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진통

갑자기 육아휴직을 쓰게 되었습니다.-1

by 남유복

24년 1월 19일 새벽 4시


안방에서 자던 아내가 내 방문을 열고 소리쳤다.

"으으... 여보 일어나! 양수가 터진 거 같아! 병원 가야 돼!"


따복이가 출산 예정일보다 2주 빨리 세상으로 나오고 싶었던 모양이다.


서둘러 산후조리 용품을 모아 둔 캐리어를 챙겼다. 그리고 아내를 부축하여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운전경력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아내를 차에 태우면서부터 손은 벌벌 떨리고 있었다.


집 근처 여성병원에 도착하여, 응급벨을 누르고 3층 분만실로 아내를 부축해서 올라갔다.


진통이 심했던지 아내는 분만실 B간호사한테 바로 재왕걸개 수술을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으윽! 못 견디겠어요!"

"제왕절개하고 싶어요!"


하지만 B간호사는 자연분만으로 아내를 설득하였다.

"자연분만이 제왕절개보다 회복이 더 빠릅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전부 제왕절개 하고 싶다고 말하세요."


아내는 아무 소리도 못하고, 가만히 배를 움켜줘고 있었다.

"......"


B간호사는 아내와 눈을 마주치면서 계속해서 설득을 이어 나갔다.

"저희는 매번 이런 상황을 겪기 때문에, 6번 넘게 얘기를 하셔도 눈 하나 깜짝 안 합니다!"


그렇게 B간호사의 설득은 어느덧 5분을 향해 가고 있었다.


결국 아내는 자연분만을 결심하게 되었다.

"으윽! 알았어요!"

"자연분만으로 할게요!"


그렇게 아내는 B간호사와 먼저 분만실로 들어갔고, 잠시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게 되었다.


대기실에는 나 말고도 한 사람이 더 있었는데, 얼굴이 사색이었다.


그 사람은 애써 웃으면서,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다 잘 될 겁니다..."


동질감이 느껴지는 한 마디었다(덕분에 불안한 마음이 조금 가라앉게 되었다.).

"네... 파이팅입니다!"


그 말이 채 다 끝나기도 전에, 분만실 자동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B간호사가 나왔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응급상황을 알렸다.

"지금 산모님이 응급수술이 필요하십니다!"

"여기 말고 대학병원으로 가셔야 되어요!"


옆에서 그 말을 듣고 나니, 가라앉았던 불안감이 다시 증폭되기 시작했다.


결국 그 사람은 그의 아내와 대학병원으로 떠나게 되었다.


분만실로 다시 들어가려는 B간호사에게 급히 달려가서 말했다.

"우리 아내는 문제없습니까?"


B간호사의 대답은 담담했다.

"네 산모님은 자연분만 준비 다 되셨습니다."


얼른 분만실로 들어가서 아내의 상태를 보고 싶었다.

"저 혹시 분만실에는 언제 들어갈 수 있을까요?"


하지만 B간호사는 조금 더 대기할 것을 요청했다.

"이제 산모님 무통주사 맞으시면, 분만실로 들어가도 되시니까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실게요."


무통주사 시술을 기다리면서 정말 많이 초조했다.


하지만 출근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에, 직장 단톡방에 현 상황을 알리는 게 먼저였다.


건설업 종사자의 출근시간은 남들보다 원래 2시간 정도가 빠르다.


건설업이 적성에는 맞았지만, 육아에 있어서 만큼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건설회사가 그렇듯 우리 회사 역시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을 생소하게 여겼다.

(다들 '최초 남성 육아휴직 케이스' = '시범 케이스'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실제로 몇몇 직장 동료들은 육아휴직을 탐탁지 않아 했으며, 평소 업무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던 동료조차 육아휴직은 곧 장기휴가라고 생각했다.

<회상 인물> : Y계장

"형은 쉬러 가는 거잖아요!"

"저한테 인수인계 부탁하지 마세요!"


며칠 전 배뭉침으로 아내가 병원에 입원했었기 때문에, 인수인계는 최대한 빨리 진행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인수인계를 흔쾌히 받아주는 인원은 딘 한 명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건설 경기 불황으로 인한 인력 감축...


그래서 단톡방에 공지를 올리는 동안 마음이 너무 착잡했다.

"출산을 위해 병원에 와 있습니다."

"현재 양수가 터졌으며, 20% 정도 출산 진행 중에 있습니다..."


잠시 후, 마취과 의사 선생님이 분만실에서 나오셨다(무통 시술이 끝났다.).


감사한 마음에 인사를 드리게 되었다.

"새벽에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취과 선생님은 방긋 웃으시더니 다시 퇴근을 하셨다.


곧바로 분만실로 들어가 보니, 아내는 극한의 진통을 견디고 있었다(분만실에는 심박 및 진통주기 체크 기기가 있다).

"아악! 으으...."


아내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괜찮을 거야."

"당신은 잘할 수 있어!"


B간호사도 열렬히 응원해 주었다.

"산모님 파이팅!"

"무통 효과는 조금 있으면 나타날 거고요."

"그러면 무통천국을 경험하시게 될 겁니다."

"할 수 있어요! 파이팅!"


다행히 아내는 무통을 잘 받는 체질이었고, 자궁추축 강도가 90이 넘어가도 괜찮아했다.

"아... 이제 좀 견딜만한 것 같아..."

"아까는 정말... 아... 너무 아팠어..."

무통천국을 경험 중인 아내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궁수축 게이지가 갑자기 줄어들기 시작했다(무통주사의 역효과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결국 분만 촉진제(옥시토신)까지 추가로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투입 초기에만 효과가 있을 뿐, 자궁수축 강도는 더 이상 개선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 가운데, 간절히 자궁수축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오전 8시 반, 담당 의사 선생님이 분만실로 찾아오셨다.


선생님은 곧바로 옥시토신 투입을 중단시키셨다.

"D간호사! 애기 심장박동이 느려지니깐 옥시토신 빼버려라!"

"그리고 오전 근무 종료시간까지 애기 안 나오면, 문제 생긴 다이!"


그 말을 듣고 머릿속에 "문제가 생긴다"만 맴돌게 되었다.

'문제?!'

'무슨 문제가 생긴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