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0분은, 하루를 계획하는 데 쓰자
새벽에 출근해서 무엇을 할까 (2)
계획의 중요성
하루를 조직적이고 생산적으로 살려면, 계획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물론 계획은 틀어지게 마련이죠. 신입사원의 계획은 더더욱 틀어지게 마련입니다. 계획대로 모든 일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계획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루의 질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는 것을 체감하게 됩니다.
저는 하루를 충분히 계획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을 처리해 내는 주니어 사원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 놀라울 것도 없는 것이, 저 역시도 계획의 중요성을 실감하기 전에는 충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을 등한히 한 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계획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계획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계획한 대로 모든 일이 다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계획 없이 하루를 살게 되면 시간이 방치되고 삶의 질서가 깨지게 됩니다.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이라는 유명한 기독교 서적을 쓴 고든 맥도날드 목사는, 시간의 계획을 세워야 하는 이유를 다음 세 가지로 말합니다.
1. 방치된 시간은, 강점을 발휘하기보다는 약점을 채우기에 급급하며 사용된다
2. 방치된 시간은, 내 위치에서 지배적인 사람의 영향력에 의해 좌우된다
3. 방치된 시간은, 온갖 긴급한 일에 소모된다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하루를 의도적으로 보내겠다는 내면의 결의를 의미합니다. 오늘 하루 무엇을 하겠다는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하루는 여러분의 영향력 하에 들어오게 됩니다. 중요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적어 보면서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방향성이 잡히게 됩니다.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중요한 일의 우선순위가 잠재의식에 각인됩니다. 시간을 자기 의지대로 사용하기 어려운 신입사원이라도, 잠재의식에 우선순위가 각인되어 있으면 어쨌든 우선순위가 높은 일에 손을 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우선순위가 높은 일”, 즉 “의도적으로 계획한 일”을 조금이라도 더 하려고 노력하는 행위가 당장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장기간 축적되면, 결과는 무시하지 못할 만큼 쌓이게 됩니다.
계획을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획하는 기술도 연습을 통해 개선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방법을 모를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이상의 업무 사이에서 우선순위의 우열을 나누기도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중요한 일보다는 급한 일에 더 많은 신경을 쓰다가 시간이 다 가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다들 그렇게 서툰 계획을 세우면서 점점 나아집니다.
계획 세우는 것이 서툴다고 해서 계획이 무용한 것은 아닙니다. 계획을 세우는 연습을 자꾸 하다 보면, 점차적으로 중요한 업무와 덜 중요한 업무를 나누는 기술이 생깁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기술이라기보다는 연습과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감각에 가깝습니다.
나에게 중요한 일이 팀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일인 경우도 가끔씩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우선순위에 심각한 부조화가 생겨서 혼란을 가져오게 되지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매일 아침 “이것이 나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일일까? 팀에는 얼마나 중요한 일일까?”를 자문해 보는 과정에서, 나와 팀의 우선순위를 일치시키는 감각을 키울 수 있습니다.
어떨 때는, 의욕적으로 세운 하루 계획이 하나도 실행되지 않아서 좌절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계획이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하루”라는 시간의 자원을 냉정하게 평가해 볼 수도 있고, “내가 하루 동안에 처리할 수 있는 업무의 양”에 대해서 객관적인 감각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서툰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대로 하루를 보낸 뒤 스스로 평가해 보는 과정을 반복하면, 메타 인지를 키울 수 있습니다. 메타 인지는, 자기 자신의 인지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자기의 수준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수준에 맞는 계획을 세우고 업무를 추진할 수 있습니다.
상위권 학생들은 시험을 친 다음 스스로 예상한 점수와 실제 점수의 차이가 하위권 학생들보다 월등히 적다고 합니다. 상위권일수록 자기 실력에 대한 메타 인지가 뛰어난 것이지요.
뛰어난 회사원은 자기 능력의 범위를 잘 알고 있습니다. 역시 메타인지가 뛰어난 것이지요. 이런 메타인지는, 계획과 평가를 반복함으로써 키워질 수 있습니다.
계획이 서툴다고 해서, 계획 세우기를 포기하지 마십시오. 작심삼일이 반복된다고 해서 작심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작심삼일이 반복된다 하더라도, 계획은 가치있는 것이고 작심은 유용한 것입니다. 계획과 작심을 반복하면서, 실력은 성장하고 감각은 더 예리해진다는 것을 꼭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실제적인 방법
계획을 세우는 스타일은 업무의 종류와 사람의 개성에 따라 다릅니다. 시간별로 치밀한 계획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할 일 목록만 가지고 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스타일이 가장 좋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인 경험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몇 가지 실제적인 방법을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 지나치게 치밀한 계획은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특히 저년차 사원 때는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 (심부름, 미팅, 선배들의 업무요청 등)이 많이 생길 수 있으므로, 분단위로 치밀하게 세워진 계획은 틀어지기 쉽습니다. 치밀한 계획의 문제점은, 하나가 틀어짐에 따라 이후의 계획이 모두 흐트러지기 쉽다는 데 있습니다. 계획에 변경이 생겼을 때 대응할 수 있도록, 너무 치밀한 계획보다는 굵직한 업무 위주로의 계획을 세우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둘째, 하루 동안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의 양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1것은 하루 동안 가용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집중력을 발휘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덩어리 시간이 없어서이기도 합니다. 의욕이 높은 것은 좋지만, 가시적인 결과물은 한두 가지만 내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한 시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업무들은 많아도 세 가지까지만 계획하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셋째, 굵직한 업무 사이사이에 30분 내에 마칠 수 있는 짧고 자질구레한 업무들을 배치하는 것도 좋습니다. 성과로 내세우기 애매하지만 어쨌든 꼭 해야 하는 자잘한 업무들도, 처리해서 체크리스트에서 지우면 소소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성공의 경험을 쌓아간다는 면에서도 유익한 일이지요. 성과나 성공이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라기보다는, 스스로 무언가 해 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이렇게 사소한 업무들이라도 완전히 마무리하는 경험을 쌓다 보면, 업무를 게임 하는 것처럼 즐길 수 있는 시점이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