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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90호 시작 14화

[특집] 2023 SKNC 코리아 트렌드

by 상경논총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펜데믹과 엔데믹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는 변화에 적응한 사람들에 의해 획기적이고 거침없는 기술의 발전이 이룩되었고, 우리가 어릴 적 꿈꾸던 세상이 조금씩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변화의 속도가 아니라 변화를 예측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을 가진 채 시대의 흐름을 읽고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해보기로 했다. 새로움으로 가득 찬 2023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지금, 어느 순간보다도 미래를 그려보며 무엇이 변하지 않고 무엇이 변할지 구별해 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무서운 속도로 변하는 현실과 그런 현실에서 다시 변화를 거듭하는 미래 안에서 대한민국의 소비자의 관심은 어디로 향할지 IT/환경/사회/문화&예술 분야에서 함께 확인해보자.


IT 분야에서의 2023 경제·경영 트렌드



보고만 있어도 병이 낫는다고? : 디지털 치료제의 세계


2016년 개봉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속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가상 홀로그램을 통해 어릴 적 부모를 여읜 트라우마를 치료한다. 얼핏 보기엔 현실과 동떨어진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와 함께한다면, 당신도 영화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치료제란 디지털 자극을 가해 직접 질환을 치료하는 소프트웨어를 뜻한다.[1] 소프트웨어의 특성 상 PC 게임,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 그 형태도 굉장히 다양하다. 얼핏 설명을 들을 땐 ‘이런 걸로 치료가 돼?’라고 의심할 수 있지만, 디지털 치료제는 먹는 약과 똑같은 검증 과정을 거쳐 식약청의 정식 승인을 받은 엄연한 의약품이다. 즉,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진 무형의 약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의사와 약사의 처방을 거쳐야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먹는 약과 구별되는 몇 가지 차이점이 존재한다. 먼저 의사가 환자의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처방 이후 환자가 실제로 약을 복용했는지 알 수 없는 기존 의약품들과 달리,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들의 디지털 치료제 사용 여부 및 결과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환자들은 추가 처방을 위해 약국에 재방문할 필요도 없다. 일반적인 약의 경우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기간만 처방한다. 만약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면 환자는 약국에 재방문 해야 한다. 허나 디지털 치료제는 소프트웨어라는 특성 상, 처방 후 추가적인 약국 방문이 필요하지 않다. 오남용에 대한 부작용이 없는 것 역시 디지털 치료제의 장점이다.

디지털 치료제의 선두를 달리는 미국의 경우, 2017년 약물 중독 치료용 모바일 앱 ‘reSET’을 공식 승인한 후 소아 ADHD 치료용 게임 ‘인데버RX’ 등 40여개의 디지털 치료제가 FDA의 승인을 받아 유통 중이다. 그러나 국내엔 아직 식약청의 정식 승인을 통과한 디지털 치료제가 없어, 처방이 불가능하다. 다만 하이의 엥자이렉스(범불안장애), 라이프시멘틱스의 레드필 숨튼(호흡 재활) 등이 최종 임상 과정에 있고, 이들 중 일부는 연내 승인이 유력하다.[2] 그러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집 앞 약국에서 약 대신 스마트폰 앱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황하진 말자. 영화에서만 보던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테니까.




