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해봐서 아는데요
"휴게실에 떡이 있습니다. 하나씩 가져가세요."
전체 쪽지를 받았다. 살짝 허기가 느껴지던 차. 떡 하나를 챙겨 자리에 앉는다. 갓 배달됐는지 따끈따끈했다. 두 시간 연속으로 수업한 후에 먹는 떡은 참 맛있었다.
시간강사로 근무하던 때였다. 당시 계약 기간도 짧고 시간강사로 수업만 하는 상황이라 교내 메신저를 쓰지 않았다. 누가 직접 알려주지 않는 한,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슨 일이 있는지 전혀 파악할 수 없다. 그저 내가 맡은 수업만 해낼 뿐. 수업이 끝나고 돌아와 자리에 앉는데, 주변 선생님들 책상에 똑같이 놓인 간식에 눈이 띄었다.
'내 자리에는 없네.'
'내 것도 있을까?'
'내가 가져오면 되는 건가?
'어디서 가져와야 하지?'
'애매한데 그냥 안 먹고 말지 뭐.'
일 년 동안 시간강사로 근무했던 학교에서는 옆자리 선생님께서 항상 챙겨주셨다. 덕분에 사소하게 서운함을 느낄 일은 없었다. 그런데 1~2주일 근무하는 학교에는 나를 챙겨줄 사람이 없었다. 누가 알아서 챙겨주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휴게실에 들어가서 떡이니 과일을 아무렇지 않게 먹을 만큼의 배짱은 없었다. 물론 그럴 시간과 마음의 여유 또한 없었다. 다만, 누구에게 느껴지는지 모를 약간의 서운함과 서글픔만 남았다.
며칠 전, 특별휴가 중인 선생님을 대신해 4일 동안 새로운 선생님이 오셨다. 시간강사로 계약했다는 선생님은 앳된 얼굴에 학교는 처음인 듯했다. 그 누구보다 시간강사의 마음을 잘 안다고 자부하는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선생님, 점심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밥 먹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배도 딱히 안 고프고... 안 먹어도 될 것 같아요."
먹기 애매해서 배가 안 고픈 걸로 결론 낸 건 아닐까.
"혹시라도 급식하실 거면 먹은 만큼 나중에 돈 내면 되니까 편하게 드세요.
(근데 맛은 별로 없어요...)"
"선생님, 옆에 있는 휴게실에 커피머신이랑 차 있으니까 편하게 드시면 돼요."
"아, 그래요? 고맙습니다."
"시간표가 중간에 많이 비진 않으세요?"
"네... (시간표 보여주며) 이렇게 되어있는데 오늘만 하면 되니까 괜찮아요."
"저도 예전에 이 학교에서 시간강사로 근무한 적 있거든요. 자잘한 것도 괜찮으니까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세요."
앳된 얼굴의 선생님은 몇 번이나 고맙다며 점심 대신 먹고 있던 망고젤리를 건넸다.
저 자리에서 혼자 어색함에 몸 둘 바 몰라하며 어색해하던 때가 떠오른다. 그래서 괜히 신경 쓰였고 챙겨주고 싶었다. 누군가 따뜻한 한마디 건네줄 때 고맙고 또 고마웠다. 그래서 괜히 한마디라도 더 걸고 대화하고 싶었다.
오늘의 교훈. 먹는 걸로 서운하게 하지 말자. 따뜻한 한 마디가 누군가의 움츠러든 어깨를 펴게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