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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90호 시작 12화

[경영] 동적 역량: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살아남기

- Apple과 IBM 케이스를 중심으로 / 부편집장 이수희

by 상경논총

이카루스 패러독스

그리스 신화 속 크레타의 왕 미노스는 반인반수의 모습을 한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크로노스 궁전에 라비린토스 미궁을 만든다. 미노스는 아테네로부터 해마다 7명의 소년 소녀를 제물로 받아 미노타우로스에게 던져줬는데,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는 이 사실을 알고 미노타우루스를 죽이기 위해 크레타에 찾아간다. 그를 사랑한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는 미궁의 설계자인 다이달로스를 찾아가 미궁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묻는다. 그러자 다이달로스는 아리아드네에게 실을 이용하여 빠져나오는 방법을 알려주고, 테세우스는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알게 된 미노스 왕은 분노하며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루스를 미궁에 가두어버린다. 미궁에 갇힌 다이달로스는 크레타를 탈출할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비록 미노스가 육지와 바다를 지배할지라도 하늘은 자유로웠다. 다이달로스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새의 깃털을 모아 실로 엮고 밀랍을 발라 만든 날개로 도망갈 계획을 세운다. 그는 아들에게 비행 전 이렇게 주의를 남긴다. “아들 이카로스야, 너무 높이 날면 태양의 열로 밀랍이 녹고, 너무 낮게 날면 바다의 물기로 날개가 무거워지니 하늘을 날때는 항상 적당한 높이를 유지해야한다." 하지만 자유롭게 하늘로 날아올랐던 이카로스는 기분이 들떠 그만 너무 높게 날고 말았다. 그러자 태양의 뜨거운 열에 의해 깃털을 붙였던 밀랍이 녹으며 이카루스는 날개를 잃고 바다에 떨어져 죽고만다.


이카루스는 짧은 시간 안에 인조 날개에 적응하며 성공적인 비행 기술을 선보이지만 오히려 자신의 성공 요인인 비행 기술로 인해 추락해 죽는다는 역설을 가지고 있다. 이를 “이카루스 패러독스”라 하며 성공한 기업이나 승승장구하던 사람이 자신의 성공요인에 안주하여 혁신하지 못한 채 자신의 성공요인에 되려 실패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대표적인 예로 블랙베리, 노키아, 코닥 등이 있다. 피사체가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 즉 사진 찍을 가치가 충분한 찰나를 의미하는 속어인 ‘코닥 모멘트' 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코닥은 찬란한 전성기를 구가했던 기업이다. 하지만 코닥은 몰락했다. 역설적이게도 이 회사의 불행을 몰고온 주역 중 하나는 코닥 스스로가 만들어낸 발명품, 디지털 카메라다. 대중적인 카메라를 공급하고 필름과 여타 인화 장비 등으로 지속적인 매출을 창출하던 코닥은 1975년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발명하고도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난 이후 소비자들이 디지털 카메라에 열광하기 시작하자 코닥은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 위기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코닥은 2009년 필름 생산을 종료하고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어떤 거대 기업이라도 시대 흐름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곧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변화가 더더욱 강력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현재 비즈니스 환경에선 모든 기업이 이러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에 발 맞추어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과 전략들이 시행되고 있다. 이 글에선 “동적 역량"이라는 개념을 통해 기업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경쟁력을 유지하며 발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The 애플의 시작

한때 대기업과 정부기관의 전유물이었던 컴퓨터는 1970년대에 들어서자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파고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인용 컴퓨터에 대한 대중의 열망은 강렬한데 반해, 정작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는 시장에서 보기 드물었다. 당시 최대의 컴퓨터 기업 IBM조차도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던 1974년, 대학을 중퇴하고 컴퓨터 게임 회사에 근무하던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 제작 동호회 ‘홈브류 컴퓨터 클럽'에서 대형 컴퓨터 업체 직원이었던 스티브 워즈니악과 의견을 나누며 직접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어 돈을 벌 계획을 세웠다. 직접 부품을 모아 창고에서 제조된 그들의 첫번째 컴퓨터, “애플 1”은 출시된지 2개월이 지났을 시점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50대 납품을 목표로 시작된 애플 1은 주문량을 채우기 위해 밤을 세워가며 생산할 정도가 되었다. 애플 1은 10개월 동안 200여대가 판매되었다. 애플 1의 ‘나름의' 성공으로 잡스는 이를 대량생산할 계획을 세운다. 그는 당시 컴퓨터 업계의 자산가 마이클 마쿨라에게 $92,000를 투자받고 1977년 1월 3일 ‘애플 컴퓨터'라는 정식법인을 설립한다.