지구를 구하는 기술 : 기후테크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0년 내에 절반 이상 감축하지 않는다면 파국적 기후재난을 맞을 것”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2022년 보고서에서 이같이 경고했다.[3]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가뭄, 폭우, 폭설, 한파가 예고 없이 몰아쳐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화물을 실어 나르지 못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하고, 주요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인 ‘기후테크’가 지구를 살리는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후테크’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첨단 기술의 총칭이다. 탄소 감축이 목표인 ‘완화(mitigation)’ 기술과 기후변화로 달라진 환경에 맞춰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적응(adaption)’ 기술로 나뉜다.[4] 완화 기술의 대표 사례는 대체육이다. 소고기의 경우 제품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내뿜게 되는데 식물성 대체육으로 고기 소비를 대신하면 탄소 배출 감소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재생 에너지, 재활용 등과 관련된 기술도 완화 기술로 분류된다. 적응 기술 사례로는 가뭄이나 한파 등 열악한 환경에서 작물을 기를 수 있는 첨단 농업 시스템이 꼽힌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각 대륙마다 키울 수 있는 작물들이 달라지면서 작물 종자를 개량하는 기술도 각광받고 있다. 기술테크에 대한 투자는 경제 침체로 인한 ‘투자 기근’ 속에서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아마존이 20억 달러의 ‘기후 서약’벤처 펀드를 발표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10억 달러의 기후 혁신 펀드 조성을 발표하는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기후테크 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5] 국내에서도 700억원대 글로벌 기후테크 벤처펀드가 결성되고, 100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이 설립되는 등[6] 기후테크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기후 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생활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과 달라질 환경에서 인류의 삶을 유지시켜줄 기후테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보안의 새로운 패러다임 : 아무것도 믿지 마세요


지난 9월, 미국의 승차 공유 테크 기업인 '우버'에서 대형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였다. 우버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올해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시스코, 엔비디아, 옥타 등을 해킹하여 유명세를 떨친 해커그룹 '랩서스(Lapsus$)'를 지목하였다.[7] 바로 랩서스의 해킹 기법 때문이다. 랩서스는 피해 기업들에게 공통적으로 '사회 공학(Social Engineering)'이라는 해킹 기법을 사용했는데, 이는 사람들 간의 기본적인 신뢰를 기반으로 사람을 속여 비밀 정보를 획득하는 기법이다. 우버의 해킹 사건의 경우, 해커들은 우버의 외부 계약자에게 다중인증과 관련된 팝업 창이 반복적으로 뜨도록 만들었다. 이후 피해자의 피로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해커는 자신을 우버의 IT 부서라고 속인 후 피해자의 우버 계정에 로그인 승인을 요청하였고, 피해자가 이를 수락하며 우버의 해킹이 시작된 것이다.[8] 이처럼 보안의 가장 취약한 측면이 '기술'이 아닌 '사람'인 것이 드러나자, 기업들은 '아무도 믿지 마라'는 철학 하에 새로운 보안 패러다임을 도입하고 있다. 바로 '제로 트러스트(Zero-Trust)'이다.


'제로 트러스트'는 명백한 검증, 최소 특권, 그리고 '사용자가 침해를 당했다는 가정'에 기반한 보안 개념으로 예전처럼 공격자가 네트워크에 들어오는 것을 봉쇄하는데 집중하는 것을 넘어, 들어왔다고 해도 악의적인 행위를 하는 것을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9] 기업들은 '네트워크에는 항상 나쁜 사람들이 있다'는 가정 하에 제로 트러스트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 옥타는 물론 웨스트젯 항공과 코카콜라 등 수많은 기업들이 제로 트러스트를 도입하고 있으며, 구글은 이미 자사의 제로 트러스트 역량을 제품(BeyondCorp)으로 만들어 외부 기업들에게 판매하고 있다.[10] 미국에서는 제로 트러스트가 바이든 대통령 행정명령의 주요 구성요소로 제시되며 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더 이상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실행'이 되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11] 현대의 IT 환경에서 방화벽이라는 경계선을 기준으로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절대적 신뢰는 옛말이 되어버렸다. 이제 IT 보안의 중심은 제로 트러스트가 던지는 메시지에 존재한다. "Never Trust, Always Verify"



환경 분야에서의 2023 경제·경영 트렌드



탄소국경조정제도의 도입과 그 전망


경제와 환경은 어떤 관계에 있을까? 이전에는 경제 활동의 결과로 환경 파괴가 발생하면, 기업을 비롯한 경제 주체는 사회적 책임의 차원에서 환경 보호에 나섰다. 하지만 이것이 의무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있기 때문에 환경 보호가 아주 큰 중요성을 차지하는 않았다. 허나 이제는 환경 보호가 원활한 경제 활동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이다.


