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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대회

by 아침이슬

"선생님, 저희 오늘 체육대회 퍼레이드 입장곡 골라야 되는데 시간 좀 주세요!"

"선생님, 오늘 수업시간에 체육대회 퍼레이드 안무 연습 하면 안 돼요?"


중간고사가 끝난 후, 학교는 온통 체육대회 준비로 시끌시끌하다. 특히, 체육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학급별 입장 퍼레이드를 준비하느라 각 반마다 난리법석이다.


수업시작 전, 미리 교무실에 찾아와서 시간을 달라고 요청을 하는 반이 있다. 반장이 와서 예의 바르게 묻기도 하고, 대여섯 명이 우르르 몰려와 조르기도 한다. 그나마 미리 찾아와서 양해를 구하면 양반이다.

대부분은 교실에 들어서면 인사도 하기 전에 여기저기서 외쳐댄다.


"저희 진도 빠른데 연습 좀 하면 안 돼요?"


쓰읍. 가짜 뉴스가 판친다.


"선생님~ 저희 지난 시간에 수업 잘 들었는데 오늘 시간 좀 주세요. 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 같은 말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이 고울 가능성이 높다. 수업준비 다 해놓고 예의를 갖춰 부탁하는데 이 정도면 안 들어줄 이유도 없다.


협동이 잘 되는 반인지 아닌 반인지 금방 티 난다. 안무를 총괄하는 학생이 앞에서 목 터져라 외친다.


"아... 우리 수업할 때 선생님 기분이 이런 거구나."


어떤 학생은 뒤늦은 깨우침을 얻는다. 평소 조용하게 자리만 지킨다 싶었던 학생도 제법 적극적으로 춤춘다. 수업에는 일체 관심이 없던 학생이 학급의 안무 총괄을 맡아 반 아이들을 코칭하기도 한다. 음악 소리가, 아이들의 목소리가 교실 밖으로 넘어갈까 우려되어 조바심도 난다. 그래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채 동작을 따라 하는 아이들을 보니, 학교를 다니면서 얻는 장점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단체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경험, 또래들과 그 시절에 쌓을 수 있는 추억. 학원이나 집에서는 얻지 못하는 시간이다.


통제가 안 되는 분위기 속에서 괜히 연습시간을 줬다고 후회할 때도 있다. 이 반만큼은 앞으로 절대 시간 안 주리라 다짐도 한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체육대회인데 기껏해야 일주일이다 싶기도 한다. 기대하고 들떠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최대한 보존해주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대체로 1학기에 체육대회를 진행하나 보다. 1학기 기간제 교사가 처음인 만큼, 체육대회도 이번이 처음이다. 나도 조금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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