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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Aug 21. 2024

상사의 Yes를 끌어내는 소통법

  직원이 40여 명이라 그런지 항상 바람 잘 날이 없다. 그러던 중, 올해 초 A 사원이 면담을 요청해 와서 사무실이 아닌 커피숍에서 미팅을 했다. A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들었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자세히 듣고 질문하다 보면 그 사람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면담을 요청한 목적은 부서 내 다른 직무로 이동하고 싶어서였다. 희망 직무로 이동을 시켜주지 않으면 퇴사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퇴사를 언급하면 조직장인 내가 즉각적인 조처를 해줄 거라 예상을 한듯한데, A가 퇴사할 생각이 없음을 나는 이미 간파했다. 그리고 A가 착각하는 게 또 하나 있었다. 일을 잘한다고 자신을 스스로 과대평가한 것 같은데, A만큼 일하는 사람은 부서 내에 차고 넘쳤다.


 “부서 내 다른 직무로 이동하고 싶은 거죠?”

 “네”

 “함께 일하는 파트장과 부장님에게 직무이동 희망 의사를 말한 적이 있나요?”

 사원 A는 예상치 못한 나의 질문에 당황했다.  


 “본인과 함께 일하고 있는 파트장 처지에서 생각해 보세요. 어제까지 일 잘하는 사원이 느닷없이 팀장에게 직무이동을 요청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 어떤 감정이 들까요?”

 “당황하고 서운할 것 같습니다.”

 “네 맞아요. 나에게는 사원 A도 파트장도 소중한 직원입니다.”

 A는 지름길로 가려다가 제동이 걸린 듯 난감한 표정이었다.


 “다른 직무를 해 보고 싶다는 의사는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담당 파트장에게 본인의 의사를 말하고, 파트장이 부장과 상의한 다음에 나에게 보고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고 빠른 방법이에요

 “파트장님에게 말하면 서운해하실 것 같고 저를 붙잡으실 것 같아서…. 말씀 안 드렸어요.”


 “담당 파트장이 왜 본인을 붙잡을 거로 생각하나요?”

 “파트가 요즘 일이 많은데 저처럼 오래 근무한 직원이 빠지면 아무래도 이슈 발생시 대응이 좀 더디거나 느릴 수도 있으니….”

 “그렇죠. 수년간 일을 잘해온 파트원이 갑자기 빠지면 좀 삐걱댈 수 있어요. 그러니 파트장에게 본인의 의사를 말하고,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어도 파트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파트장에게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합니다.”

 “너무 제 입장만 생각한 것 같습니다.”

 “직무이동에 대한 욕구가 있다는 것은 분기마다 진행되는 성과리뷰 미팅 때 파트장과 부장에게 계속 어필하세요. 다만 직무이동은 후임자 물색, 팀 내 인적 구성, 이동 시기, 다른 사원들과의 형평성 등 여러 가지가 고려되어야 하므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음을 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내가 중요한 팁을 하나 알려줄게요.”

 사원 A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사원들의 요청 사항을 조직장은 기억합니다. 들은 내용에 대해 빚을 갚아야 하는 것처럼 부채감이 있어요. 오늘 이런 내용을 말한 것도 나에게 인식을 시켰으니 일부 효과는 있죠. 하지만 과정을 무시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어요.”

 A는 커피숍에서 의자를 테이블 쪽으로 더 끌어당겨 앉으며 내 이야기를 경청했다.      


 “부서가 고성과를 창출하려면 인력배치를 잘해야 합니다. 직무순환을 요청했으니 검토해 볼게요. 다만 중간 관리자를 건너뛰고 바로 조직장에게 직접 보고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오늘 미팅 내용은 내가 파트장과 부장에게 아는 척은 하지 않을 테니, 보고 체계를 밟으세요. 그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본인에게 도움이 됩니다.”

사원 A가 집중해서 잘 듣길래 한 마디 더했다.


 “다른 업무를 하더라도 현재의 파트장과 부장의 도움을 계속 받아야 하잖아요. 좋게 맺은 인연도 성급한 행동으로 한 순간에 나빠질 수 있어요. 본인으로서는 보고 체계를 밟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길이 가장 지름길일 수 있습니다.”     

 조직장에게 원하는 바를 요청하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팀장이 무엇을 중요시하는지 잘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본인의 현재 위치를 객관적으로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 몇 년 동안 같은 업무를 한 사람은 숙련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본인의 큰 역량으로 착각하면 오산이다. 나 아닌 다른 누군가로 대체될 수 있는 숙련도는 나만의 역량이 결코 아니다.      


 직무이동을 원하는 경우라면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좋다. 다만, 부서 전체와 직속 상사의 입장도 함께 배려하는 톤 앤 매너(tone & manner)가 상당히 중요하다. 각 업무에 적합한 인력배치를 통해 성과를 기대하는 팀장일수록 팀워크를 중요시한다.      


 원하는 것을 빨리 얻으려는 조급함을 버려라. 말하는 것도 타이밍, 멈추는 것도 타이밍, 기다렸다가 다시 말하는 것도 타이밍이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 놓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현재 맡은 일을 충실히 하면서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Key Message

1. 상사의 성향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상사의 성향을 파악하라.

   성과, 팀워크, 결과, 과정, 소통 등 상사가 무엇을 가장 중요시하는가?

2. 급할수록 돌아가라옛말을 기억하라.

3. 팀과 내가 모두 상생(WIN-win)하는 방향으로 상사와 소통하라.

   그래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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