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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핀휠 Oct 14. 2022

값진 하루를 물성으로 만든 하루

[여름휴가 가즈아] : 핀휠의 비정기 프로그램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대학생이 2인 1팀을 구성하여 여행을 떠납니다. 잘 놀고 오면 1팀 당 10만원을 줍니다. 제일 잘 놀고 온 팀은 아이패드까지 줍니다. (사장님이 미쳤어요)


안녕하세요, 핀휠의 기획 마케팅 매니저 대드리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팀은 김태은&김하정 팀입니다.


정말 친한 친구들의 하루를 보고 싶으시다면, 이 팀의 수기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특히 두 분의 소회를 담은 마지막 문단이 정말 좋았습니다.


아래는 수기 전문입니다.




소셜벤처 (주) 핀휠 “여름휴가 가즈아” 활동 보고서 

우리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할, 포토 달력 만들기 여행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김태은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김하정 


2022.09.15 최종 수정 



[1. 우리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할, 포토 달력 만들기 여행] 


2017년,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나 2022년 지금까지 우정을 쌓아온 저희는 만날 때마다 사진을 찍곤 합니다. 좋아하는 문화 예술의 취향과 하고 싶은 경험의 종류, 음식 취향 등이 놀랍도록 비슷해서 뮤지컬이나 전시회를 함께 보러 가고, 가고 싶은 디저트 카페를 나열해 ‘도장 깨기’를 하고, 한 번 카페에 앉으면 5시간 쯤은 순식간에 흘려 보내곤 합니다. 함께 있을 때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가는 순간을 영원히 간직할 방법이 없을까요? 


2022년 여름, 핀휠에서 마련해주신 프로젝트를 좋은 기회로 삼아, 우리가 함께 하는 순간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도록 포토 달력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알게 된 후, 휴가 계획을 세우며 함 께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를 생각했습니다. 먼 곳으로 훌쩍 떠나는 거창한 여행이 아니더라도 행복으로 충만한 하루를 즐길 수 있도록, 함께했을 때 완전해지는 경험을 몇 가지 나열했습니다. 또, 그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지워가는 과정을 사진으로 남기고 그 추억을 커스텀 포토 달력으로 제작했습니다.


그동안 꼭 가보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던 서울의 ‘핫플’ 방문부터 계획에 없던 즉흥적이고 즐거웠던 체험, 각자의 취향을 온전히 담아낸 향수 만들기, 미슐랭 식당에 가보기까지. 온전히 행복만으로 충만하게 채운 총 14시간의 기억을 차근차근 풀어내려 합니다.



[2. 일정_14시간의 기억 풀어내기]


1. 녹차를 좋아하는 우리가 찾아간 압구정 핫플 ‘누데이크’

항상 논쟁이 많은 만큼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맛인 ‘민초, 녹차’. 우리는 민초단임을 서로 확인하게 되었고, 이어 녹차도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자꾸만 확인할수록 우리의 입맛은 놀랍도록 비슷하여 남들 눈에는 별게 아닐지라도 왠지 모를 끈끈한 유대감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어느 카페를 가도 디저트는 민초 아니면 녹차를 먹었습니다.


이번에는 핀휠에서 마련해준 프로젝트를 기회삼아 가장 유명한 녹차 케이크를 파는 ‘누데이크’에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입소문으로만 듣던, SNS, 유튜브에서만 보던 유명한 곳을 찾아가 기다리던 녹차케이크를 맛보았을 때 달콤쌉싸름한 순간은 잊을 수 없습니다. 그곳에서 길고 긴 이야기를 나누며 녹차케이크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녹차의 달콤하고 진한 향은 이제 추억으로 간직되었습니다.


2. 문화예술의 취향이 비슷한 우리가 찾아간 ‘아뜰리에 에르메스’



전시회, 공연 등 문화예술을 같이 즐길 수 있는 소울 메이트가 있다는 건 우리에게 가장 큰 축복이었습니다. 혼자만 즐기다가 둘이서 즐기게 된 시점부터 예술적 즐거움은 배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서로와 영감을 주고받았고 서로가 귀감이 되었습니다.