CBAM은 탄소 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강한 국가로 상품 및 서비스를 수출할 때 추가로 부과되는 관세를 의미한다. 즉 자국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부과되는 관세라고 볼 수 있다.[12] 현재 CBAM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측은 EU이다. 본래 EU는 환경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그리고 이를 보여주듯이, 2022년 6월 22일 EU 의회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 법안을 확정함으로써 CBAM이 곧 실질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르면 환경 규제가 느슨한 역외국 제품이 EU 역내로 수입될 경우, 수입자는 탄소 배출량에 해당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하여 제출해야 한다.[13] 때문에 지금까지 환경 규제에 소홀했던 국가의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명목으로 부과되는 관세의 형태로 치를 것이다.


CBAM이 적용되는 품목에는 철강, 제강, 시멘트, 화학물질, 비료가 있다. 그런데 철강, 화학물질의 경우 많은 탄소를 배출함과 동시에 한국 제조업의 핵심 부문이기도 하다. 당장 철강, 화학물질 산업은 한국 제조업의 전체 탄소 배출에서 1, 2위를 차지한다.[14]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상태로는 대EU 수출에 있어서 적지 않은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이 세계 1, 2위를 다투는 산업도 철강 및 화학물질과 마찬가지로 탄소 배출량이 큰 산업에 속하기에 향후 CBAM이 심각한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15]


CBAM의 도입은 이제 환경 보호가 기업의 입장에서도 더 이상 비용이 아니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반대로 환경 보호에 소홀한 기업은 당장 가격 경쟁력의 측면에서 도태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추세는 기업에게 단순히 지금의 환경 규제를 회피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장기적인 생존 및 성장의 측면에서 더욱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그렇기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CBAM를 비롯한 환경 보호에 대한 요구를 단순히 비용으로만 보지 않고 미래에 기업이 상대 기업에 대해 우위를 점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의 차원으로 바라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침입종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올해 8월 31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인천항 야적장에서 붉은불개미 62마리를 발견하였다고 밝혔다. 국제식물검역인증원 조사원이 외래 병해충 분포조사 과정에서 6마리를 발견하였고, 이후 합동조사 과정에서 여왕개미 3마리, 공주개미 4마리와 일개미 49마리를 추가 발견하고 주변에 신속히 긴급 방제를 실시하였다.[16] 발견지점 반경 5m 내의 통제 라인과 점성페인트, 방어벽을 설치하고 소독약제를 살포 및 트랩을 설치하는 등 주변지역으로의 붉은 불개미 확산을 막고자 노력하였다. 왜 이렇게까지 개미를 잡아내야 하는 것일까?


바로 붉은불개미가 아르헨티나에서 온 세계 100대 악성 침입종이기 때문이다. 외래생물은 외국으로부터 인위적 또는 자연적으로 유입되어 그 본래의 원산지 또는 서식지를 벗어나 존재하게 된 생물이다.[17] 국제 교류가 늘고 희귀 동식물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외래 생물의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사료용 목초 및 관상, 애완용 동식물로 의도적으로 도입되기도 하며 농산품, 종자, 토양 등에 붙어서 비의도적으로 외래생물이 도입되기도 한다.[18] 외래생물은 크게 국제 생태계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귀화종’과 생태계 교란 위험이 있는 ‘침입종’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유입주의 생물[19] 및 외래생물 중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생물을 따로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황소개구리, 큰입배스, 뉴트리아가 있으며 올해 늑대거북과 돼지풀아재비가 추가되어 현재 총 37종(동물 20종, 식물 17종)이다.[20]


이들 침입종은 생태계 파괴와 작물 수확량 감소, 수자원 인프라 손상 등을 일으켜 경제적 피해를 낳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는 침입종을 제거하고 관리하는 데도 적지 않은 금전적 비용을 들이고 있다. Diagne et al.(2021)[21] 2017년까지 전 세계에서 보고된 침입종으로 인한 금전적 비용이 최소 1조 2880억 달러라고 밝혔으며, Liu et al. (2021)는 2017년까지 아시아에서 보고된 침입종으로 인한 금전적 비용이 최소 약 4,326억 달러라고 발표했다.[22]