[잡스가 영입하여 CEO로 취임시킨 마이클 스코트는 회사의 체계를 만들기 위해 사원번호를 부여하는데, 원래 1번.워즈니악, 2번.잡스, 3번. 마쿨라, 4번.스코트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잡스는 이에 반발했고 결국 잡스는 사원 0번이 된다. 이는 잡스 특유의 강한 자존심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법인 설립 후 개발된 새로운 컴퓨터는 성능과 기능이 훨씬 발전되었고 제품 디자인을 중요시한 잡스의 의견에 따라 매끈하고 세련된 플라스틱 재질의 흰색 본체를 갖추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애플 2”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1978년에 7,600대가 팔린 애플 2는 1982년에 이르자 30만대가 팔릴 정도였고 1993년까지 지속된 애플 2의 생산은 총 판매량 500만대를 찍는다. 애플2는 그 자체의 성공뿐만 아니라 컴퓨터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점에서도 시장 차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1981년, 세계 최대 컴퓨터 기업 IB이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 진입하며 개인용 컴퓨터는 본격적으로 경쟁이 심화된다.


새롭게 진입한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애플의 컴퓨터 사업은 연이은 실패와 잡스의 해임 등 많은 혼란을 겪으며 매각이 논의되는 단계까지 상황이 악화된다. 위기에 빠져있던 애플을 되살린건 스티브 잡스였다. 애플을 떠난 뒤 잡스가 운영하던 넥스트 사에서 개발한 ‘넥스트스텝' 운영체제와 기술, 그리고 잡스의 경영 능력이 필요했던 애플 이사회는 1997년 잡스를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시킨다. 애플에 복귀한 잡스는 디자인이 우수하고 사용이 간편한 새로운 컴퓨터 개발에 착수하였고 1998년 ‘아이맥 iMac G3’가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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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애플 컴퓨의 발전>


아이맥 G3는 본체와 모니터를 일체화한 올인원 디자인으로 애플의 미니멀리즘과 우수한 디자인을 상징하는 제품이 되었다. 또한 간편한 설치와 간단한 인터넷 사용 방식은 사용 편의성 또한 높였다. 아이맥 G3는 큰 인기를 끌었다. 20년이 지난 2018년 애플 CEO 팀 쿡 는 “아이맥은 애플의 이정표를 마련해줬으며 사람들이 컴퓨터를 바라보는 시각을 영원히 바꿨다"는 트위터와 함께 아이맥 20주년을 기념하기도 하였다. 아이맥의 G3의 디자인 컨셉을 이어받은 노트북인 아이북 iBook (현재의 맥북), 파워북 G3 등이 연이어 대성공하며 애플은 1998년 다시 흑자로 돌아선다.


앞선 성공으로 애플의 컴퓨터 산업은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잡스는 당시 성장하고 있던 MP3 플레이어 시장에 뛰어든다. 개인이 직접 음악파일을 CD에서 추출하거나 불법 다운로드 해야했던 기존 MP3 플레이어와 달리 2001년 출시된 아이팟 iPod은 iTunes Music Store라는 전용 음악 판매 서비스와 결합하여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의 양과 질을 크게 높였다. 애플은 이러한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음반사와 제휴하고 디지털 저작권 관련 기술 및 디자인 역량을 확보하였다. 이로 인해 iPod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며 MP3 플레이어의 대명사가 되었다. 아이팟의 성공 이후 애플의 주력 사업은 컴퓨터에서 휴대용 IT 기기로 이동한다. 2000년대 들어와 휴대전화는 물론, MP3 플레이어, PDA, 그리고 인터넷 단말기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크게 높아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7년 출시된 iPhone은 스마트폰 및 IT 기기 시장의 커다란 전환점이 되며 애플은 현재의 위상을 차지하게 된다.




