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랑크톤 Jul 01. 2024

어버이날과 가족

2024년 5월 9일




 어제는 어버이날이라 집에서 맛있는 것을 시켜드렸다. 어디 나가기 귀찮으시다는 아빠.. 연세가 드셔서 만사 다 귀찮아하신다.


 가끔은 부모와 가족을 걱정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내가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지만 아무래도 나는 그럴 수 없는 사람인 것 같다. 얼마 전 아빠랑 오랜만에 밥을 먹으러 나갔다. 아빠가 뜨거운 음식을 드시는 와중에 계속 콧물을 흘리시며 꽃가루 알러지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중간중간 내가 휴지를 뽑아드리기도 했는데 아빠의 그 모습이 왜 이리 짠하고 마음이 미어지던지.. 며칠이 지난 지금도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날 것 같다. 가끔은 안 보고 살고 싶을 정도로 아빠가 밉지만 동시에 미칠듯이 안쓰럽고 사랑한다. 애증이란 말이 이런 관계에 딱 들어맞는 단어인 것 같다.


 아빠는 어제 참치를 처음 제대로 드셔보셨다고 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가난 때문에 못 하고 참는 것들이 치가 떨리게 싫었기에 돈을 버는 순간부터 저축도 하지 않고 온갖 좋은 것들을 다 경험하고 다녔다. 맛있는 음식, 비싼 술, 좋은 호텔, 가끔의 사치스러운 여행.. 더 이상 이런 것들이 의미 없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10년을 그렇게 살았다. 최근에서야 내 삶에 정말 중요한 게 뭔지도 고민하고 경제적으로도 조금 여유가 생겨 아빠를 챙기기 시작했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 속이 자꾸 욱신거린다. 연초에는 올해 안으로 해외여행을 모시고 가고 싶어 말씀을 드려봤는데 힘들어서 가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조금이라도 더 젊고 힘 있으실 때 모시고 다닐걸 이라는 후회도 들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니 앞으로 더 잘해드리는 방법 밖에 없다.


 많은 상담 이론들도, 불교 교리에서도 건강한 마음은 가족과의 적당한 거리에서 온다고 하는데 나로써는 그게 쉽지가 않다. 요즘 내 스스로와 나의 인간관계 양상들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꼭 상담도 받아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나를 아끼는 일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