전시회나 공연이 생기면 항상 먼저 달려가 ‘같이 갈래?’ 하면 당연히 ‘응!’이라고 대답해줄 수 있는 우리는 ‘아뜰리에 에르메스’를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 길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우리가 본 전시는 ‘불타는 사랑의 노래’였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장례식 분위기를 느꼈고, 곧바로 누군가의 죽음을 돈으로 생각하는 탐욕을 가진 자의 이야기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코로나 19로 많은 이들이 죽어갈 때 비용과 회전율을 생각하여 애견장례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가짜 눈물을 보이며 추모곡을 부르는 모습, 그의 인터뷰하는 모습을 미디어아트로 관람하며 그 과정에서 왠지 모를 기괴함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 그 가상의 한 사람만이 탐욕을 부리는 것이 아님을 알았기에 안타까움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날카로운 비판과 시선을 한 서리게 느끼며 짧지만 강렬했던 전시회를 또 하나 가슴속에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3. 향수를 사랑하는 우리가 찾아간 ‘향수 공방’


향수를 너무 좋아해 서로에게 향수를 선물했던 기억이 있던 우리는 직접 우리만의 향수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나만의 향수 만들기 클래스’를 하고 나면 비슷한 듯 조금은 다른 향이 날 것 같아 무척이나 기대되었습니다. 신촌에 유명한 향수공방을 예약해 설레는 마음으로 향수를 하나 둘 씩 시향했습니다. 30여가지가 넘는 향수들을 맡으며 마음에 드는 향이 무엇인지 서로 얘기하고, 향 하나하나에 표정을 다채롭게 지으며 생동감 넘치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향수를 완성했을 때 너무 냄새가 좋아 서로 환호를 질렀습니다. 냄새는 그 시절의 추억을 생생하게 불러올 수 있는 만큼 강렬한 자극제라고 합니다. 그 향수들을 뿌릴 때마다 그 시절의 우리가, 그 시절의 감정이 생생하게 떠오를 것을 기대합니다.



4. 맛있는 음식에 진심인 우리가 찾아간 미슐랭 식당 ‘정육면체’


공방을 마칠 때쯤, 우리는 너무 배고파 꼬르륵 소리로 연주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미슐랭으로 선정된 ‘정육면체’ 식당으로 곧바로 향했고, 길고 긴 웨이팅에 좌절했지만, 수다를 떨다 보니 체감상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랜 공복이었기 때문에 따뜻하고 매콤한 ‘홍탕’과 달콤하고 구수한 ‘깨부수면’은 우리의 뱃속과 입안을 행복하게 했습니다. 15분을 말없이 허겁지겁 배를 채우고 나서 들이킨 콜라는 올해 가장 맛있는 콜라 였습니다. 가장 행복하고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며 서로 만족해 하였고, 다음에는 또 다른 메뉴를 도전할 것을 기약하며 미소를 머금고 떠났습니다.


5. 우리가 몇 번이고 찾아가는 단골 디저트 가게 ‘파이홀’


신촌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 우리는 유명한 신촌 디저트 가게를 꿰뚫고 있었습니다. 매번 새로운 카페를 가며 도장깨기도 하지만 그중 ‘파이홀’은 너무 맛있어 몇 번이나 더 찾아갔습니다. 그 때마다 먹은 파이는 항상 기대를 충족시켰고,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앞으로의 버킷 리스트들을 줄줄이 펼쳐 놓기 딱 좋았습니다. ‘정육면체’에서 배를 채워 배불렀지만 디저트 배가 따로 있다는 걸 서로 너무 잘 알기에 ‘파이홀’에 가는 것은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그곳에서 신나는 우리의 미래 계획들을 공유하며 동시에 오늘 하루 일정이 얼마나 즐겁고 재미있었는지 회상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카페 문이 닫을 때쯤 되어서야 아직도 끝내지 못한 이야기들을 다음에 하자며 헤어짐을 아쉬워했습니다. 우리의 여행은 여기서 끝이 아닌 여러 여행들 중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6. 추억과 취향의 순간을 모아 제작한 ‘커스텀 포토 달력’


이번 여행에서 찍은 사진 중 잘 나온 사진을 몇 가지 고르고, 함께 먹었던 음식 같은 추억의 사진을 고르고, 지난날 함께했던 기억을 상기할 수 있는 사진을 신중히 골라서 커스텀 포토 달력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우리가 함께한 날을 상기하고, 함께할 날을 또 그려갈 수 있는 달력을 갖게 되었습 니다. 2023년의 이 달력을 하루하루 채워가며 만들어갈 추억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이번 여행이 하루만에 휘발성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물성을 가진 것으로 영원히 기록될 수 있다는 것이 참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3. 각자의 소회]