동적역량

앞선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90년대는 창조와 변화가 무수히 발생하던 격변의 시기였다. 살아남기 위해선 남들보다 빠르고 똑똑하게 시장에서 내 자리를 만들어내고 지켜야했다. 이 문제는 경쟁우위 개념을 통해 풀어낼 수 있다. 경쟁우위, competitive advantage,란 기업들 간의 성과차이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한 기업이 다른 경쟁자에 비해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때 경쟁우위를 가진다고 본다. 사실 ‘기업이 어떻게 경쟁 우위를 달성하고 유지할 것인가’는 경영 전략의 근본적인 과제이다.[1] 전략경영이론은 그 생성 초기부터 기업 간에 성과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발달하였다.[2] Porter(1980)는 산업내 주요세력들 간의 역학관계를 바탕으로 매력적인 시장을 확인하고, 여러 가지 상이한 기업 활동들 간의 적합성을 통해 독특한 포지션을 차지함으로써 경쟁우위를 획득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3] 기업활동에 기반을 둔 Porter의 경쟁전략은 경쟁자의 모방으로 인해 경쟁우위의 지속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가치 있고, 희소하며, 모방할 수 없고, 대체하기 어려운 자원과 능력을 통해 지속적 경쟁우위의 달성이 가능하다는 자원기반관점(resource based view)이 대두되었다(1984).[4]


하지만 기존의 시장을 성공적으로 지배하던 기업들이 시장과 기술의 전환점에서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추락하는 현상이 다수 목격되며 새로운 성격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지속적 경쟁우위을 설명하는 또다른 이론이 필요해졌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동적역량 관점(DCV, Dynamic Capabilities View)은 환경의 불확실성이 나날이 증대되는 초경쟁적 환경에서 경쟁 우위를 달성하고 유지하며 기업이 생존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이론이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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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동적역량>


동적역량(Dynamic Capability)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극복하기 위해 내⋅외부의 자원과 역량을 통합하고(integrate), 구축하며 (build), 재배열 (reconfigure)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6] 쉽게 말해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자원과 역량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동적 역량은 3단계의 구성요소로 설명된다.


1) 첫번째는 감지 Sensing이다. 이는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 속에서 기회 (또는 위기)를 파악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다. 기술 기회를 탐색하고 고객의 기호와 잠재적 수요 및 시장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조사를 하는 활동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자신이 속한 산업의 미래 시나리오를 감지하며 다양한 비전을 추구할 수 있어야한다.[7]


2) 두번째는 포착 Seizing이다. 이는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기업의 자원을 유연하게 투자하고 이를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다. 기술과 제품의 특성을 선택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며 이를 위해 어떤 자원을 어떻게 동원하고 투자할 것인지 결정하는 세부적 과정이 이 단계에 해당한다. 이 단계를 성공적으로 이행해야먄 감지된 기회를 성공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


3) 마지막 세번째는 변형 또는 재구성 Transforming or reconfiguring이다. 새로운 환경과 시장에 맞추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의 유·무형 자산을 발전시키고 조정하는 능력으로, 조직 구조와 외부와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단계이다.[8] 동적역량은 이 3가지 능력을 모두 필요로 하며 이 능력들은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공존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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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동적역량의 구성요소>[9]




애플 그리고 IBM

애플의 시작 “Apple 1”은 IT 시장에 대한 스티브 잡스의 기민한 sensing으로 시작된 성공이었다. 애플은 개인용 컴퓨터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인지하고 다른 기업들이 회의적으로 바라보던 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며 퍼스트무버로서 새로운 차원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다. 예민한 감각과 센스는 애플의 최대장점 중 하나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이는 손에 잡히지 않는 다소 모호한 개념으로 보이기도 한다. 정확한 분석과 더 넓은 활용이 가능하도록 “동적역량 이론”을 통해 이 장점을 구체적인 전략으로 설명해보자.


