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삶, 변하지 않는 질문들.
10대와 20대가 서로 다른 것처럼,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된다. 청춘의 한가운데서 꿈을 좇고, 무한한 가능성을 이야기하던 때와는 달리, 이제는 한 가정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이 더해지며 삶의 무게가 더욱 실감 난다. 어른으로서 내가 해야 할 역할과 선택들이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그 속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 시기에 접어들면서 나는 청춘 시절처럼 모든 것을 쉽게 결정하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나의 선택이 나만의 것이 아닌,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매 순간 내린 결정들이 과연 올바른지, 그 선택들이 나와 가족에게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이런 고민 속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을 반복하게 된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예전에는 영원한 젊음을 갖고 시간이 더디게만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그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완전히 젊지도 않지만, 아직도 삶의 모든 것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나를 점점 잠식해 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릴 적에는 '미래'가 먼 이야기였다. 무언가 이루어지겠지, 뭔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하는 막연한 믿음으로 가득했던 적이 많았던 듯하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이른 지금, 미래는 손에 닿을 듯한데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내가 가는 길이 맞을까?', '지금 이 선택이 옳은 걸까?'라는 질문들이 나를 따라다닌다. 더 이상은 청춘의 실험처럼 모든 것을 시도할 수 있기에는 나와 함께하는 아이들이 있어 그럴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무게감이 때로는 나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기도 했던 것 같다.
아이들이 나와 함께하는 지금,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내 선택 하나하나가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 책임감이 나를 더 신중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무게가 너무 커서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과거에는 실패가 두렵지 않았다.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었고, 설령 그 선택이 틀렸더라도 다시 돌아가거나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자유로운 도전이 이런저런 명품백을 사듯, 하나의 사치처럼 느껴진다. 잘못된 선택의 대가를 나 혼자만 치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믿고 따라와 주는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면, 때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빠져들기도 한다. 마치 내가 어느 방향으로도 갈 수 없는 길목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의 선택이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처럼 느껴질 때, 나는 그 무게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이렇게 살아가도 되는 걸까?’
그러나 나는 다시금 생각해 본다. 모든 부모가 완벽한 답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나 역시 완벽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과 함께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아이들이 나에게 주는 사랑과 신뢰는 내게 큰 책임감을 부여하지만, 그만큼 나는 그 과정 속에서 배워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때로는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느끼는 작은 기쁨들이 나에게 힘이 된다. 완벽한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나는 매일 조금씩 더 나아가고 있다. 나의 불완전함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더 나은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고, 나는 그 속에서 많은 질문들과 싸워야 한다. 하지만 그 질문들이 나를 멈추게 하기보다는, 내가 걸어가는 길의 의미를 더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고민 속에서 나와 내 아이들이 함께 걸어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결국, 나의 불안과 두려움은 어쩌면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나침반일지도 모른다. 이런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나는 깨닫는다. 나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엄마라는 것을. 아이들이 자라는 것처럼 나도 매일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과거의 나는 완벽한 엄마가 되길 바랐지만, 이제는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바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엄마가 되는 것.
실수도 하고, 때로는 아이들 앞에서 약해 보일 때도 있지만, 그 순간들조차 우리 가족의 성장 과정이다. 내가 불안해하고 고민하는 모습 속에서 아이들은 무엇이든 쉽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강인함을 배워갈 것이다. 나 또한 아이들 덕분에 성장하고 있다. 나의 작은 결정들이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선택하려 한다. 동시에 아이들이 나를 믿고 의지해주는 모습 속에서, 나는 매일 힘을 얻고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나는 아직 완벽하지 않은 엄마이며 그리고 아마도 완벽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매일 조금씩 배우고, 조금씩 성장해 가는 엄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완벽함이 아니라, 함께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한다. 아이들과 함께 걷는 이 여정 속에서, 나 역시 그들과 함께 성장하는 엄마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길임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