침입종으로 인한 실제 경제적 비용은 침입종의 영향 미확인, 자료의 이용 제약, 생태계 손실의 금전적 평가 부재 등의 이유로 집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현재 추산된 것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에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Diagne et al.(2021)은 신종 병원체에 의한 비용과 데이터 부족으로 비용이 낮게 산정된 침입종 식물로 인한 피해 비용까지 포함한다면 실제 금전적 피해의 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침입종에 의한 피해 규모가 이들을 관리하는 데 투입하는 비용의 10배를 넘는다는 사실[23]은 침입종에 대한 예방 대책과 생물학적 방제가 부족함을 보여주는 결과이기에, 침입종에 더욱 관심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사회 분야에서의 2023 경제·경영 트렌드



학식이 얼마라고?: 런치플레이션과 대학 학식 논란


런치플레션(Lunchflation)이란 점심 Lunch와 물가상승 Inflation의 합성어로 최근 일반인, 직장인 할 것 없이 점심값 부담이 크게 늘어나며 등장한 용어이다. 코로나 19의 거리두기 해제로 재택근무가 끝나고 직장인들이 점심 수요가 다시 커진 점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주요 식자재의 공급 리스크가 현실화되어 외식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이다.


런치플레이션은 소비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계의 관심을 받는 주제이다. 점심값 부담이 커진 직장인들이 회사 급식으로 돌아오며 단체급식업계는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이용자 수가 급증했다는 희소식에도, 원재료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악화된 급식업체의 수익성은 개선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24] 유통업계에 따르면 런치플레이션으로 인해, 도시락을 포함한 간단한 식사거리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실제로 편의점과 대형마트, 이커머스 등에서 도시락 매출이 우상향 추세다. 올해 6~7월 도시락 매출 현황을 상권별로 보면, 전년 동기간 대비 오피스 상권 매출(68%)이 가장 많이 늘었다. 독신주택가(54%)와 학원가(42%)도 상승폭이 컸다.[25]


런치플레이션은 대학가 또한 급습하였는데 대학생들의 식사 선택지가 매우 한정적이라는 점에서 학식의 가격인상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학식 운영업체들과 학생들은 ‘식재로 상승 등으로 음식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항변과 ‘질적인 면에서 별다른 변화를 못 느끼는데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간과한 채 가격만 올린다’는 지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대부분의 1학년 학생이 기숙사에 거주하며 수업을 들어, 학식당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큰 연세대 국제캠퍼스는 최근 런치플레이션과 관련된 커다란 갈등을 겪었다. 기존 송도학사에서는 총 3개의 학식당(송도1학사 식당, 송도2학사 식당, Y-Plaza 도서관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제캠퍼스 학식당 측은 최근 코로나19로 적자가 지속되면서 생활협동조합에 송도1학사 식당과 송도2학사 식당을 폐쇄시키겠다는 통보를 하였다. 11/7 (월)부터 식당 메뉴 제공을 중단하고, 도시락으로 판매를 전환하며, 11/14 (월)부터는 완전히 폐쇄시키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1학사와 2학사 식당 폐지와 관련하여 송도학사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들은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특히 학생들은 학식당 폐지를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으며, 오히려 학식당의 메뉴 개선 및 조식 운영 등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반대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국제캠퍼스 학생대표위원회에서는 생활협동조합 총무팀장과 면담을 진행하였고, 코로나19 이후 학식당 방문 인원이 급감하여 약 3년 이상 적자가 축적돼 식당 폐쇄는 불가피할 수 있다는 입장을 확인하였다. 이후 국제캠퍼스 학생대표위원회는 학식당 폐쇄를 보류하기 위해 송도학사 거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식생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고, 해당 결과를 학식당 측에 전달하였다. 그 결과 2차 면담에서 학식당 운영진 측은 ‘식당 자체는 사실상 몇 년째 적자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학생들의 여론과 사회적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식당 폐쇄를 학기 말까지 잠정 보류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른 대학들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숙명여대에서는 이번 4월에 일부 메뉴의 가격이 전년 대비 19 퍼센트나 인상되어 학생들의 공분을 샀다. 숙명여대는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학식 운영이 축소되어 학생들의 선택지가 줄었는데, 일부 파스타 메뉴의 가격이 8000원까지 오르자 다수의 학생들이 차라리 학교 밖에서 식사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교내 생활협동조합이 이번 4월 물가 상승으로 인한 적자의 확대를 이유로 학식 메뉴의 가격을 500~1000원씩 인상하여 3000원에서 6000원이던 학식 메뉴의 가격이 4000원에서 7000원이 되었다. 학생들은 이에 격하게 반발했고, 이에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은 매출 증가분 중 25 퍼센트를 식사 질 개선에 쓰겠다고 약속하였으나 반응은 좋지 않았다. 가격이 올랐는데도 음식의 품질은 오히려 저하되었다는 의견이 많았고, 일부 학생들은 학식 불매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서울대학교에서는 저렴한 가격의 밀키트 판매를 시작했지만, 밀키트의 경우 학식만큼 제대로 된 식사라는 인상을 주지 않아 학생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는 중이다. 9월에는 고려대학교가 학생회관 학생식당의 식대를 5000에서 6000원으로 인상하였고, 한국외대는 학생식당의 중·석식 가격을 500원 인상하였다. 다가오는 2023년에는 5년째 4천 원대의 학식 가격을 유지해왔던 울산대학교마저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학식의 가격을 소폭 인상할 예정이다.


