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지랑이: 오래 써서 끝이 닳아 떨어진 물건
오래간만에 방 청소를 하다
모지랑이가 된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 낡고 해져
이젠 더 이상 들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버릴 순 없는 그런 모지랑이
괜히 가방을 어깨에 매보며
거울 속 모습을 찬찬히 바라본다
여러 모지랑이가
내 곁을 스쳐 지나가지만
어떤 연으로 만났는지
새삼 마음이 간지럽다
누군가는
모지랑이가 오래됐다는 이유로
버리라고 말하지만
그 오래됨이
버릴 수 없는 이유인 것을
모지랑이엔
나의 세월과 추억의 순간들이 담겨있다
모지랑이엔
수많은 감정들과 나의 정이 담겨있다
그 물건과 함께 견뎌온 날들이었기에
어쩌면 내 인생의 한 조각을
버리는 것은 아닐까
오늘도 모지랑이에게
방 한자리를 내어준다
그럼에도 모지랑이가
너무나도 안쓰럽고 힘들어 보여
놓아줘야 할 때가 오면
그땐
꼬옥 안아주며
나지막이 마음을 속삭인다
‘그동안 고마웠고 고생 많았어
많이 고단했지? 이젠 푹 쉬어도 돼
잊지 않고 기억할게,
함께 한 모든 순간
아름답고 소중한 내 모지랑이야.’
하곤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작별을 맞이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