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핀휠 Jan 12. 2023

그냥 놀고먹는 스타트업일 리는 없잖아요

사회복지사가 만든 스타트업은 이렇습니다만

우리가 왜 맨날 노는지 궁금하시다면, 대답해 드리는 것이 인지상정!


사회복지세상에서 자본주의세상으로


2021년 5월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되고, 처음 창업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강제로) 배우게 되었다. 


사회복지사로 지난 14년간 일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도와야 하며, 어떻게 우리의 일로 의미를 만들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고민해야만 했다. 그때의 내가 [사회복지세상]에 있었다고 한다면, 어쩌면 지금의 나는 창업이라는 계기를 통해 살면서 단 한 번도 진하게 느끼지 못했던 [자본주의세상]으로 떨어진 느낌이었다.


2021년 5월부터 12월까지 창업을 하고 법인을 만들면서 들었던 생각은 ‘와 자본주의 세상은 팔 수 있는 것은 전부 파는구나, 회사까지 쪼개서 팔다니’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2022년 상반기에 여러 멘토님들과 동료들 그리고 엑셀러레이터들의 여러 강의와 훈련을 받으며 알게 되었다. 창업을 하고, 서비스(제품)를 만들고,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것을 판매하는 행위는 막연하게 알고 있던 제품 생산, 판매, 수요과 공급 뭐 그런 것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사회복지 현장에는 국가의 도움과 사회복지 시스템이 꼭 필요한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복지 대상자들이 매일 생겨난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이들을 위해 수많은 복지사들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모든 진심을 쏟아야만 하는 것처럼 자본주의 시장은 모든 회사에 소속된 사람들이 힘을 합쳐 고객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모든 진심을 쏟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잘못된 문제 정의


창업을 하고 2년 동안 고객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알게 되었다. 과거에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던 ‘클라이언트’로 만났던 장애인과, 창업을 한 후 취업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으로 만난 장애인은 너무나 달랐다. 그들이 달라진 것은 아닐 테니, 이것은 분명하게도 나와 우리들의 시선이 바뀌어서 그럴 것이다.


이렇게 시선이 변하게 된 부분은 우리 회사의 또 다른 고객인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는 기업에게도 동일했다. 직접 만나보기 전까지 우리는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아 부담금을 내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


나의 왜곡된 시선에 그들은, 

장애인과 일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적당히 아무나 할 수 있는 단기적인 업무를 만들고, 

장애인과 일하려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장애인 구인 구직 플랫폼을 만들면, 부담금을 줄이고 싶어 하는 여러 기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며, 그들에게 장애에 대한 교육을 하고 그렇게 기업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고, 사회를 바꿔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림도 없지.


시장 조사와 고객에 대한 분석은 정말 엉망이었다.


우리가 이 사업을 하면서 만난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람을 장애인 또는 비장애인으로 구분하기보단, 인재를 만나고 싶어 했고, 인재라면 장애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가 만난 모든 기업은 장애인을 고용하려 수 차례 시도하였으나,

지원자가 없어 1년 간 계속 내는 부담금이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살아오면서 장애인과 만나본 적이 별로 없어 면접과정부터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려웠다고 했으며, 

어떻게 하면 그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서 고용이 힘들다고 했다.



고객 다시 정의하기


그렇게 우리는 고객을 다시 정의하기 시작했다. 고객은 장애인 인재를 고용하고 싶어 하는 기업, 그리고 능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장애로 인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어떠한 서비스를 만들어야만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2022년 상반기 동안 장애인 교육 프로그램도 시행해 보고, 장애인 의무 고용 기업과 만나다 오해도 받아보고, 기업의 인사 담당자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우리의 방향이 서서히 잡혀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사람에게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가 하는 일은 한 사람과 기업을 만나게 해주는 일

그러려면 ① 그 사람에 대해 우리가 먼저 더 잘 알아야 하고, ② 그 사람을 아주 잘 그리고 정말 잘 맞는 곳에 소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면서 현재 하고 있는 것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미 시행착오를 거쳐(채용 브런치 참조), 우리 회사만의 채용의 기준을 만들었고, 그런 방법을 통해 모인 구성원들은 우리가 만든 "사람을 채용하는 방법"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었다.


우리는 새로운 동료를 맞이할 때 

서로에 대해 알기를 원하면서, 

그 사람과 함께 오래 이야기를 나눠보고, 

우리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서로가 나눠보며, 

하나의 미션을 함께 해봤다.


계속 함께 시간을 보내고 놀아보는 것이 서로를 잘 알게 되는 방법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가 서로에게 이미 하고 있던 것들을 우리의 고객과 함께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가 알게 된 이 매력적인 사람에 대해서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책 없어 보일 만큼 함께 노는 것도 말이다.


왜냐하면 서로가 모여 대책 없이 놀아야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친해질 수 있으며, 

더 많이 친해지면 함께 더 놀고 싶어지고, 

함께 재미있게 놀다 보면 이 사람을 

누구에게(어디에) 소개해줄 수 있을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만나서 놀고 즐기는 장애가 있는 인재들을 기업에 소개해주고, 어떻게 만날 것이며, 어떻게 함께 지낼 수 있는지 알려주는 일을 하게 되었다.

마치, 친한 친구를 다른 친구에게 소개해주는 ‘소개팅 주선자’처럼 말이다.(TMI: 실제 내가 주선한 소개팅 성공률은 100%에 달한다.)



핀휠 선언문


그렇게 우리는

이 세계의 파괴를 막기 위해, 

이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사랑과 진실 어둠을 뿌리며 일하고 있다.


우리는 결국!! 핀휠에서 아름다운 미래와 밝은 내일을 맞이할 것이다.

로켓단 패러디로 처음과 끝을 장식해 보았습니다



글쓴이 소개

유명곤(a.k.a. 호구박)

현) 핀휠 대표

전) 14년 차 경력의 사회복지사, 철근반장출신, 프로 재능 난개발러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경영지원 및 인사 관리도 함께 맡아 일했다. 복지관에서 하던 것처럼 사람을 채용하고, 프로그램을 짜고, 서비스를 제공하면 돈도 벌 수 있을 줄 알고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 하지만 자본주의를 온전히 깨닫기까지 꼬박 2년이 필요했고, 사실 아직도 자본주의의 쓴맛에 호되게 당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그게 자본주의 세상이든 어디든 진심은 통한다고. 하나둘 장애인을 더 잘 이해하며 채용하기 위해 핀휠의 문을 두드리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트업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방법 3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