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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Dec 25. 2023

버티는 시간은 힘들다

밤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미리는 취기가 오른 눈에 부르르 힘을 주며 SNS에 업로드된 사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정도면 됐어.“     

심대리는 미리에게 질문을 했다.

“저 과장님. 몇일 전에 보라색에 줄무늬 섞인 스카프 하셨었죠? 자켓은 검정색 입으셨었구요.”

“어? 그걸 어찌 알아요? 우리 사무실하고 같은 층도 아닌데”

미리는 놀라 심대리를 바라봤고, 심대리는 한쪽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저 사실 그날 출근할 때 과장님하고 같이 엘베 타신 구 과장님이 계셨거든요. 저랑 같이 우리 7층에서 근무하시는데 자꾸 6층에서 내린 여자분에 대해 얘기하면서 수소문을 하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홍대리한테 혹시나 싶어 물어봤죠. 저도 평소에 과장님 패션 감각에 대해서는 꽤 좋게 생각했던 터라.”

미리는 부끄러웠지만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어느 새 홍대리와 심대리와의 즐겁고 유쾌한 대화 속에서 시간은 10시가 가까워오고 있었다. 

    

“위잉”

심대리의 듣기좋은 대화에 잠깐 구름에 들떠있는 사이 느닷없이 카톡이 울렸다.

미리는 이번에도 금형은 아닐꺼라 생각했다. 포기하고 있었지만 한편 그게 사실이 될까봐 무서워 실눈을 뜨고 화면을 열었다.     

“미리님. 미안해요. 제가 예비군 훈련을 갔다와서 연락을 못 받았어요. 그래서 이제야 답장 보내네요. 오늘 하루 잘 지냈죠?”

이미 답장을 받을꺼라 기대를 져버린 금형의 메시지여서 순간 깜짝 놀랐다.

그리고 평소와 비교했을 때 꽤나 긴 글의 메시지라는 점도 미리에게 안도를 하게 만들었지만 자신을 오랜시간 속태운 거에 비하면 괘씸할 만큼 짧은 문장이었다.     

“아 메시지 창을 열지 말았어야 했는데.”

미리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러나 이미 금형의 메시지 창을 연 상태였고 그녀가 화가 났다는 표시를 할 방법이 하나 사라졌다는 점이 분했다.

그래도 답장을 하지 않는 방법이 하나 남아있으니 끝까지 버티기로 했다.


“오금형 당신도 어디 당해봐.”     

미리는 금형의 생사를 확인했으니 마음이 편안해진 나머지 홍대리와 심대리와의 술자리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벌교에서 올라온 이 집의 주 메뉴인 꼬막 한 접시에 딱 하나 마지막 꼬막이 남아있었다.

“과장님 마지막으로 드세요.”

심대리는 미리에게 양보하며 젓가락으로 꼬막을 집어 미리의 입에 갖다 댔다.

단단한 꼬막 껍질에 갇힌 조개 육즙이 예상보다 더 달달했다. 그리고 셋은 술잔을 부딪히며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넘나들며 꽤 오랫동안 대화를 이어갔다.     

미리는 기분 같아서는 이제 금형을 깨끗이 잊어버린 것 같았다.

“뭐 요새 예비군 훈련 받는데 핸드폰도 사용 못하나. 누굴 바보로 알아. 허. 까짓거. 됐다. 됐어.”

백세 술집에서 나온 미리는 도시에서 내뿜는 LED 불빛과 네온사인 사이에서 흔들리듯 비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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