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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S Sep 04. 2024

나의 두 남자 동거인들.

남자 동거인과의  행복한 일상을 꿈꾸는 여성분들을 위해

  나는 오늘 결국 폭발했다. 나는 폭발했을 때의 내가 몹시 싫다. 폭발한 나는 두 갈비뼈 사이에서부터 무언가 뜨거운 것을 끌어올려 소리를 지르고 그것을 내 머리에 쥐가 난다고 느낄 때까지 멈추지 않고 반복한다. 그러니까 폭발을 한다는 건 나한테도 되려 손해다. 평소에 나처럼 적당히 이해하고 참고 혼자 우울해서 힘이 쭉 빠진 채로 침대에 몸을 눕히고 딴생각을 억지로 청하거나 아예 우울함에 잠식되어 있는 편이 나에게도 이롭다.



  오늘 폭발의 이유는 나의 두 남자 동거인들 덕분인데,

이 둘은 아버지와 아들답게 똑같은 오류를 같이 반복하여 범한다.  내가 보낸 메세지 내용을 늘, 항상 제대로 읽지 않고 나중에 딴 소리를 하거나 아예 보지도 듣지도 못한 표정을 한다. 너무 사소한 일 아니야? 싶은 정도로 자주 있는 일이고 아마 다른 집에도 종종 있는 일들 일 거라 감히 예상해 본다. 하지만 이런 일도 쌓이다 보면 오늘 같은 날엔 마치 피가 발뒤꿈치 즈음부터 올라와서 뒷목을  타고 머리끝을 내려치는 느낌을 받는다. 뭐 그런 걸로 그런 느낌까지 받느냐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으리라는 걸 잘 안다. 그렇지만 이게 그냥 나다. 감정이라는 것에 어디 정답이라는 것이 있던가?




  내가 가족에게 남기는 글에는 아무리 사소한 내용이라도 염려, 걱정, 사랑 등의 감정이 담긴다. 아마도 대부분의 엄마라는 존재들은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메시지가 너무 자주 무시당하는 것은 앞서 말한 내 감정까지 허투루 대한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참다 참다 한 번씩 폭발한 나는 목에 핏대를 세우고 목이 쉬어라 언성을 높이면서 쌓아 온 것들을 요목조목 따져댄다. 이럴 바에 그냥 그때 그때 얘기하지. 스스로 쪼잔해 보인다고 속으로 혼자 생각하니 소리를 지르면서도 되려 몸은 위축되어 이중으로 힘이 들어가는 아주 나쁜 기분이다. 이럴 땐 처절하리 만큼 온 얼굴의 근육을 써 댄다. 눈은 최대한 크게 뜨고 마치 미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눈빛을 보내며 마치 초식동물이 육식동물을 만나 억지로 몸을 크게 보이려 하는 거처럼 눈썹과 입 주변 근육마저도 최대한 많이 사용하여 하나하나 정확한 발음을 뱉어낸다.




  이런 내 모습은 내가 아는 한 내 최악의 모습이다.

30분 채 안 돼 후회가 몰려온다. 울고 싶다. 불을 끄고 방문을 닫았다. 눈을 감으니 알아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몹쓸 모습을 보이고만 나에 대한 안타까움과 후회의 눈물이다. 방에 딸린 화장실로 가서 불을 켜고 나를 봤다. 못났다. 부어있는 얼굴에 부어있는 눈. 할 수 있는 만큼 찡그린 눈꼬리와 축 쳐진 입꼬리. 차마 못 봐주겠어서 눈물을 멈췄다. 지금 감정과 다르게 한 번 웃어보았다. 입꼬리도 올리고 눈꼬리도 적당히 내려진 웃는 얼굴. 그래봤자다. 못 생겼다. 그렇게 화를 내놓고는 내일 얼굴 부를 걱정을 한다. 역시 참는 편이 나았나..내 자신이 몹시 어리석다.




  사랑하는 남자동거인들과 언제쯤에나 서로 공감하며 행복하게만 살아갈 수 있을까. 그건 마치 꿈같은 생각이겠지.. 싶어 문득 헛웃음이 난다.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동거고금은 막론하고 남녀의 태생적부터 정서적 정신적 다른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해시키기 위한 책들은 늘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떤 모임이고 언제이고 그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는 주제토론 문제가 된다.

  난  오늘 누구를 위해 언성을 높이고 울고 조목조목 따져댔던가. 내 말을 잘 알아듣긴 이해하긴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난 심지어 이미 난 알고 있다.

몇 칠도 지나지 않아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리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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