학식업체들은 최근 경제전반을 강타한 고물가와 인건비 인상으로 학식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학식 위탁 운영 업체 관계자는 "매년 최저임금이 올라가고 있지 않나. 식재료 가격도 매년 인상된다. (학식 가격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경제에 타격을 준 3가지 사건을 우선 정리해보자.


1. 코로나 19: 거리두기로 인한 급격한 수요 감소,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급격한 수요 증가

2.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주요 식자재의 공급 리스크의 현실화로 식재료 값 상승

3. 급격한 금리 인상: 대내외적으로 고물가가 경제전반을 강타


이러한 사건들을 배경으로 학식 업체들의 주장을 정리해보았을 때 그들의 수익구조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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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는 1인당 고정비용의 상승을 발생시켰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적으로 식재로 값 상승을 일으켰다. 또한 연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가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시행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고물가가 경제전반을 강타하며 다양한 경제 요소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요소로 인해 학식 (생산, 조리) 비용은 학식의 기존 가격을 뛰어 넘거나 무의미한 수익만 발생시키는 수준으로 수렴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식업체는 증가한 학식 비용에 맞추어 학식 가격을 조정한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보았을때, 지속적인 영업을 계획하는 학식업체는 학생들의 WTP, 지불의사가격을 고려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Willingness to pay, 지불의사가격은 고객이 물건을 살 때 최대로 지불 가능한 금액을 뜻한다.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인한 학생들의 반감, 퀄리티 저하 및 불만족 등의 문제는 학생들의 WTP 낮출 수 있으며, 과도한 가격 상승은 가격이 WTP를 뛰어넘는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 경우 학식업체는 수요자를 대거 잃고 수익구조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수요자(학생)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에 기반하여 가격을 조정하거나 학생들의 WTP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누적된 적자가 너무 크거나 매 거래 발생하는 적자가 업체 차원에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라면 학교 차원에서의 지원 또는 학생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학식의 공공성' 도입 등의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2023 경제·경영 트렌드




예술로 돈을 모을 수 있다고? : 아트테크(Art-Tech)


