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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주Ivy Oct 28. 2022

8년 동안 함께한 너를 놓아줄게

섭식장애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 부모님과 친구로부터 받은 치욕적인 경험들, 어렸을 때 잘못 형성된 식습관들에 영향을 받아서 시작됐을 수도 있다. 


개인적인 일뿐만이 아니라 시중에 나와있는 호르몬을 교란시키는 가공식품들과 다이어트의 부작용이 더해져 폭식증이라는 괴물을 만들어 냈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이 한 가지의 명확한 원인보다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있어 복잡하다.


전문가와 가족들의 도움과 약물치료도 물론 필요하지만 자신의 내면을 잘 돌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섭식 장애 치료를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당장 내일 완치하는 게 목표가 아닌 6개월, 1년 후처럼 멀리 보고 치료를 진행해 나아가야 한다. 

폭식증과 8년간의 시간을 보내며 현재까지 실천하고 있는 내면의 폭식증 대처법을 소개해본다.


감사하기

전에 에모토 마사루의 영상을 보고 놀라워 책 <물은 답을 알고 있다>를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을 보고 감사의 놀라운 힘에 매료되었다. 폭식증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무작정 감사하기를 시작했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감사합니다로 시작한다. 주변에 감사할 거리들을 찾아내 이전에는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을 했다.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는 것에 감사합니다. 

충분한 먹을 음식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살 수 있는 아늑한 집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감사합니다. 

비 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날씨에 감사합니다. 길을 다니면서도 감사합니다를 반복했더니 폭식증 녀석에게도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

 

폭식증으로 생리학에 대해 더 자세히 이해하고 몸이 영양을 흡수하는 과정을 알게 된 것에 감사합니다.

힘들었던 경험을 적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인간이 태어나서 어떻게 먹을 것인지에 대해서 깊은 고찰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말했듯이 감사할 거리는 감사를 낳았고 사랑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줬다.


긍정적인 언어로 뇌를 속이기

감사의 힘에 놀라워 긍정의 힘에 관한 책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나이토 요시히토의 말버릇의 힘에서 기분 좋은 아침을 만드는 거짓말을 매일 실천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온몸이 뻐근할 때도 있지만 "오늘 하루를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기대가 됩니다."라고 말하며 활짝 웃으며 양팔을 힘껏 펼친다. 


옆에서 보면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정말 기분이 한층 나아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쉽게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먹는 것에도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면 뇌를 속일 수 있는지 적용을 해봤다.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까지 먹었지만 더 먹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오늘 식사는 이것으로 충분해, 직접 나를 위해 음식을 만들었고 맛도 있었어. 감사합니다."라고 했더니 더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면서 만족을 할 수 있었다.


봉지 과자를 먹을 때면 한 봉지를 먹고도 또 먹고 싶은 충동이 들 때마다 "정말 행복한 과자 한 봉지였어. 내일 또 먹으면 돼. 지금은 이것으로 충분해.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뇌가 내 기분을 지배하도록 놔두지 말고 입으로 좋은 기분을 표현함으로써 감정의 주인이 되어보자.


감정일기를 쓰며 나의 감정과 마주하기

감정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현상이나 사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마음의 반응이다.

폭식을 하고 싶은 충동적인 마음이 드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세상에 나 혼자 있다고 느껴질 때, 사무치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이 헛헛할 때, 부당한 대우로 화가 날 때,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실망감이 클 때 뇌에서 보상시스템이 작동한다. 


스트레스를 받았으니 기분을 좋게 하는 음식을 먹으라고 뇌에서 신호를 전달한다. 이때 스트레스의 정도와 식습관에 따라 폭식성이 나타난다.


부정적인 마음이 들 때면 자기를 파괴하는 불평불만을 퍼붓고 욕을 하는 대신 펜을 집어 들고 하얀 종이에 '이 감정은 무슨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걸까?' 

