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머리야.”
쨍한 햇살에 떠지지 않는 눈을 찡그리며 부스스 떴다.
어제 마신 술이 목구멍을 넘어 코까지 올라오는 것처럼 메스꺼웠다.
금요일이라고 무리하게 달리는게 아니었는데 중얼거리며 미리는 해장을 뭘로 할지 깨질 것 같은 머리로 계속 떠올렸다.
그리곤 의식없이 습관처럼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 번개를 맞은 듯 머리에 정신이 확 들었다.
“아 설마. 어제 쓸데없는 거 보낸거 아니겠지? 제발”
미리는 화면을 보려다 말고 눈을 질끈 감으며 핸드폰을 침대 옆 협탁에 다시 내려놓았다.
핸드폰 화면을 마주하기가 무서웠다.
“위잉”
원치 않는 진동벨이 아침부터 울려댔다.
미리는 더욱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져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한숨을 쉬었다.
주말 아침부터 메시지가 오는 경우는 대개 좋지 않은 게 많다.
뒤집어쓴 이불위로 온갖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며 머리가 어지러웠다. 감은 눈을 차라리 뜨는 게 현실적이었다.
다짐한 듯 미리는 핸드폰을 다시 집어들어 떨리는 손으로 잠금화면을 풀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미리님. 괜찮은거에요? 어제 사실 예비군 훈련에서 군대 동기놈을 만나서 그간 살았던 얘기를 나누느라 꺼놨던 핸드폰을 보지 못했어요. 그 친구한테 정말 믿지 못할 일들이 벌어져서 얘기를 집중해서 안들어 줄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미리님. 정말 미안해요. 다 제 불찰이에요. 그런데 그 옆에 남자분은 누구에요? 저한테 화가 많이 나셨던거 같은데..”
금형에게 이런 구구절절 긴 문장의 메시지를 받아본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기쁘기보다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처음엔 SNS에 사진을 올려 그를 괴롭히겠다는 계획이 제대로 먹혔구나 생각했지만 메신저 창을 여는 순간 미리는 심장이 두근대서 진정할 수가 없었다.
전송된 사진 아래 뜬 시각은 “0시 17분.”
어제 밤 귀가길에 미리는 금형에게 셋이 술을 마시고 있는 사진을 보냈던 것이다.
“이 사진은 언제 찍었던거지? 분명 손만 나오는 사진만 찍었는데.”
셋이 찍힌 배경은 익숙했다. 백세 술집 골목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꺾으면 꽤 인기있는 빠가 있는데 거기서 찍은 사진이었다.
그 셋은 백세 술집만 간게 아니라 2차로 길목빠에 가서 한잔 더 하고 헤어졌다는 걸 그제야 어슴푸레 기억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