애플은 개인용 컴퓨터의 성공 이후 휴대용 IT 기기에서 또 한번 혁신적인 성공을 일으킨다. MP3 플레이어의 대명사가 된 “아이팟 iPod”이 그 시작이었다. 2000년대 초반, IT 기기는 개인용 컴퓨터를 중심으로 사람들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었다. 특히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캠코더, DVD 플레이어, MP3 플레이어로 대표되던 휴대용 IT 기기 시장은 높은 성장 가능성으로 큰 이목을 끌고 있었다. 하지만 MP3 시장은 그 크기와 성장가능성에 비해 마켓리더와 히트작이 모두 공석인 상황이었다. 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애플은 자원을 기술과 디자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디지털 저작권 기술, 디자인 역량 발전, 음반사와의 제휴 등을 통해 차별화의 기반을 다진다. 압도적으로 높은 저장용량과 작은 크기로 2001년 세상에 소개된 iPod은 단숨에 히트작이 되었고 애플은 마켓리더가 된다. 주머니에 들어갈만큼 작아 사람들의 일상에 더욱 폭넓게 이용될 수 있게한 “Ultra-Pocket”이라는 컨셉과 함께 애플만의 단순한 인터페이스와 미학적으로 매력적인 디자인은 가속화된 제품 개발 주기로 탄생할 수 있었다. 또한 애플 음악 라이브러리의 기반 iTunes Music Store은 애플의 독점적인 디지털 권리 관리 기술인 “FairPlay”을 통해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동시에 디지털 권리를 보호할 수 있었다.[10] 애플의 기술과 디자인은 소비자 경험에 혁신을 가져왔고 이를 통해 아이팟은 새로운 차원의 성공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이 성공 이후 애플의 중심산업은 명확하게 컴퓨터에서 휴대용 IT 기기로 이동한다. 하지만 새로운 산업을 위한 전략과 조직의 변형은 iPod은 성공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1997년, 파산직전 애플에 재투입된 스티브잡스의 방향성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불필요한 분야는 정리됐다. 남은 자원들은 조금씩 다르게 개편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이것저것 묶여보기도 한다. 구조와 문화가 재편되며 필요한 자원이 필요한 곳에 재배치되었고 더욱 효과적인 전략 또한 도출될 수 있었다. 이는 이후 엄청난 속도와 혁신으로 세상에 나타난 수많은 애플 제품의 발판이 된다. iPod의 성공 이후 애플은 경쟁사인 Window 플랫폼에 iTunes 소프트웨어를 이식하여 소비자 풀을 확대하고 iTunes Music Store를 통해 콘텐츠 유통 분야로도 확장한다. 아이팟과 휴대용 IT 기기의 성공을 공고화한 애플은 컴퓨터에서 휴대용 IT 기기 산업으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며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간다.


한 때 애플과 컴퓨터 시장에서 경쟁하던 90년대의 IBM은 더 급진적이고 과감한 변화를 보여준 케이스이다. 이는 IBM과 애플의 표준산업분류(Standard Industrial Classification Code; SIC)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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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애플과 IBM 산업 분야의 변화>


Division의 변화를 살펴보면 제조분야를 유지하며 그 세부 내용을 바꾼 애플과 달리 IBM은 제조분야에서 서비스분야로 넘어갔고 이는 생산 방식 자체를 뒤바꾸는 엄청난 도전이었다. IBM의 선택에 대한 배경지식으로 잠시 기술 혁신의 S곡선을 설명하고 넘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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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기술 혁신의 S 곡선>


