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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다리가 두 개인 이유

6학년의 내공

by 아침이슬

"엄마, 오늘도 급식에서 맛있는 반찬이 나왔는데 진짜 조금밖에 못 먹었어."

"정말? 더 달라고 하지."

"더 달라고 했는데도 안된대."


저녁식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낮에 먹었던 급식 메뉴를 공유했다. 초등학교 중학년인 아이는 메인반찬을 넉넉하게 배식받지 못하는 것이 늘 불만이다. 저학년 때는 저학년이라 배식 양이 적었고, 중학년이 되었으나 메인반찬은 정해진 양만큼만 배식하기에 원하는 대로 더 받지 못해 불만이다.


"난 더 달라고 하니까 더 주던데?"

초등학교 최고참인 큰 아이는 두 번 세 번 더 받으러 가서 양껏 먹는단다. 기본 배식 양도 많을 테고, 부족하면 언제든지 더 받아올 배짱과 여유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교에서 가장 늦게 급식하는 학년인 만큼, 남은 음식을 아낌없이 배식해 주는 순간이기에 늘 만족스럽게 먹는 듯했다.


"내가 1학년때는 우동이 나오면 딱 두 가닥씩만 줬거든? 요즘엔 한 다섯 가닥 줘."

반면 저학년에서 갓 벗어난 둘째는 비교적 이른 급식순서와, 또래들의 평균식사량 등을 고려해서인지 원하는 반찬을 원하는 만큼 먹지 못해 늘 아쉬워했다.


먹는 걸로 서럽게 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둘째는 쌓인 게 많은지 볼멘소리를 해댔다.

"우리는 이렇게 조금 주는데, 선생님은 진짜 많이 줘."

나도 배식을 받을 때 학생보다 반찬이나 국을 더 많이 받는다. 성인과 학생의 차이니까 양의 문제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가끔 메인반찬을 푸짐하게 배식받을 땐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 아이들도 집에 가서 양껏 못 먹는다고 불만을 터뜨리려나. 선생님이라고 반찬 많이 주는 게 불공평하다고 여기는 건 아닌가. 일단 우리 집 꿈나무를 달래야 했다.


"음... 선생님은 어른이잖아. 너네는 어린이니까 어른들 양이 더 많은 건 당연하지. 엄마도 학교에서 학생들보다 더 많이 받아."

"치, 그래도 선생님만 맛있는 반찬 많이 받는 건 좀 그래!"

"아... 음식 양이 많다 보니까 맛있는 반찬도 더 많이 받게 되나 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는 닭다리 하나 주면서 선생님은 닭다리 두 개 주는 게 어딨어?"

"..."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때 옆에서 조용히 밥 먹던 첫째가 말했다.


"야, 선생님들은 돈 내고 먹잖아."


그래, 난 돈 내고 급식을 먹는다. 가끔, 이 돈이면 내가 더 좋아하고 더 나은 구성의 식사를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는 날도 있다. 메인반찬을 많이 받으면서도 괜히 마음 어딘가 불편한 기분이 들 때가 있었는데, 앞뒤로 줄 서있는 학생들에게 내 아이의 모습을 투영시켜서 그랬나 보다. 그런데 이제 그 불편한 기분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단 한마디로 나를 설득시킨 첫째 아이의 무심한 표정을 보며 초등학교 6년 차의 내공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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