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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주Ivy Oct 28. 2022

다이어트 실패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전문적인 폭식증 치료를 받을 수 없던 상황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영양학과에 진학해 생리학을 공부했고 유튜브로 섭식장애에 대해서 익혔다.

 

E Book으로 다이어트, 식사습관, 유명한 의사분들이 적은 책들을 읽기 시작했지만 내게 정확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분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부분 약물치료와 정도에 따라 정신과 상담을 권하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번지르르하게 말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8년 동안 여러 시도를 하며 폭식증을 극복했던 방법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자라온 환경, 처한 상황, 인간관계 식이장애가 어느 정도 심하냐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명심하고 읽어주시길 부탁드린다.


생리학을 공부하자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되어 소장에서 영양분을 흡수하고 대장에서는 수분을 흡수한 후 몸 밖으로 배설하는 것이 소화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배고플 때 맛있는 것을 먹고 배설하면 끝이 아니라 먹은 음식물들이 우리 몸에 올바른 영양소로 분해돼 흡수되는 것을 잘 되게 하기 위해 도와줘야 한다.

 

소장에서 영양 흡수를 잘하려면 위에서 음식물이 부패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입에서 잘 씹어서 삼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먹은 음식을 잘 씹을 때 턱밑, 혀밑, 귀밑에서 나온 침과 섞여 음식의 원소가 분해되기 시작한다.

위장에는 치아가 없기 때문에 위에서 소화시키려면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음식을 철저하게 씹어서 위로 보내야 많은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 죽처럼 분해된 음식물들이 소장으로 넘어갈 준비를 한다. 

이때 끊임없이 음식물이 위에 들어온다고 생각해보자. 

분해를 이미 마친 음식물들이 소장으로 넘길 타이밍을 놓치고 새로 들어온 음식물들과 섞여 다시 분해과정이 시작된다. 

이미 위에서 분해된 음식물들은 예정된 시간보다 오랫동안 위장에 머물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부패가 시작된다. 썩은 음식물들은 독소를 만들어 내고 위벽과 간을 공격한다. 

혈액은 독소로 더럽혀지고 소장에서도 영양 흡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대장에서 독소로 받아들인 음식물들은 밖으로 빨리 내보내려고 하는데 소화가 덜 된 채 설사로 배설된다. 


위는 평균 20-25cm 크기지만 고무풍선 같아서 음식을 적게 먹으면 위의 크기도 줄어들고, 반대로 많이 먹으면 원래 크기의 몇십 배는 늘어난다.  

위가 일정한 음식만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졌다면 디저트, 야식, 배달 비즈니스, 다양한 음식 비즈니스는 번창하지 못했을 것이다.

위가 계속 일을 하면 소장에서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복을 주어 소장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시시때때로 계속 먹으면 소화 과정에 문제를 일으켜 소장에서 영양 흡수를 제대로 못하고 대장에서 설사로 내보내는 사실을 머리로 인지하고만 있어도 과, 폭식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거식증, 폭식증의 식이장애가 심해질 경우 사실 영양 따위는 관심이 없어진다. 

오로지 먹고 싶은 충동과의 나 자신과 싸움이다.

영양성분을 잘 흡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통하지 않는다. 


금지된 음식을 먹고 싶은 강력한 충동은 때로는 저항 불가능한 것이어서 생리학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


폭식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 서서히 멈추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음식 섭취 후 죄책감과 자기 비난에 빠져드는 것을 그만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몸의 신호를 잘 들어라


항상 초콜릿은 나의 적이며 사랑이었다. 절제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 먹고 싶은 마음을 무시하다가 초콜릿 폭식을 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갈망이 집착으로 변했고 집착이 식욕을 조절할 수 없게 만들었다.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무시하지 않고 먹어 주는 것이 과, 폭식을 방지하며 음식에 대한 집착을 만들지 않는다.


에블린 트리 볼리(Evelyn Tribole) 저서 다이어트 말고 직관적 식사 (Intuitive Eating)에 따르면

'물리 법칙에서는 힘에 대한 반응으로 항상 저항이 일어난다. 사회에도 그 법칙이 적용된다.

권력이 너무 강하면 폭동이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원하는 일이라도 명령을 받으면 반항심이 생긴다. 

다이어터는 독립심을 증명하려는 '끔찍하게 말 안 듣는 네 살'이나 사춘기 청소년처럼 엄격한 원칙이 있는 다이어트에 반항적인 식습관으로 대항한다.

세상에 당신을 잘 아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다. 오로지 당신만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 경험을 제대로 안다.


당신이 언제 배가 고프고 얼마만큼의 양에 만족을 느끼는지 다이어트 전문가가 알겠는가?

당신 말고 그 누가 당신을 만족시켜주는 식감과 미각을 알 수 있을까?

몸의 신호를 존중해서 개인이 자율적으로 내려야 하는 선택이다. 


내가 몸의 신호를 듣는 예시들 


오늘 바빠서 제대로 된 식사를 못했어 지금 먹지 않으면 밤에 야식이 생각날 거야 제대로 된 식사를 하자.

직장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받아... 갑자기 단 게 확 당기네 따뜻한 티와 초콜릿을 기분 좋을 만큼 먹자.

치킨이 먹고 싶어! 이 마음을 참으면 언젠가는 폭발하겠지 기분 좋을 만큼만 먹고 남은 건 내일 먹어도 돼 오늘 꼭 다 안 먹어도 돼.


내일도 먹을 수 있다는 생각

내일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먹어야겠다는 식탐에서 자유롭게 해 주는데 큰 도움이 됐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면 '내일부터 다이어트니까 오늘 최후의 만찬을 즐겨야지' 하고 

오늘 아니면 디저트들을 못 먹는다는 생각에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많은 양의 디저트들을 폭식할 위험이 있다. 

