삼성 라이온즈의 자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삼성레포츠센터 역시 2013년 삼성생명에 501억원에 매각하여 현재는 운영권만 보유한 상태로, 비유동자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외 주목할만한 점은 178억원의 유동부채다. 얼핏 많아 보이나, 이 중 120억원은 레포츠센터 관련 선수수익과 예수보증금에 해당한다. 즉, 재무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부채가 아니다. 다른 항목 역시 이자비용이 발생하는 이자부부채가 아닌 미지급금, 예수금 등에 해당해 실질적으로 삼성 라이온즈가 부채를 이용해 조달한 금액은 없다. 추측컨데 수입원이 부족한 프로야구단 특성 상 부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은 음수(-)를 보이는 자본총계다. 삼성 라이온즈 설립 후 43년 간 운영한 결과 총 43억원의 누적적자(결손금)가 발생했고, 이는 자본금을 초과하여 결국 자본잠식 상태가 되었다. 즉, 라이온즈는 부채를 통해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없고 자본금도 바닥난 재정적 파탄 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 기업과 달리 삼성그룹(제일기획)이 특수관계자 매출 형태로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고 있어, 운영 상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매출은 입장수입, 구장운영수입, 광고수입, 사업수입, 임대수입, 이적료수입으로 구분된다. 입장수입은 홈, 원정 경기의 티켓 수입에 해당하고, 구장운영수입은 삼성라이온즈파크 내부 상업시설 운영 수입으로 추정된다. 광고수입은 구장 내외 광고와 유니폼 광고 등 광고를 통해 얻는 수입이며, 임대수입은 훈련시설과 야구단 사무실 관련 시설 일부를 임대하여 발생한 수입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적료수입은 FA 이적 및 트레이드 시 관련 규정에 따라 선수를 보낸 구단에게 주어지는 수입이다.

라이온즈의 지난해 입장수입은 총 113억원으로, 지난해 관중 수 84만 5775명에 대입할 시 1인당 티켓 단가는 약 1만 4500원으로 추정된다. 구장운영수입 37억원의 경우 삼성 라이온즈 파크 내 운영 중인 상업시설을 통해 발생한 매출로, 대구시와의 계약에 따라 구장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 모두 라이온즈에 귀속된다. 구장 운영 비용으로 매출원가 상 구장운영원가가 53억원이 발생하나, 이 중 20억원은 삼성전자에게 홈구장 임차료 명목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이를 제외 시 사실상 운영수익과 운영비용이 동일한 상태다. 다음으로 광고수입은 구장 및 유니폼 내외에 부착하는 광고를 의미한다. 광고 대부분은 삼성 계열사에서 진행하며, 실제 광고매출 371억 중 301억은 삼성 계열사에서 발생하였다. 사업수입 중 180억원은 레포츠센터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이 중 계열사 향 매출은 60억원이다. 하지만 레포츠센터 자체가 재정적 지원을 위해 모회사가 야구단에 귀속한 것이므로 사실상 180억원 전체를 모회사의 지원금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KBO 중계권료 76억원은 그 성격에 따라 광고수익과 사업수익에 나뉘어 할당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총 매출 744억 중 약 480억원이 삼성그룹의 지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이를 제한 실질적 매출은 270억원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선수단 운영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구단의 높은 모기업 의존도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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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 2] 삼성 라이온즈 2024 추정 손익계산서

2024년 시즌이 마무리된 현 시점에서, 현재의 흥행 실적을 바탕으로 삼성 라이온즈의 추정 손익을 계산해보았다. 삼성 라이온즈는 전 구단 중 홈 관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구단으로, 이를 참고하여 입장수입과 구장운영수입을 추정하였다. 라이온즈 파크 내 상업시설 임대차 계약은 매출 비례로 이루어지기에, 구장운영수입 역시 관중 증가율을 참고하여 계산하였다. 이외에는 공개된 자료를 참고하였으며, 자료가 없는 영역에 대해서는 OECD에서 제시한 한국 물가 상승률 전망치 2.6%를 준용하였다. 계산 결과 관중을 통한 수입이 크게 증가하여 60억 이상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492억원의 모기업 지원 금액이 포함된 것으로, 여전히 자생적 구단 운영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2) 키움 히어로즈 (서울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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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 3] 키움 히어로즈 재무상태표(좌), 손익계산서(우)

키움 히어로즈(법인명 서울 히어로즈; 이하 히어로즈)의 재무상태표 상 자산총액의 대부분은 248억원의 현금으로 구성되어 안정적인 모습이다. 또한 비유동자산이 보증금, 집기비품, 임차보증금의 세 항목으로 구성되어 단 7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즉, 모든 시설을 임차하고 있는 것이다. 부채 중 눈에 띄는 것은 20억원의 유동성장기부채로, 구단의 최대주주 이장석씨가 직접 회사에게 빌려준 것이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안정적 수입원이 부족한 프로야구 구단의 특성 상, 특수관계인에게 차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구단의 현금 보유액을 미루어 보아 문제없이 상환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지난해까지 약 20억원의 결손금이 존재하였으나, 금년에 발생한 대규모 흑자를 통해 170억원의 잉여금이 생겼다. 히어로즈는 꾸준히 잉여금을 축적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를 소진하여 ‘22년 결손금이 발생하였다.