예술과 재테크, 얼핏 보기에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이 두 단어가 만났다. ‘아트테크’, 이른바 미술품 투자이다. 미술 작품 투자는 지금까지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26] 그런데, 아트테크 개념이 등장하면서 이런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아트테크란 여러 사람이 적은 금액을 투자해 미술 작품의 소유권을 나누는 재테크를 의미한다.[27] 마음에 드는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감상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아트컬렉팅’과는 달리, 아트테크는 수익 실현에 초점을 맞춘다. 아트테크에서 투자이익은 자신이 소유권을 보유한 실물 작품이 대여 또는 매각되는 경우에 지분만큼의 수익을 배분받아 발생한다. 소액으로 참여할 수 있고, 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트테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아트테크 방법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미술품 분할 소유권’이다. 앞서 말했듯, 미술품은 비싸기 때문에 아트테크 회사가 미술품을 사서 지분을 나누면 일반 소비자가 이 지분을 사는 방식이다. 아트테크의 특징은 실물 작품을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투자자들은 여러 개로 분할된 소유권을 사게 된다. 아트테크가 ‘조각투자’ 혹은 ‘분할소유’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자들이 실물 작품을 보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 아트테크 플랫폼은 작품 실물을 플랫폼이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현재 활발히 운영 중인 아트테크 기업에는 아트앤가이드, 아트투게더, 테사 등이 있다.


아트테크를 할 때는 투자하고자 하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미학적, 미술사학적 가치뿐 아니라 작가의 명성과 인기, 시장의 트렌드를 고려해야 한다. 또, 미술품 투자의 특성상 하루아침에 가격이 뛰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으로 임해야 한다. 투자의 형태가 변했을 뿐, 아트테크도 여전히 투자의 일종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다양한 요소들을 꼼꼼히 따진 후 신중하게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예술까지 구독하다 : 구독경제


기존에는 돈을 지불하는 만큼 재화나 서비스를 소유하는 형식의 소비 형태가 빈번하였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구독 경제’가 점차 그 범위를 확산하여 문화∙예술 분야까지 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28] 구독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OTT(Over The Top) 서비스를 필두로 하여 이제는 구독만 하면 예술 작품을 렌털하여 정기적으로 교체 가능한 서비스까지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유명한 작가의 미술 작품을 집 안 벽에 걸어놓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금액을 필요로 하였지만, 해당 서비스로 인하여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으로 나만의 갤러리를 꾸밀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고 이를 SNS(Social Network Service)로 공유하는 것을 즐기는 MZ세대가 지속적으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구독 경제의 성장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구독 경제는 소비자가 일단 어떤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입∙이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유사한 상품 또는 서비스로 수요 이전이 어렵게 되는 현상인 ‘락인(Lock-in) 효과’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기업에게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29] 그러므로, 이러한 구독 경제를 활용하는 문화∙예술 영역의 기업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술을 통해 품격 있는 브랜드로 : 아트 마케팅(Art Marketing)


최근 아트(Art)와 쇼핑을 접목시켜 쇼핑의 공간의 문화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 목동점은 아시아 최초로 탄자니아의 이보 작품 전시를 진행했으며 롯데백화점은 ‘구상 미술’을 주제로 한 ‘재현과 재연’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오늘날의 기업들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단순히 아를 공간에만 접목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트와 관련된 다양한 협업 프로모션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로 하이트진로는 테라 30억병 판매 돌파를 기념해 ‘도도새 작가’로 불리는 김선우 작가와 함께 한정판 에디션을 출시했으며 빙그레의 끌레도르는 아르떼뮤지엄과 협업 프로모션을 진행해 아르떼뮤지엄의 관람객들에게 끌레도르 카토닝바를 제공했다.[30] 고급문화로 여겨지는 아트를 공간이나 기업의 상품 및 서비스와 연관시켜 소비자의 흥미를 자극하며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아트마케팅(Art Marketing)은 MZ세대 소비자들이 경험 소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질수록 더욱 많은 기업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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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탄자니아의 이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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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테라 아트 한정판 에디션







































[1]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KISTEP 기술동향브리프 2020-15」, 2020-12-08.