기술 혁신의 S곡선은 기술의 발전과 혁신에 의한 기술의 이동을 보여준다. 기술은 S곡선의 형태로 성장하며 대체곡선은 기존 곡선과 불연속적이고 다양하게 생겨난다. 기술 패러다임은 s자 곡선의 끝점에서 대체곡선의 시작점으로 점프하며 일어나는데 이때 주의할 점은 대체곡선이 한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그 중 무엇이 중심 기술이 될지는 불확실하다는거다. 쉽게 예를 들자면 기존 기술의 한계가 보이는 상황에서 새로운 동아줄을 잡아야하는데 어떤 동아줄이 튼튼한지 혹은 약한지 모르는 상황이. 그렇기에 R&D에 대한 투자와 함께 자사의 역량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분석하며 필요한 부분을 더욱 세심하게 강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IBM, 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Corporation,은 현재 다국적 테크놀로지 기업으로, 사무용 기기 제작 회사로 창립한 1911년 이래 긴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기업이다. IBM은 초기 컴퓨터 개발을 주도했으며 컴퓨터의 대량 생산을 통해 애플과 함께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연 주역이었다. 1980년대 중반, IBM은 전체 컴퓨터 산업 매출의 40%, 이익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보였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IBM의 하청업체에 불과할 정도로 이 시기의 IBM은 초거대 기업이었다.


1990년대 말까지도 IBM은 세계 최고의 IT 기업의 위상을 유지하였으나 화려한 외부와 대비되는 무서운 경고음은 한참 전부터 내부적으로 울려퍼지고 있었다. 1984년을 정점으로 IBM의 매출이익률, 자산이익률, 자본이익률은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된 성공에 취한 내부 구성원들은 컴퓨터 시장 환경의 변화가 촉발하는 위기 시그널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1980년대 중반 IT 시장에서 시작된 변화는 IBM에게 불리했다. IBM은 대형컴퓨터를 생산하며 이를 기반으로 기업들에게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제공하였다. 그런데 PC의 성능이 급속히 발전되며 메인프레임보다 저렴한 클라이언트-서버 시스템을 제공하는 경쟁자들이 늘어났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로 산업의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또한 생산부터 판매까지 컴퓨터 산업의 전 영역을 다루던 IBM과 달리 특정 영역에 전문성을 보유한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분할 공급 환경이 구축되고 있었다. 1991년 IBM 창사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적자는 1993년까지 지속됐고 누적적자만 160억 달러에 이르렀다. “IBM은 끝났다"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을만큼 정도로 사태는 심각했다 . IBM은 위기 대응 체제에 들어갔고 1993년 4월 IBM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인 출신의 CEO, 루 거스너를 영입한다.


IBM 경영진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IBM의 분사화를 계획했지만 루 거스너는 다른 판단을 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분산된 수많은 공급자가 아닌 이들을 통합해서 고객의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통합 솔루션 사업자라는 점을 간파하였다. 즉, 분할 공급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는 모든 것을 통합하고 작동시키는 복잡한 과정을 소비자가 감당해야하기에 신뢰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 서비스가 시장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11]


루 거스너는 수익성이 없는 사업이나 자산은 매각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함으로써 역량을 집중시킬 영역을 찾아 ‘선택과 집중'을 했다. 선택과 집중의 주요 내용은 메인프레임 사업에 역량 집중, 소프트웨어 사업 기반 강화, 서비스 중심적인 사업 구조로 재편 등이 있었다. 부족한 역량은 전략적 제휴로 보완하였고 기존 사업 방식을 변경하여 목표하는 새로운 사업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IBM은 컴퓨터 제조업체라는 정체성을 탈피하고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IBM은 컴퓨터를 판매하는 회사가 아닌 기업의 IT 운영 전반을 관리해주는 회사로 거듭나며 격변의 시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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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IBM 매출 구조 변화>