매출원은 손익계산서 상 크게 ‘운동장수입’, ‘광고수입’, ‘기타수입’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운동장수입의 경우 히어로즈의 홈 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이하 고척돔)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뜻한다. 홈 구장에서 발생한 티켓 매출의 72%와 고척돔 내 일부 상업 시설에 관한 매출 등이 운동장 수입에 해당한다. KBO 연감에 따르면 작년 히어로즈의 홈경기 입장 수입은 71억2165만원이므로, 2023년 고척돔의 상업시설에서 발생한 기타 수익은 약 24억 원으로 추정된다. 히어로즈는 서울시와 ‘운영위임’ 계약이 아니라, ‘일일대관’ 계약을 맺고있어, 상업시설 수익이 타 구단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원칙적으로는 일일대관 계약의 경우 상업시설 운영이 허가되지 않으나, 서울시에서 히어로즈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구장 내 광고 및 일부 상업 시설 운영을 허가하였다. 또한 2023년 고척돔의 총 관중 수는 58만3000명으로, 관중 당 평균 티켓 단가는 약 1만7000원으로 추산된다. 다음으로 광고수입은 크게 네이밍 스폰서, 야구장 내 광고, 유니폼 광고 등으로 나뉜다. 먼저 네이밍 스폰서는 말 그대로 구단의 이름과 관련된 스폰서이다. 현재는 키움증권이 네이밍 스폰서에 해당하며, 계약에 따라 2028년까지 구단의 본래 명칭인 ‘서울 히어로즈’ 대신 ‘키움 히어로즈’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될 예정이다. 히어로즈는 이에 따라 매년 100억원을 지급받는다. 이외 82억원의 광고수입은 야구장 내 광고와, 유니폼 광고 수익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기타수입은 크게 선수 이적료, 중계권 수입, 원정경기 수입, 상품(굿즈) 판매로 나눌 수 있다. 먼저 2023년 히어로즈에 분배된 중계권료 수입은 76억원이었다. 다음으로 이정후 선수의 MLB 진출로 인한 이적료 245억원과, 한현희 선수의 FA 이적으로 4억원의 이적료를 받아 이적료 수입은 총 250억원이 발생했다. 작년의 원정경기 수입은 약 32억원으로, 상품 판매 및 기타 수입은 약 5억원으로 추정된다.

매출원가의 경우 ‘선수활동비’ 한 계정과목으로 분류되어 있어 상세한 내용은 파악하기 어려우나, 삼성 라이온즈의 ‘선수단운영비’, ‘경기출전비’, ‘경기진행비’ 계정과목을 합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 라이온즈는 세 계정 과목을 합해 417억원을 지출하였는데, 히어로즈는 단 300억원만을 지출했다. 물론 히어로즈의 연봉 총액이 삼성 대비 약 25억원 낮으나, 이를 감안해도 모회사가 없는 히어로즈는 타 구단과 비교해 긴축적으로 운영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키움 히어로즈는 2023년 191억원의 큰 흑자를 기록하는데 성공했고, 그 핵심에는 ‘긴축적 재정 운영’과 ‘스타 선수를 통한 이적료 수입’ 두 가지 요소가 있다. 홈구장 선정 시 일일대관 형태로 계약을 맺어 구장 관련 지출을 줄이고, 연봉 총액을 낮게 유지(24년 연봉총액 최하위)하는 등 효율적으로 구단을 운영하여 손익분기점에서 재정을 유지한다. 그리고 종종 발생하는 대규모의 포스팅 수입을 자생적 운영의 마중물로 삼는다. 실제로 히어로즈는 이정후 이전에도 지난 10년 간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의 미국 이적료로 총 300억원 이상을 받았고, 이 때의 잉여현금을 바탕으로 코로나 시기를 이겨냈다. 해당 사례를 통해 한국에서도 자생적 프로구단의 영업이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으나, 비경상적 수입인 이적료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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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 4] 키움 히어로즈 2024 추정 손익계산서

