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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90호 시작 08화

[경제]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신뢰 붕괴

편집부원 윤이경

by 상경논총

5월 5일 어린이날에 맞춰 강원 춘천의 ‘레고랜드 테마파크’가 개장됐다. 레고랜드는 덴마크의 레고(Lego)를 대표하는 놀이공원 및 테마파크로, 디즈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함께 세계 3대 테마파크로 여겨진다. 덴마크를 시작으로 영국, 캘리포니아, 독일, 플로리다, 말레이시아, 두바이, 일본, 뉴욕에 이어 10번째로 한국에 개장한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이다. 만2세부터 12세까지의 어린이와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브릭 스트리트, 브릭토피아, 레고 캐슬, 레고 시티, 레고 닌자고 월드, 해적의 바다, 미니랜드 등 총 7개 테마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레고 브릭으로 지어진 40여개의 놀이기구와 레고로 지어진 듯한 레고랜드 호텔까지 있어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레고랜드가 건설되면서 국내 자본시장을 흔들어버리는 사건이 있었는데, 레고랜드 사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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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1. 레고랜드 건설 과정에서의 위기

레고랜드가 정식으로 개장되기까지는 장장 11년이 걸렸다. 강원도는 2011년 9월 레고랜드 운영사인 영국의 멀린 엔터테인먼트그룹과 5천683억원을 투자해 춘천시 중도 유원지 132만2천㎡에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투자합의각서를 체결하였다. 이어 레고랜드 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엘엘개발(LLD, 현 강원중도개발공사)을 설립하고, 2013년 10월 멀린그룹과 협약을 맺었다.[1] 그러나 2014년, 레고랜드 건설 예정 부지에서 청동기 시대 유적이 발견되면서 사업은 난관에 부딪히기 시작한다. 당시 1단계 발굴조사에서 고인돌 101기, 집터 917기, 구덩이 355기, 바닥 높은 집터 9기와 마을을 지키는 긴 도랑 등 고고학적 의미가 큰 1400여기의 청동기 유구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후 2, 3단계 조사에서 각각 650여기, 1243기가 차례로 조사되어 총 3300여기의 토기와 고인돌, 반달 돌칼, 돌도끼 등이 발견되면서 사업은 잠시 중단된다.


건설 공사 도중 문화재가 발견되었다면 문화재청이 후속 조치를 결정해야 한다. 매장 문화제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매장문화재법)에 따라 ‘매장문화재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지역은 원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되어야’ 한다. 해당 법 제14조 1호에 따르면 현지보존방식으로 ‘문화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발굴 전 상태로 복토하여 보존하거나 외부에 노출시켜 보존하는 것’도 가능하다.[2] 이에 문화재청은 환호(도랑)와 주거지 유적은 복토 보존하고 고인돌은 이전 보전하도록 결정했으나[3], 보존·전시하는 문화재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중도 안에서 발굴 조사된 유구 중 청동기 시대 환호(도랑)지역 6만1500㎡와 철기, 삼국시대 유적 3만2000㎡만 보존하기로 했다. 물론 이 결정에는 레고 랜드 개발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레고랜드 개발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강원중도개발공사는 조사된 유구들을 옮겨 보존 및 전시하고, 레고랜드 내부에 ‘유적공원’을 설치해 고인돌과 환호를 비롯한 중도 문화재를 전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레고랜드가 개장된 22년까지도 방치되고 있는 상태이다.


