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우리 아이
6학년 졸업을 2주일 앞둔 주간.
자주 내 사무실에 드나드는 샘이 오후에 사무실로 들렀다.
"수석선생님, 저 오늘 십년감수했어요."
"왜요?"
"아이가 학교에 오질 않아서 아픈가 생각하다 집에 연락을 했는데 아무도 연락이 안 되는 거예요."
기분이 영 찜찜해 집으로 찾아갔는데, 그때부터 가슴은 불안으로 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할머니와 아버지가 집에 계셨다. 왜 전화를 안 받으셨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 아이에 관해 물었다. 집에서는 아이가 학교에 간다고 나간 지 오래라고 했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인지!
놀란 샘은 얼른 두루두루 사이가 좋아 반 애들이 모두 좋아하는 명석이에게 연락했다.
"명석아, 너 혜미랑 카톡 되지? 놀라지 말고 들어, 혜미가 집을 나간 거 같은데 네가 모른 척하고 어딘지 물어봐."
"절대 나랑 이야기한 거 티 내면 안 된다."
명석이 연락하니 금방 혜미에게 답이 왔다. 아이는 대전으로 가는 버스에 이미 몸을 싣고 있었다. 배터리가 얼마 없으니 자꾸 문자 보내지 말라는 말도 함께 전해졌다. 연고도 없는 대전에 왜 가는지, 명석이에게 살살 물어보라고 하니 혜미는 만나기로 한 사람들이 있다고 대답했다. 극단적 선택을 위해 대전에서 만나 모의한다 사람들이 많다는 뉴스를 접했던 샘은 앞이 캄캄해졌다.
"혜미 아버님, 혜미가 대전으로 가고 있으니 실종신고를 하세요. 어서요!"
아버지는 아직 사태 파악이 되질 않으셨다. 혜미네 집에 동행한 부장샘과 설득해 실종신고를 했다. 명석이와 주고받은 문자를 캡처해 경찰에게 넘기니, 경찰이 신속히 대응했다. 대전 인근 파출서에 연락이 되고 아이 인상착의와 옷차림을 물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잡아둔다고 연락이 왔다. 그제야 혜미 아버지는 덜덜 떨며, 대전으로 갈 준비를 하셨다.
"수석선생님, 혜미 돌아오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먼저 공감해 주세요."
혜미는 원래 단짝인 친구들이 3명 있었다. 단짝 친구들과 잘 지냈지만, 이 무리의 언행은 담임선생님에게 반항을 일삼거나 다른 여자아이들에게 위협적인 행동이 잦았다. 6학년을 마쳐가면서 철이 어느 정도 들은 친구들이 혜미의 극단적인 발언에 더 이상 동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우리가 그러면 안 된다고 타이르는 말을 들은 혜미는 친구와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며 절망을 느꼈다. 친구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기 위해 직접 행동에 옮겼다. 동반자살이라는 말을 검색하고 그걸 친구들에게 캡처해 보냈으며,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래서 혜미는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대전으로 가는 표를 샀다.
사춘기 여자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또래친구이다. 이들의 공감과 지지가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 개인과 가정에서 벗어나 독립하기 시작하는 시기에 사회로 나아가는 확장에 가장 먼저 닿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님이나 가족들의 행동이나 말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친구들의 조언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혜미의 경우는 갑자기 지지받던 친구들에게 그렇게 행동하면 더 이상 너와 같이 놀 수없다는 의사를 전달받아 충격에 빠진 것이다. 게다가 혜미는 먼 지역에서 일을 하시는 아버지 대신 살림을 맡아주시는 연로한 할머니와 살고 있어서 적절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가 없었던 상태이기 때문에 더 심각한 행동으로 나타났다.
사춘기 아이의 일반적인 특징을 다음에서 살펴보자.
1. 혼자 있고 싶다.
2.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이 신경 쓰인다.
3. 나의 존재를 좋아하는 이성친구에게 알리고 싶다.
4. 부모님께 말대답을 한다.
5. 가끔씩 외롭다고 느낀다.
6. 기분이 좋았다가 나빠지면 변덕스럽다.
7. 이성 친구를 사귀고 싶다.
8. 친구나 인생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9. 야한 만화나 영화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10. 어른에게 반항을 한다
11. 부정적인 생각이 많다.
12. 부모님의 애정표현이 싫다.
13. 현실과 다른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14. 부모님이 실망스럽다.
15. 매너에 신경을 쓰게 된다.
16. 외모에 관심이 많아졌다.
17. 폼생 폼사! 폼에 신경을 쓴다.
18. 내 성격을 바꾸고 싶다.
특히 자아중심성에 빠진 사춘기 여아는 내 친구가 나를 무시하거나, 상상적 청중이 나를 무시하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타인이 전혀 눈치챌 수 없는 작은 단점도 스스로 용서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 이 시기의 청소년에겐 우울증도 자주 나타나는데, 그 징후를 알고 아이를 잘 살피는 것도 어른의 임무다.
다음은 청소년 우울증의 징후이다.
*청소년 우울증의 정서징후
① 슬픈 기분이 계속되거나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
② 작은 일에도 좌절하고 분노를 느낀다.
③ 쉽게 화가 난다.
④ 일상생활에 흥미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⑤ 스스로 가치 없다고 느끼거나 자기 비난이 심해진다.
⑥ 거절이나 실패에 민감하며 과한 위로를 요구한다.
⑦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과제에 집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⑧ 죽음이나 자살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청소년 우울증의 행동징후
① 쉽게 지치고 매사 의욕이 없다.
② 생각, 말, 몸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③ 주변으로부터 고립된다.
④ 학업성취력이 낮아지고 결석이 잦다.
⑤ 분노를 쉽게 드러내고 파괴적인 행동이 잦다.
⑥ 커팅, 화상, 과도한 피어싱이나 문신 같은 자해 행동을 한다.
⑦ 원인이 없는 복통이나 두통을 자주 호소한다.
⑧ 식욕이 줄거나 식탐이 많아지거나 한다.
⑨ 가만히 있지 못하고 신체를 떠는 행동을 한다.
그러면 말이 잘 안 통하는 사춘기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사춘기 아이 부모가 놓아야 할 일을 정리한다. 첫째, 사춘기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가끔 평소보다 말을 잘 드는다고 고맙다고 말하고 칭찬해 주자. 둘째, 사춘기 아이의 습관을 고치는 것은 힘들다. 나쁜 습관은 사춘기 전에 고치거나 미리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셋째, 아이 말을 듣는 인내가 필요하다. 부모의 일방적인 말 중심의 대화는 아이를 더 멀어지게 한다. 특히 가족 간에 밥상머리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 일주일에 한 번은 온 가족이 모여서 서로 있었던 일을 나누고 공감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학교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아이의 말을 흘려듣지 말고 경청한다. 두 번째, 아이 앞에서 합리적이고 일관된 모습을 보인다. 셋째, 아이의 비난이 있더라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넷째, 어른도 불완전한 인간임을 말해준다. 다섯째, 아이만의 세계가 있음을 인정하는 여유를 보여준다.
혜미의 담임선생님에게 일단 혜미 이야기를 하도록 상황을 만들고, 친했던 친구와의 관계에서 어떤 점이 서운했는지를 들어보도록 조언했다. 그로부터 2주 후, 혜미는 무사히 졸업식을 마쳤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별일이 다 일어난다. 아이가 유별나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은 모두 생각과 재능과 강점이 서로 매우 다른 독립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