실패의 소중함, 작은 성공의 위험함

지금까지 애플과 IBM이 초경쟁적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기업을 발전시킨 케이스와 그와 관련된 능력인 동적역량에 대해 알아보았다. 현대 기업, 더더욱 기술 기반 산업 기업들은 동적 역량이 미숙할수록 빠른 속도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동적 역량은 비단 기업에만 적용되고 활용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또한 이 능력을 통해 나만의 차별점을 만들고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다. 시대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흐름과 기회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치열하게 이 기회를 잡으려 노력 속에서 한단계 성장한 ‘나’가 무수히 연속될 때 우리는 생존하고 빛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글에서 언급되지 않았지만 실패한 sensing, seizing, transforming 또한 무수히 많이 존재했음을 알길 바란다. 동적 역량과 더불어 현대사회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회복탄력성”이라 생각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뒤바뀌고 그 누구라도 결국엔 변화의 적응에 실패하고 추락하는 순간이 온다. 단지 누군가는 오랫동안 비행하고, 누군가는 짧게 비행할 뿐이다. 하지만 추락 후 다시 비상할 수 있는 힘, 경험으로부터 학습하고 다시 비행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이 사회에, 기업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하다. 급변하는 세상에 집중하며 기민하게 변화와 기회를 탐색하다가도 가끔 그 세상에 뒤통수를 맞는 날이 오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훌훌 털고 일어나 변화하는 세상에 혁신의 폭탄을 던지는 기업과 우리가 되길 바란다.






















참고자료

문헌

Teece, D. J., Pisano, G., & Shuen, A. (1997). Dynamic capabilities and strategic management.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18(7), 509-533.

장세진. (1998). 경영자원론과 기업진화론을 중심으로 한 전략경영이론의 최근 동향. 전략경영연구, 1(1), 49-73.

Porter, M. E. (1980). Industry structure and competitive strategy: Keys to profitability. Financial analysts journal, 36(4), 30-41.

김국태, 허문구. (2016). 동적역량과 경쟁우위. 전략경영연구, 19(3), 81-103.

김일중, 손태영, 김치호. (2020). OTT 플랫폼의 한국 드라마 서비스 확대와 드라마 제작사의 전략 변화 : 동적역량관점(Dynamic Capabilities View)을 중심으로. 인문콘텐츠, (59), 155-194.


웹페이지

강일용, “[IT강의실] 좁은 창고에서 피어난 혁신의 사과 – 애플”, IT 동아, 2015-09-04

이무원, “왜 느린 학습 (slow-learning)이 필요한가?”, 월간 HRD, 2022-03-31

Kudzai Derera, “Dynamic capability: Everything you need to know”, The Human Capital Hub, 2022-03-01

박종훈, “혁신의 대명사 IBM, 고객이 첫발이었다”, DBR, 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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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애플 컴퓨의 발전>

<그림 2: 동적역량의 구성요소>

<그림 3: 기술 혁신의 S 곡선>

<그림 4: IBM 매출 구조 변화>

<표 1: 동적역량>

<표2: 애플과 IBM 산업 분야의 변화>




[1] Teece, D. J., Pisano, G., & Shuen, A. (1997). Dynamic capabilities and strategic management.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18(7), 509-533.

[2] 장세진. (1998). 경영자원론과 기업진화론을 중심으로 한 전략경영이론의 최근 동향. 전략경영연구, 1(1), 49-73.

[3] Porter, M. E. (1980). Industry structure and competitive strategy: Keys to profitability. Financial analysts journal, 36(4), 30-41.

[4] 김국태, 허문구. (2016). 동적역량과 경쟁우위. 전략경영연구, 19(3), 81-103.

[5] Ibid

[6] Teece, D. J., Pisano, G., & Shuen, A. (1997). Dynamic capabilities and strategic management.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18(7), 509-533.

[7] 이무원, “왜 느린 학습 (slow-learning)이 필요한가?”, 월간 HRD, 2022-03-31

[8] Ibid

[9] 김일중, 손태영, 김치호. (2020). OTT 플랫폼의 한국 드라마 서비스 확대와 드라마 제작사의 전략 변화 : 동적역량관점(Dynamic Capabilities View)을 중심으로. 인문콘텐츠, (59), 155-194.

[10] Kudzai Derera, “Dynamic capability: Everything you need to know”, The Human Capital Hub, 2022-03-01

[11] 박종훈, “혁신의 대명사 IBM, 고객이 첫발이었다”, DBR, 2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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