이렇게 청동기시대 유물 발굴과 시행사의 자금 부족 등으로 7년여간 사업추진이 지연되다가 2018년 12월 멀린그룹 2천200억원, 엘엘개발 800억원 등 3천억원을 투자하고 멀린그룹이 직접 개발하는 방식으로 총괄개발협약을 체결하고 사업이 다시 진행되었다. 이후 2018년 엘엘개발은 강원중도개발공사(GJC)로 회사명을 바꾸었다. 유적지 발굴 문제로 인한 공사 지연 및 이자 급등으로 많은 비용을 사용한 강원중도개발공사(GJC)특수목적법인(SPC)아이원제일차를 통해 205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공사 대금 조달에 나섰다. 특수목적법인(SPC)는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을 매각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설립된 특수목적회사로, 채권 매각과 원리금 상환이 끝나면 자동으로 없어지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이다.[4] 또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는 자산유동화회사(SPC)가 매출채권, 부동산, 회사채 등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이다. 쉽게 말해서 레고랜드가 앞으로 벌 돈을 담보로 투자를 받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아이원제일차는 SPC로 일회성 회사이기 때문에 ABCP는 높은 신용등급을 받기 어렵다. 신용등급이 높지 않은 ABCP에 투자자들이 쉽게 투자하지 않자 ‘강원도’가 채무 보증을 서게 된다. 결과적으로 강원중도개발공사(GJC)는 실적이 전무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원도가 보증을 섰기 때문에 신용평가사로부터 우량등급인 A1 신용등급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를 인정받게 된다. 투자자들은 강원도의 지방정부를 믿고 투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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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2. 레고랜드 건설 이후의 위기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발행일은 2021년 11월29일, 만기일은 2022년 9월29일이었으나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어음상환에 실패하면서 지급할 의무는 강원도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만기일 하루 전날인 28일에 강원도지사는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회생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강원중도개발공사(GJC)와 채권자가 쓴 계약서 쓴 ‘기한 이익 상실 사유(EOD)’을 내용을 보면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것은 곧 만기 연장이 안 되면 채무 불이행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5]


강원도가 지급 보증을 이행할 수 없게 되자 신용평가사에서 레고랜드 ABCP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A1이었던 시용등급은 9월 말에는 C로, 10월 초에는 채무 불이행을 의미하는 D로 강등되었다. [6] 여기서 C등급은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있거나, 혹은 파산 신청 중이나 원리금은 계속 상환하고 있는 상황일 때 부여하는 등급이고, D등급은 현재 채무불이행 상태일 때 내리는 등급으로 최하 단계다. 그리고 10월 5일에 아이원제일차가 발행한 2050억 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최종 부도 처리됐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이 지급 불능에 빠진 첫 사례라는 점에서 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채권 시장 전체가 경악했다. 레고랜드에서 시작된 불안감은 투자자들의 투자를 멈추게 만들었고, 이후 부동산 PF 시장을 중심으로 자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을 불러왔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돈이 시중에 돌지 않는 상태가 된 것이다.




본론3.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후폭풍

결국 정부 보증도 채무 불이행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다른 채권에도 그대로 영향을 주었다. 시장에서는 최상위 신용을 보장하는 AAA급 채권도 유찰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7] 엘지 유플러스(신용등급 AA)는 지난 19일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1000억원어치만 유효 주문이 들어왔다. 이후 500억원어치는 주관사가 떠안아 발행을 가까스로 마무리했다. 한화솔루션(신용등급 AA-)도 지난 20일 회사채 1500억원어치 발행을 계획했으나 대규모 미매각이 생겼다.[8] 그 외에도 신용등급이 최고 수준인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 인천교통공사, 부산교통공사 등이 채권 발행에 실패했다.[9] 회사채 발행 규모는 올 하반기 이후 급격히 축소됐다. 2022년 상반기까지는 매달 7조~8조원대를 유지했지만 2022년 7월 6조원대로 8·9월에는 5조원대로 떨어졌다. 특히 10월 들어서는 20일까지 1조4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는데,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회사채 순발행액은 -4조837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규 발행액보다 만기 상환액이 훨씬 더 크다는 의미이다.


또한 건설업계 전체로도 주가가 급락하는 등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레고랜드 프로젝트처럼 부동산을 개발할 때는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부동산 사업장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을 활용한다. 부동산 PF는 시행사가 부동산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사업권을 담보로 금융업계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시공사는 이 과정에서 보증을 서게 되는데, 지금처럼 업황이 불안정할 경우 시행사의 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져 건설사의 차환 리스크도 확대된다.[10] 실제로 지난 20일 하루 동안 태영건설은 6.67%, 동부건설은 4.65% 급락했으며 동원개발은 -2.79%, 서희건설은 -2.23%, KCC건설은 -2.04% 각각 급락했다고 한다.




