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남는 무엇

오차드

by 상경논총

여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콘서트나 영화를 보고 나서 여운이 남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콘서트를 보고 오면 그때의 현장감을 다시 느끼고 싶어 며칠 동안 같은 노래를 수십 번 들으며 여운을 느낀 적도 있다.


나는 여운을 느끼고, 그 여운 속에 잠기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을 다녀오면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을 보며 “역시 남는 건 사진뿐이야.”라며 봤던 사진을 보고 또 보며 그때의 감정을 다시 한번 느낀다. 그 사진이 지겨워지고 나서야 사진을 꺼내어 보는 걸 멈추곤 한다. 하지만 문득 생각이 나면 또 다시 그 사진을 꺼내어 본다. 여행을 가기 전 설렘, 여행을 하며 느끼는 즐거움,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의 여운까지가 모두 여행의 일부라는 생각도 든다. 그때의 감정을 다시 떠올리고, 그때 함께한 추억을 누군가와 나누며 행복을 느낀다. 함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도 하다.


흘러가는 시간을 잠시 멈추고, 지나간 시간을 다시 되돌아보며 옛 감정을 세세히 되새기는 것. 내가 느꼈던 감정을 되돌아보는 것. 긍정적인 감정이 나를 불러 세울 때가 많았지만, 몇몇의 부정적인 감정들도 나를 멈춰 세워 나를 성장시켰던 것 같다. 어떤 감정의 여운은 나를 미소 짓게 하고, 어떤 여운은 한동안 가슴 한구석을 눌러 놓기도 한다. 감정의 흔적이 지금의 나를 이루고, 내가 다음 순간을 살아가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이런 순간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이루기에, 우리는 여운을 느끼는 게 아닐까 한다.


여운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지만, 희미해진 여운의 자리로 또 다른 여운이 차곡차곡 쌓인다. 삶의 많은 순간이 스쳐 지나가지만, 그중 일부는 흔적을 남기며 천천히 가라앉아 오래도록 나와 함께 머문다. 어떤 여운은 아주 조용히 스며들어 시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어떤 여운은 당시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의미를 훗날 돌이켜볼 때 비로소 알려준다. 그렇게 여운은 우리가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을 잇는 다리처럼 존재한다.


나는 앞으로도 여운을 통해 무언가를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단순히 오래 기억하는 사람이 아니라, 순간의 의미를 스스로 발견하고 그 의미를 삶 속에서 다시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여운은 나를 멈추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때로는 다시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여운을 느끼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는 일이며, 내 안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여운을 통해 다시 나를 바라보고, 한 걸음 더 깊은 감정과 마주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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