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물은 할 수 없었지만
결혼식으로의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초조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예물 시계에 관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십 번에 걸쳐 사지 말라던 명품 가방을 어쨌거나 받았기에 나도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져서였다. 예비 신랑은 그때마다 자기 인생에 손목시계는 없었다며 답답한 건 질색이라고 했다. 너무나도 이해 가능한 반응이었다.
내가 딱 그래서였다. 내 인생에도 손목시계는 없었다. 거슬리고 답답했다. 폰만 꺼내 보면 금방 보이는 시간을 굳이 시계로 알 필요도 없었다. 벽시계나 탁상시계라면 모를까 손목시계라니. 보기만 해도 무거워 보이는 짐덩어리를 손목에 차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해 보이기도 했다. 사실, 팔찌도 마찬가지였다. 괜히 간지럽기만 했다.
나부터가 이러니 예비신랑의 반응을 믿고자 했다. 그럼에도 한 번씩 깜짝으로 명품 가방을 선물한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묻고 또 물었다. 이때마다 예비신랑은 답했다. 나는 의도가 있으면 직접 말을 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때그때 말하면 될 걸 왜 숨은 의도를 가져야 하냐 되묻기도 했다. 혹시 네가 그러냐는 물음까지. 나는 얼른 아니라고 답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시계는 없던 일이 되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부부의 집에도 시계는 없다. 다이소 탁상용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건전지를 갈지 않아 화석이 되었다. 그래서 시간이 궁금할 때 옆에 신랑이 있으면 물어보곤 한다. 이때마다 그는 곧잘 답변을 준다. 어떨 때는 살아있는 시계 같다. 우리의 대화는 시간으로 물꼬를 틀어 흐르고 또 흐른다.
시계가 없어도 행복한 시간은 잘만 흐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