본론4. 레고랜드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책

정부는 최근 회사채 시장, 단기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확산과 유동성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11] 23일 정부는 비상거시경제회의에서 밝힌 정부가 가동하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이다. 쉽게 말하자면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을 기관이나 투자자 대신 정부가 50조원에 걸쳐 사들여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돈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증권사에 대해 한국 증권금융이 우선 자체자원을 활용하여 3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동성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 대출 등의 적격 담보 대상증권의 국채 이외에도 공공기관채, 은행채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부동산 PF 시장 불안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금융기관 등 시장 참가자들과 소통을 통해 시장 불안을 조성하는 교란 행위 및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도 지방채를 적극적으로 상환하는 등 금융시장의 우려 해소에 나서고 있다. 강원도도 자금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되자 입장을 바꿔 2022년 12월 15일까지 보증채무 전액을 상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론

정부가 발표한 시장 안정화 대책을 두고 전문가 대부분은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물론 일부 전문가는 정부 대책 발표 시기가 늦었고 임시 방편에 속한다고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12]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의원의 말에 따르면 최근 단기자금시장과 채권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정부가 예상보다 큰 규모로 발표했기 때문에 채권시장은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중장기적으로 시장 금리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전반적으로 부도 기업들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13]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시장 불안정이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는 것을 끊어내야 한다고 했다.[14] 시스템 리스크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가 붕괴되고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를 경험했던 역사적 사례처럼, 금융회사의 파산이 전체 금융시스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위험으로 나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가 이런 도미노 현상을 끊기 위해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금융에서 신용은 중요하며, 신용은 신뢰로 인해 움직인다. 이번 레고랜드 사태 역시 ‘신뢰’의 붕괴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자금 조달하는 시장에서 뱅크런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 주도와 대형 금융회사들 중심으로 시장의 신뢰를 조속하게 회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15]
































[1] [래고랜드 개장]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 11년 만의 결실… 어린이날 개장, 연합뉴스, 이해용, 2022.01.01

[2]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4조 (발굴된 매장문화재의 보존조치)

[3] 레고랜드 공사 현장 밑에 ‘청동기 고인돌, 반달돌칼… ‘, 시사IN 뉴스, 이상원, 2020.11.13

[4] 유동화전문회사(SPC) 네이버 정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네이버 정의

[5] 레고랜드는 어떻게 채권 시장을 흔든트리거가됐나, 매거진한경, 김영은, 2022.10.29.

[6] 레고랜드는 어떻게 채권 시장을 흔든트리거가됐나, 매거진한경, 김영은, 2022.10.29

[7]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레고랜드 사태 -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자금경색 사태

[8] ‘레고랜드 사태’에 돈줄 꽉 막힌 기업들 “우량 회사채도 안팔려”, 한겨례, 김회승, 2022.10.23

[9] 레고랜드발 자금경색에 숨넘어가는 건설업계, 동아일보, 황재성, 2022.10.30

[10] ‘레고랜드’ 후폭풍… 건설업계 불안감 고조, 기계설비신문, 장정흡, 2022.10.27

[11] 정부, 자금시장 불안에 ‘50조원+a’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가동(종합), 연합뉴스

[12] [레고랜드 사태 후폭풍] 정부, ‘50조원+α’… 진화 가능할까, 시사워크, 김필주, 2022.10.26

[13] [생생경제] 50조 투입 불러온 레고랜드 사태, 원인과 남은 숙제는? YTN 라디오, 2022.10.24

[14] 레고랜드 사태, ‘진짜 위기’는 따로 있다, 경향신문, 박선영 교수, 2022.11.07

[15] 레고랜드 사태, ‘진짜 위기’는 따로 있다, 경향신문, 박선영 교수, 20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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