'이 감정은 왜 내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 걸까?' 

'이 감정이 지속된다면 나중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적으며 원인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했다.


원인을 못 찾아도 부정적인 마음을 마음껏 종이에 표출한 후 찢어서 버리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찢어버리는 이유는 속에서 표출된 부정적인 말들이 힘을 가져 세상에 떠돌아다녀 공기를 흐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오로지 나만 보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말로 포장할 필요 없이 솔직한 마음을 글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 


부정적인 마음을 표출한 후 마지막에 '네가 그래서 먹고 싶었구나, 네가 너의 몸을 사랑한다는 것을 잘 알아 그러니 기분 좋을 만큼 먹고 내일 또 먹자 너는 할 수 있어 사랑해'라고 항상 말하고 끝맺었다.


불안함을 샅샅이 뒤져 두려움과 마주하기

현대인들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에 걱정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은 대부분 무엇 때문에 불안한지 명확한 실체가 없다. 

불안한 상태에서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자신의 몸을 더 불안한 상태로 내몰게 된다. 

아이러니하게 불안함을 잊기 위해 음식을 계속 먹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다가 폭식을 하면 스스로를 불안의 지옥에 내던지는 것과 다름없다.

먹음으로써 잠시 불안함을 잊을지는 몰라도 다 먹은 후 불안은 다시 찾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굶지 말고 정상적인 식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한 이유를 모르겠다면 종이 위에 적는 것부터 시작하자. 


비정규직으로 불안한 사람을 예를 들어보자


'나는 비정규직이어서 언제 해고될지 모르니까 불안해.'라고

비정규직으로부터 오는 불안정한 미래에 불안을 느낀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한다.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자 평생 동안 비정규직으로 살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인다.


여기서 막연한 불안함을 두려움으로 바꾸는 것이 자신의 불안한 감정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이 사람의 두려움에 대한 실체는 평생 비정규직으로 사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마음가짐과 실제 대처법을 세울 수 있다.


마음가짐 대처법

'요즘은 평생직장 개념이 없어졌어. 지금은 비정규직이라도 경험을 쌓는 중이야. 나중에 반드시 내게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믿고 있어.

비정규직이면 어때, 매일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돈을 벌어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어.'


실제 대처법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일 해야 할 것들을 적고, 할 시간을 확보한다. 매일 그 시간이 되면 그냥 한다.

새로운 습관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총 3개월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꾸준히 하다보면 힘들이지 않고 스스로 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때 성공에 집착하기보다는 매일 하는 과정을 즐겁게 여기는 마음이 중요하다.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실패감에 빠져 우울한 기분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과정을 중요시하면 그 일을 할 때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뿌듯한 마음을 갖는다. 이는 인생의 기쁨에 큰 차이를 만든다.


체중을 감량하기 위한 운동은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면 살이 빠지지 않았을 때 의미가 없어진다. 

목표한 결과를 이루지 못한 마음에 마음은 괴롭고 작심삼일이 되기 쉽다.

체중이 감량하든 안 하든 과정이 즐거워 운동을 한다면 뿌듯함과 자랑스러움 한마디로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목표로 세운 일을 할 때 나보다 더 뛰어난 경쟁자가 있을 수 있고 운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직 자신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결과가 어찌 됐든 과정을 즐기는 사람은 자신의 기쁨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따라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적기 때문에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매 순간이 기쁨인 사람은 폭식을 할 이유도 없어진다.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걷기

먹고 싶은 충동이 들 때 뇌를 속이는 다른 방법은 부엌에서 벗어나 다른 환경으로 가 생각을 다른 곳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가 울고 있을 때 새로운 장난감으로 주위를 환기시키며 울음을 멈추게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뇌가 초콜릿을 더 달라고 떼를 쓸 때면 그 자리를 벗어나 햇빛을 쬐며 걷는 것만으로도 방금 전까지 먹고 싶었던 초콜릿을 잊을 수 있다. 