[2] 이춘희 기자, “곧 나오는 '1호 디지털치료제'… 인허가·건보 급여화가 분수령”, 아시아경제, 2022-09-02

[3] IPCC,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3실무그룹 보고서」, 2022

[4] 송소연 기자, “지구를 구하는 과학기술 ‘기후테크’란?”, 라이프인, 2022-4-21

[5] 삼일회계법인 PwC, PwC 기후기술 보고서, 2021, 3쪽

[6] 송소연 기자, “지구를 구하는 과학기술 ‘기후테크’란?”, 라이프인, 2022-4-21

[7] Lucian Constantin, "다중 인증했는데도 털렸다? 눈 뜨고 코 베이는 ‘MFA 피로’ 공격", CIO, 2022-09-26

[8] Andrew J. Hawkins, "Uber blames Lapsus$ hacking group for security breach", The Verge, 2022-09-20

[9] 황치규 기자, "보안 회사도 뚫리는 시대...빅테크들 '제로 트러스트가 대안'", 디지털투데이, 2022-09-26

[10] Christopher Nims, "Why Even Big Tech Companies Keep Getting Hacked—and What They Plan to Do About It, WSJ, 2022-09-24

[11] The White House, 「Executive Order on Improving the Nation’s Cybersecurity」, 2021-05-12

[12] 김현정, “EU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 높아질 환경문턱”, 이투데이, 2022. 08. 24.

[13] 법무법인 율촌, “EU 의회 『탄소국경조정매커니즘 법률안』 확정 및 향후 전망”, 2022. 06. 24.

[14] 이인아, “EU 탄소 국경조정제도 발효 시 국내 플라스틱 ∙ 철강 산업 부담”, 조선비즈, 2022. 09. 05.

[15]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이 ‘RE100 및 탄소국경조정제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국내 거래를 기준으로 2030년 탄소국경조정제도로 인한 부담액이 1조 3,67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16]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항 붉은불개미 발견 보도자료. 2022.09.01

[17] 생물다양성법(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 2조 7항

[18] 방상원 외. 2004. 생태계위해외래종의 통합관리 방안 연구. 한국환경정책 https://kias.nie.re.kr/home/main/main.do

[19] '유입주의 생물'이란 아직 국내에 유입된 적은 없지만, 국내에 유입될 경우 생태계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있어 사전에 관리가 필요한 외래생물을 의미한다. 2022년 11월 현재 557종이 포함된다. (출처 : 환경부, 생태계교란 생물 2종 등 신규 지정 추진 보도자료, 2022.10.27)

[20] 환경부, 생태계교란 생물 2종 등 신규 지정 추진 보도자료, 2022.10.27

[21] Diagne, C., Leroy, B., Vaissière, AC. et al. High and rising economic costs of biological invasions worldwide. Nature 592, 571–576 (2021). https://doi.org/10.1038/s41586-021-03405-6

[22] Liu, C., Diagne, C., Angulo, E., Banerjee, A. K., Chen, Y., Cuthbert, R. N., ... & Courchamp, F. (2021). Economic costs of biological invasions in Asia. NeoBiota.

[23] Diagne et al.(2021)에 따르면, 침입종에 의한 직접 피해 비용은 1970~2017년 사이 8922억 달러로 집계됐고, 침입종 관리에 들어간 비용은 663억 달러로 분석됐다

[24] 지영호, “"고객들이 돌아온다"...런치플레이션에 급식업계 '숨통'”, 머니투데이, 2022-07-26

[25] 김수정, “런치플레이션에 ‘가성비 식사’ 찾는다…유통가, 도시락 상품군 강화”, 대한경제, 2022-07-28

[26] 차주경, 「[기고] 아트테크가 뭐에요? 많이 묻는 질문과 답변」, IT동아, 2022.01.07

[27] 권명관, 「[아트테크가 뭐길래] 어떻게 다를까? 아트 컬렉팅 vs 아트테크」, 동아일보, 2021.07.19

[28] 위키피디아

[29] 네이버 지식백과 상식으로 보는 세상의 법칙 : 경제편

[30] 정윤서, “유통과 예술의 만남, 유통家 ‘아트 마케팅’ 활발”, 이지경제, 202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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