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비교의 양면성

비교는 배움의 지름길이 된다

by 하랑

살다 보면 비교를 피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하는 나 역시 수없이 비교의 순간을 마주한다. 타 부서가 뛰어난 성과를 보일 때, 동기 중 누군가가 임원으로 승진했을 때, 마음 한구석에 묵직하게 자리 잡는 건 당혹감도 질투도 아닌, 설명하기 어려운 무게감이다. “나는 지금 잘 가고 있는 걸까?” 비교는 이렇게 아무 예고 없이 우리 마음에 밀려 들어온다.


그렇다고 비교가 무조건 나쁜 것일까? 사회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을 만든 사회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인간은 자신을 평가하기 위해 타인을 참고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말했다. 비교는 인간의 본능이자 생존 전략이다. 문제는 비교 자체가 아니라, 그 비교를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느냐에 있다. 잘 사용하면 성장을 촉진하는 나침반이 되지만, 잘못 쓰면 자신을 갉아먹는 독이 된다.


현실에서도 비교는 때때로 상처를 남긴다. 특히 조직에서는 누군가의 성공이 곧 나의 실패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동료의 성과 발표를 보며 “나도 저렇게 해야 하는데…” 하고 마음이 조급해지고, SNS를 보면 그 간극은 더 커진다. 하버드대학교 연구는 사람들이 SNS에서 타인의 삶을 실제보다 32% 더 긍정적으로 지각해, 결과적으로 자신의 삶을 더 낮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결국 비교는 ‘사실’이 아니라 ‘왜곡된 현실’ 속에서 더 심해진다.


그렇다고 비교를 억지로 끊을 수 있을까? 불가능에 가깝다. 비교를 피하려 할수록 더 강하게 마음을 흔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건 “비교하지 않는 삶”이 아니라, “비교에 흔들리되 무너지지 않는 삶”이다. 비교가 나를 찌르는 칼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움직이는 연료가 되도록 방향을 전환하는 기술이다.

나 역시 리더로 오래 일하며 이런 전환이 실제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다. 예전에는 다른 팀의 성과가 좋으면 괜스레 마음이 답답했고, 동기가 먼저 임원이 되었을 때는 괜스레 속이 쓰렸고,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나는 무엇이 부족한 걸까”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그들의 성과는 나의 실패를 뜻하지 않으며, 비교는 ‘경쟁의 무대’가 아니라 ‘참고 자료의 무대’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비교는 나를 흔드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지표가 되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비교는 잘만 사용하면 성장을 가속하는 데이터가 된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뛰어난 성과는 내 부족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갈 수 있는 방향을 보여주는 하나의 참고값이 될 수 있다.


비교를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명확하다.
우선 비교의 기준을 ‘타인과 나’에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로 바꾸는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의 캐롤 드웩(Carol S. Dweck)은 성장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남의 그래프가 아닌 자신의 그래프를 기준으로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타인의 곡선을 기준으로 하면 언제나 뒤처진 사람이 되고, 나의 어제와 비교하면 항상 한 걸음 전진한 사람이 된다. 이렇게 비교의 방향을 수정하면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 된다.

또한 비교 대상의 범위를 좁혀야 한다. 나보다 10년 앞서 있는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일 뿐이다. 비교는 비슷한 조건에서만 의미가 있다. 너무 뛰어난 사람과 비교하면 ‘동기부여’가 아닌 ‘좌절’을 남긴다. 가장 좋은 비교는 어제의 나, 혹은 나보다 한 단계 앞선 사람이다.


남의 성공을 질투하는 대신 그 사람의 ‘방법’을 배워오는 것도 중요하다.
왜 저 사람만 잘해?”라는 감정적 질문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그러나 “저 사람이 그 수준에 도달한 과정은 무엇일까?”라고 질문하면 그 순간부터 비교는 배움의 지름길이 된다. 비교는 원래 해로운 감정이 아니라, 잘만 쓰면 ‘전략적 학습 도구’가 될 수 있다.

물론 비교는 때때로 우리를 지치게 한다. 회사에서도, 일상에서도, SNS에서도 비교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비교는 우리를 무너뜨릴 수도, 세울 수도 있다.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결국 우리에게 달려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비교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비교는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다룰 줄 알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흐름이다.


중심만 지키면 비교는 폭풍이 아니라 바람이 된다. 바람이 배를 뒤집을 수도 있지만, 방향만 잘 잡으면 더 멀리 밀어주는 동력이 되듯이 말이다.


우리는 흔들릴 수밖에 없지만, 흔들림 속에서도 다시 돌아올 나만의 기준점을 만들어야 한다. 나의 기준, 나의 속도, 나의 방향이 제일 중요하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말했다.
“비교하는 순간 불행이 시작된다. 그러나 자신과 비교하는 순간 성장이 시작된다.”


비교의 흐름에서 동력을 얻고, 다시 나의 길로 돌아올 줄 아는 사람, 비교를 에너지로 바꾸는 사람이 결국 더 멀리, 더 오래 성장한다.


#비교심리학 #마인드셋 #자기비교 #감정관리 #비교의양면성 #자기성장루틴 #마음근력 #사회비교이론 #아들러 #캐롤드웩 #레온페스팅거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루 15분의 영어 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