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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은 Mar 03. 2024

2023. 2. 4. 11:08~11:16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싫어.”

“내 맘이야.”

“내려!”

“안 먹어!”


손녀가 할머니에게 연거푸 쏘아붙인다. 마스크 너머 인상을 쓰는 아이의 얼굴이 보인다. 나는 옷을 다림질하다, 생각보다 늦게 집에서 내려왔다. 고개를 돌려 왼쪽을 보니 이미 버스가 ‘신동아아파트 · 관악고등학교’ 정류장에 다다르고 있었다. 고개를 급히 오른쪽으로 돌려 다음 정류장으로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버스 안에서 손녀와 할머니를 보았다. 오늘따라 60대, 70대 아주머니 특히 아저씨가 많이 보인다. 날씨가 풀려 외출하시는 건가. 오늘은 영상 3도. 마스크를 안 써도 되는 첫 주말이지만 여전히 대중교통에서는 예외다. 손녀가 할머니와 팔짱을 낀다. 할머니에게 의지하며 버스에서 내린다. 나중에야 알았다. 오늘이 입춘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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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마을이야기 '영등포에 귀 기울이다' 중 '마을버스를 달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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