앞서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공개된 정보를 참고하여 키움의 24년 손익을 계산해보았다. 공시된 정보 외에는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활용해 보수적으로 추정하였다. 이에 따르면, 히어로즈의 주 수입원인 이적료 수입을 제외하였음에도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전년 대비 35억원 이상 증가한 관중 수입과, 30억원 이상 증가한 중계권료 및 스폰서 수입 덕분이다. 즉, 리그 내에서 얻은 수입을 통해 부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이적료 수입 없이도 흑자전환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 것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올해의 프로야구 열풍은 자생적 구단 운영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The show must go on

앞선 두 구단의 재무제표를 살펴본 결과 삼성의 경우 모기업의 매출 비중이 30%가 넘는 취약한 구조였고, 키움의 경우 자체적 BEP 달성이 가능하나 부정기적 수입에 의존한다는 약점이 존재했다. 그러나 올해의 야구 흥행이 두 구단 모두에게 자생의 첫 걸음을 내딛게 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팬들의 열정적 사랑에 힘입어 중계권료와 티켓 판매 모두 크게 증가했고, 그 결과 키움과 삼성 모두 이적료 수입을 제외하고도 안정적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리그를 운영하는 KBO 역시 유료화를 허용하고 중계권료를 지속적으로 인상하는 등, 구단들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비용을 크게 줄인 키움은 리그에서 아쉬운 성과를 이어가는 중이고, 삼성은 모기업의 지원 일부를 대체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구단의 완전한 자생을 이루어 낸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의 경우, 평균적으로 매출의 80%를 중계권료와 티켓판매에서 충당한다. 또한 해당 수익만으로 선수단 운영 비용을 모두 충당한다. 광고를 통한 수입은 전체의 수입의 10%에 불과하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야구 시장과 문화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한국 프로야구 역시 미국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대다수의 구단이 모기업에 과하게 의존한다면, 모기업의 상황에 따라 구단의 성과 역시 요동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구단의 성과에서 운영능력보다 외부 요소의 영향력을 높여 리그 전반의 경쟁력 약화와 팬들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팬들의 이탈은 결국 모기업의 의존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어 악순환을 가속화할 것이다. 결국 한국 프로야구의 진정한 자생을 위해서는 시장의 저변을 더욱 넓혀 모기업의 의존을 줄여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 KBO와 구단은 모기업의 의중을 살피기 보다 팬 서비스 강화와 마케팅 혁신을 통해 관중 수입과 중계권료 매출을 늘리고, 이를 통한 수익을 다시 구단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구단이 독립적인 수익 창출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모기업의 상황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구단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다. 2024년의 기록적인 흥행이 한국 프로야구 자생의 첫걸음이 되길 바라며, 43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 프로야구가 이제는 진정한 의미의 '프로'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우리들의 야구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하니까!


[참고자료]

1. 대구광역시, “대구야구장 사용 및 수익허가 계약서 체결 보도자료”, 2013-02-13.

2. 대구광역시 체육시설 관리 운영 조례, 대구광역시조례 제6000호, 2023.

3. 서울특별시립체육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서울특별시조례 제9394호, 2024.

4. 삼성라이온즈,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동산매도 공시”, 2013-11-07.

5. 삼성라이온즈, “삼성라이온즈파크 外 운영자 입찰 공고”, 2015-08-30.

6. 삼정회계법인, “주식회사 삼성라이온즈 감사보고서 (2023.12)”, 2024-04-11.

7. 다율회계법인, “주식회사 서울히어로즈 감사보고서 (2023.12)”, 2024-04-11.

8. 이투데이, “넥센, 내년부터 고척스카이돔 사용…일일대관 방식”, 2015-09-18.

9. 연합뉴스, “이정후, MLB 한국인 포스팅 최고액…SF와 6년 1천484억원 합의”, 2023-12-13.

10. 연합뉴스, “프로야구 히어로즈, 키움증권과 메인스폰서 5년 연장”, 2023-03-23.

11. 한국야구위원회, “2024 KBO 연감”, 2024-03-27.

12. 한국야구위원회, “2024 KBO 규약”, 2024-03-27.

13. 한국야구위원회, “KBO, CJ ENM과 2024~2026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 체결“, 2024-03-24.

14. 한국야구위원회, “KBO, 지상파 3사와 2024~2026 TV 중계방송권 계약 체결”, 2024-02-29.

15. OECD, “OECD Economic Outlook, Interim Report September 2024”, 2024-09-24.

16. Forbes, “Baseball’s Most Valuable Teams 2024”, 2024-03-28.

17. 김진세 외, 「국내 프로야구단의 재무제표 분석을 통한 경영전략 연구: 서울히어로즈 구단을 중심으로」, 한국체육학회지, 55(6), 2016, pp. 463-475.

[도표]

1. 삼성 라이온즈 재무상태표(좌), 손익계산서(우)

2. 삼성 라이온즈 2024 추정 손익계산서

3. 키움 히어로즈 재무상태표(좌), 손익계산서(우)

4. 키움 히어로즈 2024 추정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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