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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키우스 Nov 13. 2022

7#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머리가 아프다

감정의 소용돌이


그동안 얼마나 혼났었는가


잠을 잔다는 이유로 고등학교 때 셀 수 없이 맞았다.

한번은 1교시부터 잔다고 불려 나와 교탁에 머리가 찍힐뻔한 적도 있다.


어떻게든 공부하려고 사물함 뒤에 서서 공부하려고도 했지만,

서서도 잠이 들어서 무릎으로 사물함을 쳐 쾅 소리를 내며 셀 수 없이 

수업시간을 방해하고 이목을 끌기도 했다.



대학교 강의시간에도 자주 잤다.

고등학교 때와 달리 아침 강의임에도 자는 학생은 거의 나 혼자였다. 부끄러웠다.

학비를 생각하면 너무 아깝고 죄송스러웠다.

그래서 공부가 아닌 실습 위주인 디자인과로 전과했다.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가


엄마에겐 매일 아침이 전쟁이었다.

아무리 시끄러운 알람이 울려도 꿈쩍 안하는 나를 깨우기 위해

알람소리보다 더 큰 소리로 나를 깨우셨던거 같다. 

나는 씻고나와서 교복을 입어도 나는 여전히 비몽사몽했다.


엄마는 뭐라도 든든하게 먹이고싶어 아침밥도 자주해주시려고 했는데

졸면서 밥먹는 일도 허다했고 이상하게 졸면서 무언가를 먹으면 더 쉽게 배가 아픈 기분이었다.

그러다 아침밥 대용으로 토마토주스와 모닝커피를 준비해주셨는데

이것역시 매일 졸면서 마시고 매일 배가 아팠던 기억이 난다.


대학만보내면 끝인줄 알았던 엄마의 아침 전쟁은 

군대도 다녀온 아들이 30살이 넘을때까지 이어졌다.


여전히 시끄러운 알람이 울려도 꿈쩍 안하는 내가 혹여나 회사에 지각할까봐 걱정하시며

매일 상황에따라 직접 깨우기고하고 전화로도 깨우고 또 출근했는지 확인 전화까지 해주셨다.

최근 퇴사했을때 까지 매일..



가족들은 시도 때도 없이 무기력해하고, 피곤해하고, 늦잠 자는 내 모습을 보면서

최근까지도 걱정의 잔소리를 했다.

친구들, 회사 사람들에게도 대개 나는 항상 피곤하고 기운 없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할 것이다.




많은 생각이 떠오르고 회상되며

퍼즐이 다시 맞춰지는 기분들도 들고

무언가 오랜 누명에서 벗어난 기분도 든다.

아니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죄책감에서 벗어난 기분이다.


속 시원함? 해방감? 해탈 감?

벅참? 황홀감?


내 마음에 어떤 표현을 써야 하는지 잘 떠오르지 않지만

가장 좋은건 더이상 나를 스스로 깎아내리거나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희망적이다.


이제 약을 먹으면, 각성제를 먹으면

이러한 증상에서 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정상적인 생활, 규치적인 생활, 시간을 통제하고 활용하며

내가 하고 싶은 것들 내가 목표하는 것들 내가 꿈꾸는 것들을 조금씩 할 수 있다는 희망.




감정의 소용돌이




머리가 아파온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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