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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담임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by 아침이슬

"선생님, 청소 검사해 주세요."

"선생님, 제 지우개가 없어졌어요."

"선생님, 급식 줄 몇 시부터 서요?"


임시담임을 맡았다. 특별휴가 중인 선생님을 대신해 중학교 1학년 임시담임이 됐다.


마흔이 넘어 첫 기간제 교사가 된 후 아직 해치우지 못한 숙제, 담임업무다.

처음엔 학생들 앞에서 수업하는 것만으로 목표달성이었다. 시간강사든 기간제교사든 계약서 상의 신분에 관계없이 가장 중요한 일이자 더 잘하고 싶은 일은 오직 수업이었다.

학교생활이 익숙해지면서, 수업이 자연스러워지면서 또 하나의 넘어야 할 산이 생겼다. 채용 면접 때, 담임을 맡게 될 수 있다고 해 각오하고 있었다. 다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업무인 데다 나날이 뉴스에서 들리는 사건사고 소식에 그 산이 점점 높게만 느껴졌다. 사범대 졸업 15년만에 처음 학교에 발을 내딛던 그때처럼, 담임업무에 대한 걱정과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행인 건지 담임업무는 피했고, 기간제 교사로 처음 맞이하는 1학기를 잘 소화해 보겠다는 다짐으로 하루하루 새로운 업무와 상황을 숙지해 가는 중이었다.

2주간의 임시담임. 의지와 전혀 관계없이 맡게 되었다. 1년짜리 진짜 담임 또한 교사의 의지와 별 상관없이 맡게 될 테니 더 이상 불만 가지지 않기로 했다. 교직에 있는 동안 언젠가는 담임을 맡아야 할 터, 미리 경험할 기회가 생겼다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조례시간. 교실에 들어서자 모두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되나. 일주일에 한 번씩 본 얼굴들이라 낯설지 않지만, 그 상황은 매우 낯설었다.

간단한 전달사항, 그리고 아이들 컨디션을 확인했다. 다행히 모두 출석했고, 아픈 사람도 없다.

아프면 안 돼. 사고 쳐도 안돼. 진짜 담임 선생님 오실 때까지 문제없이 지내줘.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쳐다봤다. 수업 중에 보는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아이들의 표정도 달라 보였다.


종례시간. 다행히 하루 종일 별다른 일은 없었다. 청소하고 검사를 한다. 담임 선생님께서 미리 일러두신 말이 떠오른다. 저희 반 아이들이 청소하기 싫어하고, 대충 하고 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정도면 청소가 다 됐다 싶어 모두 하교시키자, 그제야 청소 시늉만 한 흔적들이 보였다. 혹 잊을세라 메모했다가 다음 날 조례시간에 피드백을 줬다. 며칠 반복하니 이제야 청소를 제대로 한다.


일과 중에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닌가 나도 모르게 긴장 속에 지낸다. 종례를 하고 학생들이 하교하면서 긴장이 풀린다. 조례와 종례시간마다 교실로 향하면서, 새삼 담임 선생님들의 노고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평범한 일상이라 여겼던 학교에서의 모든 순간이 담임 선생님들의 노력과 지도와 관심으로 이루어진 시간임을 깨닫는다. 임시담임 하느라 고생한다며 격려해 주는 옆반 담임선생님의 인사에 경외심마저 들었다.


우리 아이를 학교에 보낼 때도 담임 선생님이 계시기에 별 걱정이 없다. 그동안 막연히 감사의 마음을 느꼈지만, 감사의 마음에 존경의 마음도 더해본다. 담임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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