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2024년 11월 29일
재취업을 준비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새로 만들었다. 아무래도 까다로운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업계이다 보니 높은 퀄리티로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15만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해 컨설팅을 받았다.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오래 걸려야 2주일 거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한 달이나 소요됐다. 내가 해왔던 수많은 업무를 검토하고 추렸다. 그중에서 가장 좋은 성과와 의미 있던 결과를 보기 좋게 정리했다. 시간과 정성을 투자한 덕분에 꽤 그럴싸한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마음 한편엔 꽤 큰 아쉬움이 남았다. 포폴의 완성도나 내용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5년이라는 경력, 업무, 그리고 노력이 있었지만 예쁘게 보여줄 만한 내용은 40페이지 내외라는 것이 다소 아쉬웠다.
친구들에게 우스갯소리로 하던 얘기가 있다.
‘살면서 만나는 사람과 겪은 경험은 그 인생의 경력이자 포트폴리오야’
당시에는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인생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했던 얘기다. 나는 내가 더 좋은 사람을 만나고 남다른 경험을 해야 한다는 막연한 다짐이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30대가 되면서 그 관점이 조금 바뀌었다. 누군가가 나의 포트폴리오로 남겨지듯, 나도 누군가의 포트폴리오가 되겠구나.
누군가는 나를 만나고 알아가는 것을 정말 귀하고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또는 나라는 사람을 내세우기는커녕 경력에 올리기에도 부끄러운 흑역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경험으로,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모든 상황에서 모든 사람에게 완벽하게 좋은 사람으로만 남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마음 한구석 정도는 차지할 수 있는, 인생 이력서에 한 줄 정도는 먹어 들어가도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