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로 연기했던 한복 대여

코로나 결혼식엔 뷔페도 없었다.

by 표류자차

비수기에 했던 우리의 결혼식은 명절 직전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어마어마해져 수용인원 50인 이내의 소규모 결혼식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뷔페는 답례품으로 대체되었고, 인사드리며 입을 옷도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다. 바로 한복이었다.


문제는 이미 한복대여를 완료했다는 것이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한복을 입을 기회가 사라졌다는 사실이기도 했다. 맞춤까지 고민했을 정도로 워낙 예뻤기에 상실감이 상당했다. 나는 반드시 입기를 다짐하며 묘수를 내었다. 바로 명절로 연기하는 것! 한복 업체에도 명절로 연기해도 되냐 물으니 당연히 된다며 좋아해 주셨다. 엄청난 상황에 취소하려는 분들도 많았을 텐데, 그래도 유지를 했으니 된다고 해주신 것 같다.


KakaoTalk_20250625_201512088_21.jpg

누군가는 "저게 뭐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저 노랑 저고리가 좋았다. 사진에서 나오는 색감보다 좀 더 진해 병아리 같기도 했다. 시부모님께서도 예쁘다며 좋아해 주셨다. 남편과 나는 한복도 입은 김에 덕수궁 나들이까지 했다. 한복을 입어 무료였다. 여느 때처럼 드레스인지 한복인지 모를 옷들이 눈에 띄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저걸 정말 외국인들이 좋아한다 생각하고 만드는 걸까 싶어지기도 했다. 통한 것인지 어느 외국분의 질문도 받았다.


"그 옷 입으려면 어디로 가야 해요?"


대략 이런 말이었다. 우리는 근처에서 대여한 것이 아니었기에 멀리 가야 한다고 했다. 외국분은 알겠다며 떠나셨다. 묘하게 뿌듯했다. 누군가의 인정을 받으려 입은 건 아니었지만 그냥 좋았다.


KakaoTalk_20250625_201512088_05.jpg

우리는 참으로 많이도 돌아다녔다. 한복을 입고 퐁듀를 먹기도 했다. 명절 연휴에 한복을 입고 퐁듀라. 지금 돌이켜도 재미났던 경험이다. 풀메이크업은 없었지만 그야말로 풀코스 데이트였다. 결혼식에서처럼 전문 사진사는 없었지만 남편이 사진사였다. 나는 자동으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사진을 다시 보면 얼굴은 좀 못생겨도 전부 웃고 있어 알 수 있다. 코로나였기에 가능했던 명절의 추억이다.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03화직접 만들었던 이바지 음식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