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욕주의와 열정부족
2024년 10월 11일
나는 참 열정이 없는 사람이다. 열정이 없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나에게는 열정을 불태울 욕심이라는 게 없다.
흔히들 욕심은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탐욕은 화를 부르고, 과욕은 주변에 피해를 끼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욕심이 과할 때 얘기다. 어느 정도 적당한 욕심은 사람이 ‘열심히’ 할 수 있는 좋은 원동력을 제공한다. 쟁취하고 탐하는 과정에서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욕심이 정말 없었다. 공부를 적당히 잘했지만 1등을 하고 싶은 욕심이 없어서 항상 2등 3등에 머물렀다. 심지어 공부를 잘 못했을 때도 가장 잘 나온 점수라고 자기 위로를 하면서 만족했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부러워할 수 있는 적당히 큰 피지컬을 타고났지만, 레슨을 받아도 그저 실력이 조금 느는 정도에서 만족하다가 그만두기 일쑤였다.
어른이 된 다음에는 욕심이 더욱 없어졌다. 친구들은 멋진 옷, 해외여행, 좋은 집을 탐하며 열심히 일하고 돈을 많이 벌었다. 하지만 난 내가 가진 것과 할 수 있는 정도에 안주했다. 적당한 정도에 만족을 하는 것이 나를 지지부진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
백수가 되고 나서 시간이 많이 남는 만큼 매일 꾸준히 운동을 가고, 다시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욕심 없이 살았던 것들이 꽤 후회가 되고 있다. 운동을 해도 뚜렷한 열망이 없으니 꾸준히 나가는 자신에 만족하다가 발전이 없다. 취업도 더 좋은 회사, 더 좋은 조건을 충분히 탐낼 수 있었을 텐데 왜 현상유지에 만족했을까?
이제 와서 욕심을 부리자니,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되고 싶은 것이나 부러운 것은 분명히 있다. 그런 것을 얻기 위해서는 아등바등하고 스스로를 내던져야 하는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나도 무언가를 할 때 마음이 뜨거워지고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맘 같아선 누가 날 붙들어 매고 알려줬으면 좋겠다. 욕심을 부리고 열정을 다하는 사람이 되는 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