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노릇

poem | 오늘은 아빠인 게 너무 힘들어 아빠를 찾아갑니다

by LAO JuNE

나는 아빠입니다.

오늘은 아빠인 게 너무 힘들어

아빠를 찾아갑니다.


먹는 게 왜 이렇게 시원찮냐며

아빠가 건네주는 반찬을

건성으로 오물거리는

지금

나는

아들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아들일 수 없는

부쩍 나이 든

아빠를 바라보다

나는 영원히 아들일 수도 있기를

욕심부려 봅니다.


저녁나절 잠시 방황했던 나는

늦지 않게 다시 아빠가 되어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빠 노릇

참... 신나는 일입니다.




노릇 [명사]

1. 그 직업, 직책을 낮잡아 이르는 말.

2. 맡은 바 구실.

3. 일의 됨됨이나 형편.

[유의어] 값, 구실, 꼴


네이버 국어사전을 검색해보니.... 음... 노릇이란 단어의 뜻이 저러하다.

낮잡아 이르는 말... 맡은 바... 구실... 됨됨이나 형편.




그래서 아빠 '노릇'이란 말을 빌렸다.


가끔 힘들고, 자주 지치고 또 방향을 잃고 제자리를 맴돌기도 한다.

그게 나다.

마흔 줄에 들어서고도 이렇게 철없는 아빠를 우찌 할꼬...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아빠다.




자매라도 성격이 제각각이다. 제 언니랑 다르게 애교가 넘치는 둘째-

두 팔 벌려 안아달라고 달려오는 애교쟁이 둘째 잼씨


이른 아침 출근하는 아빠에게 안아주고 가라고... 사랑한다고...

일찍 오라고 신신당부하는 말들이 그렇게 달콤하고 고마울 수가 없다.

내가 또 언제 누구에게 이렇게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아빠가 약속할게!

다음 그다음 또, 그다음 생에도 아빠는 너희들 아빠 할게!



지난 4월 쓰고는 발행하지 못했던 글.

그 사이 나는 온전한 아빠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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