태은


어떤 순간을 추억으로 만드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한 사람이 누구인지의 문제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정이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저에게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인 제가 하정이와 함께 있을 때는 마음이 편해서인지 오히려 먼저 이야기를 꺼내곤 합니다. 새로운 소식이 생길 때면 가장 먼저 알려주고 싶고, 바깥보단 집 안을 좋아하는 제가 하정이와 만나서 놀 때면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됩니다. 슬플 때 함께 울 수 있고 기쁠 때 진심을 다해 함께 기뻐하고 축하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을 곰곰이 생각하면, 이보다 큰 삶의 가치가 있을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핀휠의 이번 프로젝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노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저와 하정이가 놀 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은 무의미해진지 오래인 것 같습니다. 다만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몇 가지 습관들이 몸에 베이고, 그 생활 방식이 익숙해졌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익숙해진 생활 방식이 우리의 공통분모를 만들고, 점점 더 단단한 추억의 탑을 쌓아가는 것 같습니다. 훗날 이 여행을 돌아볼 때, 우리는 ‘이날 정말 하루 종일 서울을 횡단하면서 쉴 틈 없이 이야기하고 재미있었지’ 하며 회상할 것 같습니다. 이 프로젝트 덕분에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하루가 또 하나 생긴 기분입니다. 이런 단단한 추억을 쌓아갈 미래를 또 기대하게 됩니다.


하정


핀휠의 프로젝트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즐겁게 노는 목적이 있지만 우리는 그 목적을 생각하기보다 이미 서로에게 퍼즐처럼 맞춰져 말하지 않아도 통합니다. 세상의 시선이 ‘비장애인’과 ‘장애인’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우리를 다르게 볼 지라도 우리에게는 그러한 구분없이 그저 친구입니다. 비장애인이랑 혹은 장애인이랑 여행을 가거나 함께 놀면 불편한 것들이 있다고 미리 단정지을 필요도 없습니다. 사람마다 모두 불편해하는 것이 존재하고, 배려해야 하는 부분이 다르듯이 서로 소통을 충분히 하고 서로 알아가다 보면 서로가 편안한 상태에 도달하게 됩니다. 세상의 편견이, 장벽이 나의 장애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어도, 이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 나의 장애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오히려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의식하지 않아도 친구는 마스크를 자연스럽게 벗고 이야기하고, 내가 계산할 때, 향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잘못 들으면 옆에서 바로 얘기해줍니다. 어느새 모르게 배려가 베인 친구의 모습에서 저는 이번 기회로 다시한번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번 여행은 우리 모두가 그동안 좋아했던 모습들, 취향들을 서로 너무 잘 알기에 행복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먹고, 같은 것을 좋아하고 같이 행복해하는 그 순간들은 우리에게 너무 소중합니다. 그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우리들의 모습이 담긴 2023년 달력을 만들어 내년에도 친구와의 추억을 기억하고 소장하고자 합니다. 2023년에도 돈독한 우리의 우정을 기약하며 즐거운 순간들을 하나둘씩 새롭게 쌓아보겠습니다.



[4. 마치며]


핀휠의 ‘여름휴가 가즈아’ 프로젝트는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휴가 이전까지는 둘 다 반복적인 일상을 살고 있었는데, 그런 단조로운 일상에 조미료 역할을 해준 값진 휴가였습니 다. 이 하루의 휴가는 앞으로 또 반복될 일상에 원동력이 되어주리라 믿습니다. 이 값진 하루를 커스텀 포토 달력으로 만들어 물성이 있는 것으로 만든 만큼, 우리가 함께할 날만큼 오래도록 추억하고 싶습니다. 마치며,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핀휠에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수기문을 읽고 난 후 저희의 이야기도 한 줄씩 남기고 싶어 부탁드렸더니 동료분들이 남겨주신 한줄평입니다.


대드리

: 여러분이 제 마음 속 1등이었습니다. (제가 심사위원이 아니라 죄송...)


호구박

: 잘 놀고 와주시고, 열심히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괭장히 잘 쓴 수기문입니다. 저는 10만원 드리겠습니다.


김선비

: 대드리) 선비님 말씀 좀 남겨주세요. 김선비) 아 네 저는 괜찮았어요~


알바트로 준

: 맛을 쫌 아시나 했는데.. 민초단이라니…. 제 맛집 지도에는 함께 하실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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