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를 거부하자 할머니가 되었다.

금괴가 뭐가 어때서

by 표류자차

"할머니랑 결혼해?"


예비신랑이 답했다. 다이아 반지를 대신해 금괴로 하자는 내 주장에 나온 답변이었다. 나의 주장은 이러했다. 자고로 예물은 위기의 순간에 대한 대비이기에 바꿔먹기 좋을 금괴로 하자는 거였다. 예비신랑은 황금열쇠가 있을 거라 했지만 그것이 내 마음을 열지는 못했다.


다이아는 상징일 뿐 사랑이 아니라 노래도 불러봤다. 우리나라는 아직 분단국가라 전쟁이라도 터지면 금괴만큼 유용한 것이 없을 거라고도 했다. 다이아는 분명 똥값이 될 거라고도 했다. 하지만 모두 허사였다. 어느새 나만큼이나 고집이 센 예비신랑에 이끌려 종로로 향했다.


예비신랑은 틈을 주지 않았다. 종로에서도 다이아몬드 전문 매장이었다. 현미경으로 꼼꼼히 확인하는 직원분을 보니 무슨 장인을 보는 것만 같았다. 예비신랑은 다이아몬드가 사랑인 것이라 했다. 나는 그따위 광고 문구는 믿지 않는다 했다. 그럼에도 손을 내밀어야 했다. 치수를 재야만 해서였다. 이곳에서 일반 실반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함께 맞췄다. 나는 실반지만 있으면 된다 다시금 얘기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예비신랑은 또 한 번 할머니랑 온 거냐 장난스럽게 빠져나갔다.


어차피 많은 돈을 써야 하는 것이 결혼의 과정이라면 지혜로운 주인공들처럼 훗날의 이익까지 내다보고 싶었다. 부자들의 과거라는 전설 속 이야기처럼 그때의 난 남들과 달리 금괴를 사모아 지금에 오를 수 있었다는 자랑도 해보고 싶었다. 2020년의 일이니 지금의 금값을 생각하면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다. 남들도 다 하니까 한다는 예비신랑에겐 사랑의 증표였을지 모르나 내게는 사치였다.


내 결혼 준비조차 그놈의 남들과 함께했다. 결혼반지 너마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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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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