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무를 올릴 때 긴장되는 이유
'대출상담사랑 약속 정했어. 수요일 오후 1시 A은행 B지점.'
남편에게 연락이 왔다. 이사를 앞두고 은행에 갈 일이 생겼다. 무조건 부부가 함께 와야 된단다.
다행히 수업이 없는 시간대라 외출에 문제는 없다. 대신 교감 선생님께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수업이 없는 시간이거나, 혹은 교체를 해서 수업에 아무 지장이 없어라도, 복무를 상신하고 승인받는 과정은 늘 조심스럽다.
"이 학교는 복무 신청할 때 직접 가서 말씀드리나요?"
학교마다 관리자의 성향은 다르다. 그 학교에 가면 기존에 계시던 선생님들께 꼭 묻는다. 어떤 학교에서는 교감 선생님을 직접 찾아가 구두로 보고하고, 그 후에 나이스에서 상신한다. 어떤 학교는 메신저로 사전에 보고 드리고, 그대로 상신한다. 외출보다 조퇴는 조금 더 신중해진다.
교감 선생님과 다른 교무실을 쓸 때는 메신저로 복무 올리겠다는 내용을 전달하는 게 자연스럽고 덜 부담스러웠다. 통보 같은 보고라서 그런가. 메신저로 안된다는 답변을 받은 적은 없었다. 물론 구두로 보고할 때도 안된다고 한 적은 없지만. 대면하면 형식적인건지 진짜 궁금한건지 몰라도 이유를 묻거나, 괜히 부연설명을 해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 학교의 분위기, 관리자의 성향 탓이겠지.
지금은 교감 선생님과 같은 교무실인 데다, 모든 교사들에게 사전 구두 보고 하라고 직접 공지를 하셨다. 외출은 덜한데 조퇴라도 해야 될 일이 생기면 괜히 긴장되고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뭘까. 그래봤자 다른 선생님과 수업을 교체해서 조퇴 전후에 내가 맡은 수업은 다 처리하고, 근로계약서에서 보장받는 연가 내에서 쓰는 건데. 근로자의 입장이라 그런가.
"나는 회사 다닐 때도 늘 휴가 올리기 전에 언제 말해야 되나 조마조마했는데, 지금도 그래. 왜 그럴까."
그러자 남편이 씩 웃으며 말했다.
"다 그렇지 뭐. 근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좀 덜 그렇더라."
내가 옛날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혹시 거절당할까 봐 불안해서 그런가. 대부분의 관리자들이 초과근무 이외의 복무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고정관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며칠 뒤, 남편이 직장 동료와 통화하는 내용을 우연히 들었다.
"우리 임원 휴가 쓴다는 말 들으면 나한테도 꼭 알려줘요. 나도 그날 좀 쉬게."
약 20년째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남편. 제법 큰 팀을 총괄하고 있는 관리자도 어쩔 수 없는 근로자였다.
마음이 좀 불편하더라도 꼭 필요할 때 조퇴나 외출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