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밥반찬 다이어리 Jan 08. 2024

그와의 대화

“위이이잉 위이이잉”

진동이 아까보다 더 끈질기게 울려댔다. 미리는 무음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가 화들짝 놀랐다.

핸드폰 화면에는 “오금형”이라는 이름이 떠있었다. 그것은 금형에게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필 이럴 때 전화를. 도저히 받을 수 없어. 아.”

그녀의 손에서 느껴지는 핸드폰 진동의 파장이 온 몸으로 전이되듯 떨려왔다.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다가 미리는 순간 다짐한 듯 얼굴에 수화기를 갖다댔다.   

  

“여. 여보세요.”

미리는 더 숨을 곳도, 피할 곳도 없다는 걸 알기에 차라리 대면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미리님. 무슨 일 있어요? 많이 화나셨죠.”

“아. 아니 그게 아니라요. 그냥 어제 간단한 회식이 있었는데 아. 그. 친구가 소개팅을 해달라고 해서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거든요. 아 근데 왜 제가 금형님한테 보냈는지 모르겠네요. 하여간 제 정신 좀 봐요. 미안해요.”     

미리는 순간 임기응변을 훌륭하게 해낸 스스로에게 무척 뿌듯해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정도면 꽤나 어제의 상황을 오해 없이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겠다 싶었다.     

금형은 정말 그렇게 믿는 듯 했다.

“미리님. 그런데 같이 회식하신 분들하고 되게 친한가봐요.”

가장 난이도 있는 문제에서 간신히 정답을 풀어 시험에서 해방됐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 문제가 남아있었다.


문제는 그 사진에 있었다.

1차에서 심 대리는 미리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지만, 2차에서는 미리의 옆자리에 앉아있었다.

심 대리는 미리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 채 브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대수롭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갸웃하면서 칼날을 세울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친하긴요. 그런데 금형님. 원래 이런 질문이나 표현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어요? 그간 제가 아는 금형님하고 꽤나 다르네요.”     

이전 07화 기억나지 않는 메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