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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레이스 보건실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곳

by 아침이슬

"엄마, 나 머리가 약간 어지러워."


바쁜 아침. 등교준비 하던 초등학생 아이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이마를 내밀며 다가온다.


순간 철렁한다. 아프면 등교를 못 하고, 그럼 나는 출근을 못한다. 일을 하면서부터는,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아이보다 출근이 먼저 걱정된다. 이런 나 자신이 안타깝고 미안하지만 현실이다.


다행히 열은 없다. 꾀병인지 순간적인 증상인지 진짜 아픈지 구분할 방법도 시간도 없다.

"학교 가보고, 많이 힘들면 선생님께 말씀려서 보건실에 가."


몇 년간의 경험 상, 아파서 등교를 못 할 정도면 아이는 아프다는 말도 못 한다. 그전에 이미 부모가 아이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 등교하려고 옷을 다 입고는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오히려 안심이다.


"오늘 머리 어지러운 건 어땠어?"

퇴근 후 아이의 학교생활을 물으며 컨디션을 확인했다.

"보건실에 가서 좀 누워있었는데 금방 괜찮아졌어."

"그래, 다행이네."


보건 선생님은 이런 아이들을 하루 종일 얼마나 만나실까.


교직원 화장실 가는 길마다 보건실을 지나친다. 중학생이라고 다르지 않다. 쉬는 시간마다 보건실 앞은 학생들로 바글바글하다. 어떤 학생은 화장실 들어가기 전부터 줄 서있더니, 화장실 나올 때도 그대로다. 곧 종 칠 텐데.

"아이고, 아직 차례가 안 됐어?"

"저는 친구 기다리고 있어요."

아픈 학생과 그들을 따라온 학생, 지나가다가 그 자리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서 있는 학생 등 보건실 앞은 늘 소란스럽다. 순간 보건선생님 입장이 되어본다.


쉬는 시간마다, 심지어 수업시간에도 보건실 다녀오겠다는 학생들이 제법 많다. 이들을 상대하는 건 오로지 보건교사 한 명이다. 많이 아픈 학생도 있을 테고,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을 테지. 우리 아이는 어디에 속할까. 진짜 급한 아이들만 보건실에 오기를 바라시겠지.


아프다고 칭얼거리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아파도 꾹 참고 교실에서 수업만 들으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다. 쉬는 시간, 또는 수업 시간 중에 아픈 티를 살짝 내면서 공식적으로 보건실을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약효가 있으리라 믿는다. 특별한 처치를 받지 않아도 보건실에 잠시 머물면서 회복이 되어 교실로 돌아가는 아이의 모습을 그려본다. 보건실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이나 나에게 위안이 된다.


오늘도 화장실 가는 길에 보건실 안을 흘끔거린다.

보건 선생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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