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우키 lowkey
서울에는 내가 사랑하는 카페가 세 군데 있다.
광진구 광장동에 있었던 로우키(lowkey).
원래 커피점빵이라는 이름이었던 이 카페는 원두가 맛있기로 유명했다. 사장님 부부가 커피업계에서 이름을 꽤나 날리는 원두 전문가라고 했다. 카페 한쪽 벽에는 사장님이 커피를 공부하기 위해 전 세계 방방곡곡 여행을 다니며 찍은 사진이 빽빽하게 붙어있었다. 20살부터 광장동에서 약 10년을 살았던 나에게 커피점빵은 매우 친숙한 동네 카페였다. 그래서 나는 점빵의 커피에 입맛이 길들여졌다. 국내에서 손꼽는 퀄리티의 커피를 매우 가까운 곳에서 매일 접하다 보니 어중간한 커피로는 만족을 못할 정도로 커피 입맛이 까다로워졌다.
2010년대 후반, 투박한 커피점빵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로우키(lowkey)라는 힙한 이름으로 새 단장했다. 그리고 남양주과 성수, 연남동에 연달아 지점이 생겼다. 다른 지점들은 소박한 광장동 지점과는 다르게 힙하고 트렌디하게 갖춘 느낌이었다. 다른 지점은 어떤지 궁금해져서 성수점을 가보았다. 로우키의 커피는 내가 늘 마시던 커피점빵의 그 맛이었지만, 그 공간에는 커피점빵만의 투박함과 정겨움이 없어서 그런지 뭔가 아쉽더라.
광장동의 로우키는 이제 폐업했다. 유동인구가 적고 상권이 좋지 않은 동네에서 본점이라는 상징성으로만 운영이 된 느낌이었는데, 다른 지점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서 광장동 지점을 정리하신 듯했다.
커피점빵의 수려한 커피 맛은 곳곳에 생긴 로우키에서 아직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커피점빵에 10년 동안 켜켜이 쌓아둔 내 기억들은 이젠 거기에 없다. 커피를 마시며 했던 시시콜콜한 대화들도, 돌이켜보면 별거 아닌 해프닝도, 그리고 찬란한 사랑도 이젠 없겠지만, 로우키에서 산미 있는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면 그 기억들도 쌉쌀하게 떠오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