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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후 Mar 10. 2023

스물다섯, 영국 땅끝마을의 농부가 되었다

WWOOF: 영국 시골농장 여행기 #6


지구 반대편의 나라에,

그 땅의 끝자락에 자리한 작은 마을에 와있다.



해가 뜨면 닭장의 문을 열고 밤사이 이슬이 맺힌 채소들을 수확한다. 차가운 공기에 조금씩 추워지기 시작하면 잠시 따뜻한 차를 마시고 다시 각자의 일을 마무리하러 흩어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일본에서 온 하루카는 카레를, 이탈리아에서 온 다니엘은 파스타를, 프랑스에서 온 폴린은 키시를, 예린과 나는 수제비와 볶음밥을 만들었다.


맛있는 음식에 이야기는 끊이질 않고, 햇살이 가져다주는 노곤함에 하나둘씩 하품을 하면 다시 일하러  시간이다.



배가 부르면 몸이 무거워지는 법. 오후의 지루함을 이겨내기 위해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면 누군가가 노래의 제목을 묻고, 음악으로 시작한 대화는 어느새 온갖 주제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꿈, 삶, 가족,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이 감자밭에서, 비닐하우스에서, 들판에서 펼쳐진다.



그러는 사이 하늘은 조금씩 어두워진다. 노을이 지기 시작하면 밤 동안 사용할 장작을 챙겨 집으로 돌아간다. 벽난로에 불을 피우고 따뜻해진 거실에 모여 다 함께 저녁을 먹는다. 그렇게 하루가 또다시 지나간다.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는 삶이 참 좋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일상과의 재회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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