또한 밖에서 햇빛을 쬐면 이러한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하여 멜라토닌에 의한 과수면, 피곤함, 우울증 등을 호전시키며 세로토닌의 생성이 증가되어 마음을 편안한 상태로 유지하게 해 준다.

  

폭식증을 겪는 사람은 계속 먹고 싶다는 감정과 생각을 머릿속에서 사라지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이기에 나무와 꽃이 가득한 공원에서 따스한 햇빛을 쬐며 걷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미래 자아와 만나기

죽음을 인식한 후로부터, 힘든 일이 있으면 미래의 나를 만나러 가서 현재의 나를 바라보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고 죽음을 앞둔 내가 현재의 나에게 어떤 말을 해줄지 생각해보는 버릇이 생겼다. 


폭식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면 감정이 시야를 흐려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없게 만든다.

그럴 때면 현재의 나에서 벗어나 죽기 직전의 나로 가서 이 상황을 바라보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대부분 답이 보인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굶은 상태에서 직장일 스트레스까지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하루 종일 먹은 것은 커피 한잔뿐 뱃속에서는 배가 고프다고 난리를 치고 있는 상황.


뇌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았으니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분을 좋게 하려고 뇌에서 보상시스템이 작동한다.


순간적으로 저항할 수 없는 먹고 싶은 충동을 느껴 음식을 잔뜩 시켜서 폭식을 한다.

죄책감, 자기 비난, 괴로움에 휩싸여 고통 속에 몸부림을 친다.


저 멀리서 10년 후의 내가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내 앞으로 다가오는 상상을 한다.

그녀에게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다. 


40대의 그녀는 나를 가만히 앉아주며 이렇게 말한다.


40대의 나


"많이 힘들지? 너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야.

음식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로서 인간의 생존본능과 직결되어있기 때문에 의지와는 달리 조절하기 힘든 것이 당연하단다. 

너의 의지를 탓하지 말거라, 혼자 먹어도 괜찮지만 가능하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나누는 기쁨을 누리는 것과 대화를 하며 웃음꽃이 피도록 식사자리를 만드는 일이 큰 행복임을 늦게서 알았단다. 

자연의 순리대로 몸을 맡겨라. 배가 고프면 영양분을 채워주고 배가 부르면 숟가락을 놓는 것만 잘 지켜도 몸은 자연 치유 능력의 힘을 발휘한단다.

지금 이 과정이 괴롭고 힘들겠지만 너의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괴로움도 끝이 난단다. 

힘들어하지 말고 나를 자주 만나러 오면서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느끼는 감정을 숨기지 말고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해도 괜찮다. 

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단계이니 부끄럽고 감춰야 하는 모습이 아니다."


죽기 직전의 나 


"지금까지 잘 해왔다. 괜찮아, 그 또한 지나갈 것이다. 

이 아픔으로 더욱더 강인해지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너는 지금 충분히 아름답고 젊은 그 자체로 빛이 나는구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거라 각자마다 세상에서 할 역할이 다르다. 

지구에는 너를 위한 충분한 것들이 넘치니 불안에서 벗어나 인생을 즐겨라. 

희로애락 중에서 희만이 가득한 인생은 지루하다 희로애락을 다 느끼라고 오감이 주어진 것이니 인생에서 시련이 닥치더라도 괴로움에 휘청거려 우울에 빠지지 말거라. 

격분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 말고 그저 괴로움이 너를 지나가도록 느끼거라. 

슬픔이 찾아와도 슬픔을 감추지 말고 눈물을 흘리며 슬픔이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거라. 

폭식증으로부터 오는 괴로운 감정들을 온몸으로 느끼고 지켜볼 수 있을 때 어떤 것에도 구속되는 것 없이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사랑과 감사는 아낌없이 하거라, 생명의 기적은 사랑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날까지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너만의 삶을 창조할 것인지는 너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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