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남자친구 있으세요?”
“남자친구? 아. 아니 없어.”
미리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사회생활로 단련된 여러 기술 중 개인사를 묻는 질문에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지에 대해 그녀는 흔들림 없이 대처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순간 대답을 뱉고서 미리도 스스로 놀랐다.
금형의 얼굴이 잠깐 스쳐지나 갔지만 그 둘은 정식으로 사귄다거나 공식적인 커플로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거나 한 일이 없기 때문에 거짓말도 아니었다.
게다가 미리의 메시지에 어떠한 답장도 없이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그였기에 더더욱이 미리는 단칼로 얘기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녁을 먹으면서 그 남자에 대해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어.”
미리는 테이블에 놓인 짭짤한 꼬막을 씹으며 옅은 혼잣말을 했다.
“과장님 뭐라구요?
심대리는 미리의 입모양을 봤다는 듯이 궁금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
미리는 좀 전에 대답했던 자신의 거짓말이 들킨 것처럼 놀라 맞은편의 심대리를 향해 급히 소주잔을 들며 팔을 흔들었다.
”아 아니 이쯤에서 한잔 하자구요. 오늘 처음 뵜지만 너무 재미있어요. 그리고 저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말도 잘 통하고 좋은 분 같아요.“
”규민아 너 얼굴이 왜 빨개지냐?“
홍대리는 심대리를 향해 짖궂은 얼굴로 놀려댔다.
그런데 미리가 금형에 대해 생각이 안났다고 인지한 순간부터 폭풍처럼 그의 생각이 물밀 듯 몰려왔다.
”어쩜 이렇게 종일 연락도 없단 말인가. 사람이 이럴 수 있는건가.“
미리는 저도 모르게 앞에 있던 소주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 한번에 털어넣었다.
좀전까지만 해도 달큰했던 술에서 쓴 맛이 느껴져 목구멍으로 넘기기가 어려웠다.
그때 미리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얼굴로 옆에 앉은 홍대리와 맞은편 심대리에게 소주잔을 부딪히는 사진을 찍자는 제안을 했다.
”우리도 짠 하는거 인스타에 한번 올려볼까요? 남들 요새 다 이렇게 하던데 저도 젊은 두 분 있으니까 한번 해볼까봐요. 재밌겠다.“
심대리는 익숙한 듯 카메라를 대고 세 사람의 손과 술잔이 만나는 모양이 예쁘게 잡히도록 위치를 잡아주었다.
미리도 카메라 렌즈로 세사람 손목까지 나오는지 확인을 했다.
”자 짠합니다. 짜아안.“
심대리는 바로 미리에게 사진을 전송해주었고, 미리는 흡족한 듯 사진을 확인했다.
”그래. 이렇게 젊은 두 남자직원하고 술 마시는 모습 인스타에 올려도 아무렇지 않을까? 두고봐.“
미리는 속셈이 있었다.
솟구치는 금형 생각 때문에 자제가 안되었고, 두 사람과 같이 찍은 사진을 이용해 한번 더 금형을 자극하기로 했다.
”업로드가 완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