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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노력일까? 재능일까?

선천적 능력 VS. 후천적 노력

by 장수연


교육학 역사에서 아주 오래된 논쟁이 있다. 선척적 능력 대 후천적 노력(Nature vs. Nuture). 우리는 과연 '노력'으로 '능력'을 극복할 수 있을까?


대학 시절, 이 주제에 대해 배우면서 내 과거와 주위 친구들을 떠올려 보았다. 앞선 글에서 소개했다시피 난 공부를 못했다가 잘하게 된 케이스였으므로 "노력으로 안 되는 건 없어"라고 생각했다. 친구들이 공부를 못하는 것은 "나만큼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교수님께서도 노력이 60% 정도, 능력이 40%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하셨다. 일란성쌍둥이가 각기 다른 가정에 입양된 후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경우를 예로 드시면서, 환경(즉,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예비 교사를 대상으로 한 강의니 당연히 교육의 힘을 강조하셨던 건지도 모르겠다.(교육의 힘이 이리도 크니 너희들이 좋은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그런데 교직에 들어온 지 10년 차인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능력이 51%, 노력이 49%.


이렇게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는,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죽어라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난 춤을 잘 추는 사람을 동경한다(스우파는 물론이고, 그 옛날 댄싱나인부터 몸을 들썩였던 1인ㅎㅎ). 춤은 늘 나의 버킷 리스트에 있었다. 재즈댄스, 힙합댄스, 방송댄스, 줌바 등등 다양한 학원에 다녀보았지만, 그때마다 깨닫는 것은 "와, 나 진짜 춤 못 추네"였다. 물론 연습으로 어느 정도 따라갈 수는 있지만, 타고난 사람의 춤 선이나 느낌을 따라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교사 생활을 하면서 축적된 데이터가 그렇다고 말을 해준다. 아이들마다 빛나는 순간이 각자 다르다. 춤을 출 때, 노래를 할 때, 작곡을 할 때, 축구를 할 때, 글을 쓸 때, 리더십을 발휘할 때, 그림을 그릴 때, 사진을 찍을 때, 심지어 물건을 팔 때... 무수히 다양하게 다른 순간에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빛을 낸다. 그리고 그 빛을 파고 들어가 보면, 대부분 타고난 재능인 경우가 많았다(노력에 비해서 결과가 월등히 좋은 경우). 우연히 뭔가를 해봤는데 다른 사람보다 뛰어났고, 잘하니까 그 일을 좋아하게 되어, 더 매진하게 되고, 그 결과 더 압도적으로 잘하게 되는 거였다.


결국 재능이란, 다양한 경험에 노출되면서 스스로 '발견'하는 무엇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일을 잘하지는 못해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것 또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못해도 계속하는 것, 우리는 그것을 노력이라고도 부른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재능과 노력은 상호보완적)


재능은 얼마나 잘하는 가에 달려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절대 멈추지 않는 것, 그게 재능 같았다.


이희영, <<페인트>>

그럼 나의 경우로 돌아와서, 결국 춤은 어떻게 되었냐고? 나는 춤을 잘 추는 재능은 없지만, 춤을 못 춰도 멈추지 않는 재능은 있다. 그래서 결국 나에게 맞는 춤을 찾았다. 바로 폴댄스!! ㅎㅎ


공부도 마찬가지 아닐까? 누구에게나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걸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엄마이자 교사인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꼭 그 분야에서 성공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성장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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