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방이야말로 쓸모 있는 가방입니다만.
"루이스 부이톤?"
왜인지 낯설지 않은 로고를 보자 나도 모르게 이태리 발음이 튀어나왔다. 묘하게 유럽 감성이 나 악보 읽듯 튀어나온 것이었다. 예비신랑은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마자 내게 쏘아붙였다.
"루이비통이잖아! 루이비통!"
그런가? 하긴, 찌는 더위를 피해 백화점에 들어왔으니 명품관이 있을 법도 했다. 예비신랑의 얼굴엔 여전히 짜증이 가득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내게 루이비통 가방을 선물했어서였다. 애초부터 사지 말라고 했건만 기어코 사와 깜짝 선물이라는 걸 했던 사람이었다. 내가 하는 싫다는 말이 아끼려고 그러는 것인지 정말 싫어 그런 것인지 알 길이 없어 사야만 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취향이 다를 뿐인데 그게 그렇게 궁색해 보였을까? 내게 가방이란 책이 들어가면 그뿐이었기에 명품 따윈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똑같은 패턴의 명품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하도 들고 다니니 좀 지겨웠달까? 그것이 왜 예쁘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특히나 책조차 들어가지 않는 작은 가방은 피하고 싶은 가방 1순위였다. 내 예비신랑이 준 가방이 바로 그런 가방이었다. 뒤로 메는 것도 아닌 크로스백 말이다.
어차피 뒤로 메는 가방이어도 가죽이면 무게가 나가 잘 메지도 않았다. 책으로 채워야 하기에 천을 더 선호했다. 가끔 자그마한 크로스백에 벽돌책을 손으로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했다. 그것이 그분 나름의 폼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너무 불편해 보여서였다. 예비신랑이 준 가방을 들고 다니며 그렇게 다니고 싶진 않았다. 나는 편한 것이 좋았기에 끽해야 시집이나 들어가는 그 가방은 장롱 속에 모셔뒀을 뿐이었다. 그러니 그것의 이름 따위 까마득하게 잊을 수밖에.
대체, <여자=명품 가방에 환장> 같은 공식은 누가 만든 걸까? 정말이지 환장할 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