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은 어디로?

코로나19는 새로운 곳을 안내해.

by 표류자차

마스크로 답답했던 일상만큼이나 결혼 전 나를 답답했던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신혼여행지를 고르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거두절미하고 '치앙마이'를 선택했건만 코로나19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치앙마이를 골랐던 나름의 이유도 있었다. 평소 추위에 약한 탓에 한겨울 따듯한 곳으로 가고자 하는 로망이 아주 컸다. 하와이, 몰디브, 발리 같은 곳들 말이다. 그중에서도 치앙마이가 눈에 띄었다.


우선 가까웠다. 긴 휴가를 얻지 못했기에 빠르게 이동이 가능한 곳이 좋았다. 당연히 돈 문제도 있었다. 온갖 준비로 허리가 휘청이는 와중에 신혼여행으로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래놓고 몇 년 후에 스페인을 가 돈을 활활 태웠다.) 그렇다고 현장에서 인색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쓸 만큼 쓰면서도 아깝지 않을 곳을 찾은 곳이 치앙마이였다. 같은 아시아지만 어딘가 이국적인 분위기도 끌렸다. 여유로워 보이는 사진 속 현지인들의 모습까지도.


하지만 해외는 막히고 국내로 발이 묶였다. 대체 어디로 가야 할까? 그즈음 유행은 제주도였지만 수학여행을 포함해 몇 차례 갔던 터라 더는 가고 싶지 않았다. 바람만큼이나 물가가 센 데다 식도락을 느끼기 어려웠던 곳이 제주이기도 했어서다. 바닷물도 여수 같은 남해 바다를 더 선호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강원도 스키장을 가고 싶지도 않았다. 서울과 너무 가까웠기에 먼 곳을 가고 싶었다. 이러니 예비신랑이 말했다.


"우리 회사분은 울릉도로 가셨데."


울릉도도 가깝지 않냐는 내 질문에 예비신랑은 배를 타고 가기 그리 쉽지 않은 곳이라 했다. 며칠을 기다리게 되기도 한다고 말이다. 아, 그렇구나. 뒤늦게 국내 지리에 대한 상식이 하나 생겼다. 문제는 내가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불확실성이 너무 큰 곳도 나에겐 제외 대상이었다. 그럼 어디로 가지?


내가 그동안 좋았던 여행지를 돌아보니 여수의 바닷물과 통영의 굴맛이 떠올랐다. 포항에서의 한적함도 좋았다. 그럼 선택해야 할 곳은 바다였다. 하지만 예비신랑과는 처음 함께 가는 곳이 더 좋을 거라 판단했다. 지도를 살펴보니 통영 바로 옆에 있는 거제도라는 곳이 눈에 띄었다. 항공편 도착지는 부산 김해공항으로 결정! 첫날밤은 부산에서 자는 걸로 정했다. 첫날 저녁도 부산의 해산물이었다. 거제도로 가기 위한 과정이었다. 중간에 들렸던 가덕도에서의 식사도 환상이었으니 나중에 거제도 신혼여행 편을 준비해도 좋으려나 싶다.


지금 봐도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다시 가래도 거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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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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