이왕 초콜릿을 먹는 거면 매일 일정량을 먹는 것이 하루에 많은 양을 먹는 것보다 정신건강과 육체 건강 모든 면에서 낫다.

내일도 먹을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진 후부터 오늘 다 먹어야 한다는 조급함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맛을 좀 더 음미할 수 있게 되었다. 

배가 굶주린 상태에서는 의식적으로 천천히 씹어 먹자라고 인식하고 있어도 급한 마음에 몇 번 씹지도 않고 삼킨다. 


과, 폭식하는 경향이 있으시거나 식이장애를 가진 분들은 긴 공복시간을 6시간 이상 갖지 않는 게 좋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긴 공복을 가져 배가 많이 고픈 상태라면 식사하기 전 물 한 컵은 꼭 마시고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공복시간이 길어지면 자가포식 (Autophagy)를 유도한다. 

몸속에 에너지 공급이 부족해지면 우리 세포는 그 안에 존재하는 노폐물 등 불필요한 물질을 제거한다. 

노화를 막고 살을 빼는데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한때 간헐적 단식이 유행했었지만 내게는 맞지 않았었다.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정해지니 음식에 대한 집착이 강해졌고 먹을 수 있는 8시간이 지나면 못 먹는다는 생각에 더 많이 먹었다. 

물론 몸에 맞는 사람도 있다. 간헐적 다이어트의 정석은 깨어있는 낮 8시간 동안 먹고 나머지 16시간은 금식을 하는 것이다. 


이는 제대로 했을 때는 몸속에 쌓인 노폐물 제거를 돕고 노화를 막는데 큰 도움이 되지만 

낮에 하루 종일 굶고 밤에 한 끼를 폭식하는 경우에 체중을 더 증가하게 만들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각종 문제를 일으킨다.


음식에 대한 집착이 생기지 않도록 내일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 

배가 부를 때면 '내일도 먹을 수 있으니 오늘은 만족하자. 오늘도 충분히 만족할 만큼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숟가락을 내려놓는 연습을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매일 시간을 내서 하기

나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살아있다고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것은 줌바댄스와 글쓰기였다.

사람들과 줌바댄스를 추면서 내 몸을 더 사랑하게 되었고 삶에 대한 열정이 샘솟았다. 

아침에는 주석 같은 삶의 지혜가 담긴 책을 읽었고 나만의 것을 손끝에서 빚어냈다.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끼는 매일의 두 시간이 나머지 깨어있는 시간을 긍정적이고 모든 것을 즐겁게 임하는 태도로 만들었다. 

먹는 것보다 더 재밌는 일들이 생겨서 폭식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아는 것이 힘이다

나 역시도 그랬고 그것이 안 좋은 결과를 끼치는지 잘 몰라서 생각 없이 하는 경우가 많다. 

확실히 본인이 고통받고 있는 것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지식을 넓혀갈수록 그 문제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는 힘이 생긴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을 때면 바삭한 과자가 미친 듯이 먹고 싶어 과자 폭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과자의 실체에 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대기업들은 최대한 이익을 얻고자 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반복해서 사 먹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도록 과학적인 방법으로 가공을 시도한다. 

가공식품 오염과 관련된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은 뉴욕타임스 기자 마이클 모스는 미국 전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저서 '배신의 식탁'에서 대형 식품 기업이 가공식품에 어떤 계략을 쓰는지를 폭로했다.


식품 기업은 미각과 후각을 전문으로 하는 과학자들을 사내에서 중용하고 그들의 지식을 활용해 당분을 무수히 많은 방법으로 활용한다. 식품 기업은 여러 차례 구매할 수밖에 없는 '중독 환자'를 늘리고자 과학의 힘을 이용한다.


식품기업들이 발명해낸 지복점 맛에 이미 중독된 소비자들은 성분 표시를 확인하려고 들지 않고 기꺼이 지갑을 연다. 


지복점 (Bliss Point)은 만족 포화점으로 설탕, 소금, 지방에서 최대한 만족을 얻는 지점이다. 


지복점을 맛보면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 물질은 중독성 약물을 섭취했을 때 분비되는 것과 같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반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쾌락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도파민(Dopamine)이라는 물질이다. 


도파민은 보상을 느끼는 뇌의 중추를 더욱 크게 자극해 보상 감을 주는 반응을 계속해서 일으키려고 한다. 이것이 우리가 중독적인 음식을 갈망하게 되는 이유다. 


밤에 치킨이 당기는 이유, 과자 한 봉지를 뜯으면 멈출 수 없는 이유, 마카롱이 비싸도 맛 별로 사 먹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어디서나 접하는 음식 광고들을 피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많은 가공 식품에 노출되어있고 매일 지복점의 최상의 맛에 길들여지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이상 상생하는 것이 더 현명하게 보인다.

 

어쩔 수 없이 가공식품을 먹을 상황이 올 때면 "오늘은 5개만 먹는 것으로 만족하자, 또 먹고 싶으면 내일 먹으면 돼. 내 혀가 지복점의 맛을 좋아하는 것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그 맛에 휘둘리는 노예가 되지는 않을 거야. 천천히 꼭꼭 씹으면서 음미하자. 5개만 먹고 만족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라고 연습을 했다.


사람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폭식증의 원인은 다르다.

타지에서 전문의와 제대로 된 상담을 할 수 없었던 나는 온갖 방법을 동원하며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위에 설명한 5가지 방법을 매일 실천해오면서 많이 개선이 됐기에 혹시 먹는 것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지 못한 한 분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마음에 남겨본다.


명심하라 다이어트의 실패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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